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은 없다? 與 당권주자들이 박근혜 찾지 않는 이유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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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건강 문제로 외부일정 전면 차단…당내선 “탄핵 여파 여전” 목소리도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전·현직 대통령들의 의중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당심 100% 반영’으로 룰이 바뀌면서 전통 보수 지지층의 당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당권주자들은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각종 회동일정을 잡거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의 연대를 발표하는 식이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중인 ‘이심(李心)’을 잡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당권주자들은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신년부터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았다는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5월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5월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 ⓒ 연합뉴스

17일 만난 여권 관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현재 건강악화를 이유로 외부 일정을 전면 차단해 만날 수 없는 점을 결정적 이유로 꼽았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래도 (정치인들과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서 의원들도 섣불리 찾아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친박계로 통하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최근 산책도 할 만큼 약간 호전됐지만 여전히 안 좋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 외에는 아무도 접견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사면복권된 친박계 인사들도 (박 전 대통령을) 아무도 못 만나고 있다. 나도 지금 연락은 안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근황과 정치적 입장에 대해 “다음에 천천히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 여론을 고려했을 때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물론 우리 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하지만, 탄핵 부분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며 “국민들이 보기에도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하는 것에 대해) 조금 예민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말했다.

한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도 “그나마 전직 두 대통령 중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편한 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워낙 (국정농단) 사태도 심각했고 탄핵을 당한 반면 이 전 대통령은 형사처벌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시선은 상대적으로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당내에서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친이(친이명박)계가 실세로 부상하는 사이 친박(친박근혜)계가 대부분 목소리를 잃은 점도 거론됐다. 이 관계자는 “친이계는 지금 당 주류나 용산 대통령실에도 많이 남아있다”며 “하지만 친박계는 많이 죽어버렸다. 또 본인에 대해 직접 ‘친박’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친박계에 대해선 (당권주자들이) 소홀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12월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원 등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2021년 12월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원 등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당권주자들, ‘친박 표심’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여전히 당내에 ‘박심’이 살아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일부 당권주자들은 친박계의 표심을 얻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만날 계획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윤 의원이) 친박계 표심도 포섭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친박 연대도 박 전 대통령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그분들도 같이 보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의원도 차후 박 전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전당대회) 마케팅 전략에 이용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한다면 나중에 예우 상 만나볼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도 박 전 대통령이 차후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권주자인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늘 뭔가를 준비해 나가시는 분이라 (자택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계시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나라 걱정을 많이 하고 정책적인 생각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원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지금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낼 지는 대통령께서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어서 저희들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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