“진로가 ‘젊은 두꺼비’ 된 비결은요”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8 11:05
  • 호수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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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로 이즈 백’ 돌풍 만든 윤호섭 하이트진로 소주브랜드팀장

국내 소주 시장은 참이슬과 진로를 제조·판매하는 하이트진로가 장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업계 추산 60%대에 이른다. 아성을 지키려는 하이트진로와, 이에 도전하는 경쟁사들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주류업체들이 특히 사수하려는 타깃 층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다. 확 바뀐 외식·유흥 문화와 주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4월 소주 원조 브랜드 진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며 한발 더 앞서 나갔다. 뉴트로 트렌드를 활용한 ‘영 앤드 트렌디’(young & trendy) 전략이 MZ세대에 제대로 먹혔다. 하이트진로는 진로를 재출시하기 한 달 전에 30대 직원을 소주브랜드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젊은 감각과 리더십이 있어야 젊은 층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주브랜드팀장은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 전반의 맛과 도수, 병 모양, 브랜딩·마케팅 전략을 결정하는 중책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30대 때 중책 맡아 4년째 ‘1위’ 수성 

윤호섭 하이트진로 소주브랜드팀장(43)은 지난 4년여 동안 회사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진로는 출시 후 지난해 말까지 14억 병 넘게 팔려 나가며 ‘히트템’ 지위를 단단히 굳혔다. 1월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만난 윤 팀장은 “진로 재출시 전까지 우리 회사는 소주시장 1위를 유지하면서도 다소 부진한 수도권 지역 판매 실적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었다”며 “그러다 진로가 출시돼 큰 인기를 끌어 시름을 덜었다. 실제로 진로 특유의 스카이블루 색상 병이 어딜 가나 눈에 띄었을 때 느낀 황홀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회상했다. 

진로의 인기 비결에 대해 윤 팀장은 “‘진로 이즈 백(Jinro is back)’이란 직관적인 카피가 주는 임팩트가 주효했다”며 “귀여운 두꺼비 캐릭터도 한몫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이 이끄는 소주브랜드팀은 두꺼비 캐릭터를 단순한 이미지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세계관 개념으로 확장시켰다. 급기야 2020년 8월부터 국내 첫 주류업계 캐릭터 숍인 ‘두껍상회’를 열고 릴레이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는 두껍상회 운영을 어떤 방향성을 세우고 해나갈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소주브랜드팀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제로 슈거’(과당 무첨가) 트렌드다. 윤 팀장이 설레는 표정으로 “마침 오늘(1월9일) 오전 8시30분에 제로 슈거 콘셉트로 리뉴얼한 진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시중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가 제로 슈거 주류 제품을 내놓는 것은 처음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2030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앞서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9월 제로 슈거 소주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했다. 처음처럼 새로는 매출 호조를 나타내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진로의 이번 리뉴얼로 주류업계의 제로 슈거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주류업체들은 저도(低度), 과일 맛 등 소주 소비자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윤 팀장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 그는 “정성껏 시제품을 준비해 숱하게 시음하며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와중에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러면 우리 제품 경쟁력을 더 높여보려 경쟁사 제품을 마시는 소비자에게 무작정 다가가 소속을 밝히고 음용 이유와 맛에 대한 만족도 등 이것저것을 물어보곤 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의 당면 과제는 진로를 소주 시장 판매 1위 제품인 참이슬에 버금가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는 “내년(2024년)이면 하이트진로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면서 “소주브랜드팀장으로서 기념비적인 일들을 많이 이뤄내고픈 욕심이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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