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때리고 非明 품고…달라진 이재명의 메시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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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점(...) 대표’에서 대여 공세 전면에 선 이재명
사법 리스크엔 ‘당당’, 민생‧개헌으로 프레임 전환 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8개월 만에 정식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이 대표가 과거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관련해 약식 회견을 연 적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가 아닌 검찰 리스크로 불러 달라,” “야당말살 책동을 중단하라”면서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는 최측근들의 구속으로 사법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이후 이 대표가 취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당초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 관련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하는 등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로, 이 대표의 메시지 전략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며 밝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며 밝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취임 8개월 만 첫 기자회견…‘사법리스크’ 정면 돌파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약 1시간 동안 메시지를 쏟아냈다. 메시지의 방점은 윤석열 정부 비판에 찍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협치가 사라졌다고 지적하고는 “윤 정부는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 폭력적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가 준비해 온 기자회견 모두발언에는 사법 리스크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발언의 초점이 대부분 검찰 수사에 맞춰졌다. 이 대표는 “정당한 권한 행사는 당연히 수용해야겠지만 검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인다면 어떻게 판단하겠나”,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 돼 부당한 권력을 도와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향후 검찰 수사에 추가로 응할지 여부에 대해선 “가정적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의 소환 요구에 당당하게 임했다. 잘못한 일이 없기에 조사에 임했지만 검찰의 이 같은 요구는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다”라고 꼬집었다.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이 대표의 메시지는 더 날카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이 대표는 여권으로부터 ‘점점점(...) 대표’라는 조롱을 당할 정도로 침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는 게 야권 인사들의 분석이다. 친명계 지도부 인사는 시사저널에 “(이 대표에) 당당하게 임하시라고 조언했다. 앞으로 메시지를 많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생‧개헌 띄우고…‘사이다 이재명’으로 회귀?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향한 이 대표의 메시지도 정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를 찾아 연설을 하면서 “작은 차이 때문에 다툼을 넘어 서로 공격하고 죽이려 하고 ‘수박’이란 소리 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취지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비명계 인사들을 비난하는 용어다. 비명계를 주축으로 이 대표를 향한 입장 표명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를 진화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선 김용‧정진상 등 최측근들의 연이은 구속으로 당내 유감 표명 요구가 일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구속이라는) 사법부 판단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검찰이 녹취록이라고 하는 분명한 근거를 놔두고 상치되는 번복된 진술에 의존해서 의사결정 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감 표명 요구에 선을 그은 셈이다.

대신 이 대표는 민생 의제를 주도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견에서도 이 대표는 총 5500자 가량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중 절반 수준인 2700자를 ‘민생’에 할애했다. 이 대표는 최근의 경제 상황을 ‘민생 경제 위기’로 규정하고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계획을 제안했다. 그 방안으로는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저신용 서민들의 제도권 개인 신용대출 방안 마련, 금융기관 금리 인하 등이다. 또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히는 ‘기본 소득’ 개념이 투영된 ‘기본사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동시에 이 대표는 개헌 이슈도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 전환 논의를 거론하며 개헌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미 수명을 다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 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며 “5·18 민주화 운동 헌법 전문 수록 같은 사안들도 이제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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