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시 드러나는 윤심 “안철수는 ‘尹 선택지’에 없다”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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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윤 대통령, 안 의원과 호흡 맞추기 어려워 해…총선은 ‘대통령 브랜드’로 치러야”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서로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다. 사진은 지난해 2월25일 서울 상암동 SBS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의 모습ⓒ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서로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다. 사진은 지난해 2월25일 서울 상암동 SBS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당대표 안철수’와의 호흡으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접촉에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선택지에 ‘안철수’라는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결국 대통령 자신의 브랜드로 치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려면 집권여당의 신임 당대표와 호흡을 맞춰 공천을 잘해야 하는데, 안 의원의 평소 자세와 사고방식에 비춰볼 때 대통령은 필승의 공천을 (안 의원과) 같이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안 의원이 합당 전 대여금 이자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 큰 실망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安의 ‘합당 前 이자’ 요구에 윤 대통령 큰 실망”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이다. 집권 초반 2년 동안 내가 이뤄낸 실적과 비전을 갖고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주변에 해왔다. 차기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만큼 본인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당무 개입’ 논란 등에 대한 비판에 움츠러들기보다는 오히려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전해진다.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선거나 정책집행 과정에서 당정간 갈등과 혼선이 생기는 것을 가장 우려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15대 총선에 임하면서 ‘개혁 대통령 브랜드’를 앞세워 청와대와 신한국당 지도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였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등 전 정권에서 무너진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다소 현실적인 ‘대통령 브랜드’에 무게를 두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대 총선에서 집권당이 이기는 공천을 한 경우를 보면 첫째, 당정간 갈등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둘째, 대통령 브랜드로 선거를 치렀다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 문제에 대해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다” “국민한테 약속했던 것들을 가장 잘 할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는 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집권여당의 당대표와는 ‘척하면 척’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돼야 하는데 안철수 의원과는 국정철학은 물론 스타일과 기질이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준석 당 대표, 유승민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엇박자 정치를 경험하면서 당정 간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당에 2500여만원 정도의 이자 청구서를 보낸 사실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런 생각을 굳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안 의원 측에 따르면 안 의원은 지난해 10월 당에 공문을 보내 자신이 대표로 있던 국민의당에 2020년 총선 당시 빌려준 8억여원에 대한 이자 2500만원의 변제를 요구했다.

 

‘사당화’ 논란 커질 경우 오히려 역풍 불 수도

안 의원은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당에 돈을 빌려줬고 지난해 4월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합당하면서 채무를 국민의힘이 승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이를 모두 갚았다. 문제는 갚은 금액에 국민의당 창당부터 합당 시점까지의 이자 약 2500만원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 의원은 합당 이전에 발생한 이자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상 국민의힘에서 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기현 의원 캠프의 김시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안 의원 측에서는 정치자금법상 필요한 절차라고 항변하지만 통상 당의 특별당비로 기부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절차는 논외인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 당을 위해 희생하는 자세가 아닌 당에 부담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정치인이 정당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유명한 ‘문국현 사건’ 판례로 확립된 법리”라며 “현행법상의 문제점 때문에 공문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면서 선거비용 보전이 불가능하게 됐으나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일말의 미련도 없이 결단한 것”이라며 “1500억원의 재산을 기부한 안 후보가 돈에 연연하는 것처럼 묘사한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성엽 전 국민의당 의원도 과거 ‘국민의당 창당 비용’ 논란과 관련, “안철수 (당시) 대표가 당사 전세보증금 등으로 낸 초기 창당자금은 나중에 정당보조금이 나왔을 때 이자까지 붙여 돌려받았다고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안 의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데는 이번 사태 외에도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안 의원과 지난해 인사를 놓고 벌였던 갈등 과정에서 서로의 다름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은 인수위 시절부터 첫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 안 의원 본인의 총리직 고사, 안 의원 측 인사들의 장관 임명 등을 두고 적잖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은 고비 때마다 자신을 적극 돕기보다는 거리감을 유지하는 안 의원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때 사실상 잠행 모드를 이어가거나, 이태원 참사 당시 안 의원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경질하라고 주장한 것 등이 부정적 기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 3·8 전대에서 ‘윤심 개입’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생각이 당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섣불리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칫 ‘사당화’ 논란이 커질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어 당권의 향방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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