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민주당…非明, 이재명과 헤어질 결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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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이어 ‘대북 송금 의혹’ 제기에 당내 의견 분분
李 ‘직무정지’ 가능성도 언급…野일각 “非明계 공천 의식”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더불어민주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다. 앞서 민주당은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등을 검찰의 야당 탄압 수사라 규정했다. 그러나 ‘방북용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까지 제기되자 당내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를 겨냥한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시 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친문재인계 의원 등을 중심으로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기소 시 당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가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경제안보센터 '부실·미분양주택 매입임대 전환 긴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경제안보센터 '부실·미분양주택 매입임대 전환 긴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송금 의혹’은 방어 어렵다?

민주당은 2일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특검)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과 ‘편파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친이재명계가 주축이 돼 농성을 이끄는 모습이다.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등 약 30여명이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모임에 참석한 강민정 의원은 “민주당 외에도 야권 전체 의원과 함께 참여를 확대하면서 농성 대오를 좀 더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모임 참석을 권유받은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참석을 확언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여사 특검에는 찬성하지만 (투쟁에 나서면) 난방비 문제 등 ‘민생’과 되레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 일각에선 최근 들어 비명계와 친명계 간의 입장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대북송금 게이트’로 번진 게 화근이 됐다. 친명계는 해당 의혹도 야당 탄압 수사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는 반면 친문계와 비명계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방어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모른다던 이 대표 주장이 검찰 수사를 통해 뒤집히면서다.

김 전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9년 1월 중국에서 북한 측 인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이화영 부지사가 이 대표와 통화 중 나를 바꿔줬다”며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이 이태형 변호사와 함께한 2019년 12월 술자리에서도 그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쌍방울로부터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신 받았다고 의심받는 인물이다.

이에 ‘대장동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 편에 섰던 비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모임 ‘민주당의 길’ 소속의 한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건 사법부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민주당은 종교집단이 아닌 민주 정당”이라며 “당이 무죄라고 미리 판결하고 단일대오를 외치는 건 민주당답지 못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오는 4일 민주당이 서울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을 예고한 것과 관련 “하방식으로 주어지는 방침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방탄’ 이미지가 강해지고 국민이나 중도층으로부터 유리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조 의원은 ‘대북 송금 의혹’ 수사에 이 대표가 연루된 것을 두고는 “이 대표를 사법처리해야 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다 (수사)하는 것”이라면서도 “변호사비 대납 사건보다 대북 송금이 더 커질 수 있다. 제 3자 뇌물(혐의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의식? ‘포스트 이재명’ 노리는 비명계

당내 비명계가 친명계와 이견을 표하면서 이 대표의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은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15석이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찬성한다는 전제로, 야권에서 35명이 추가 찬성하면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

정치권에선 노웅래 의원과 달리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이 낮지 않단 관측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가 구속되는 것이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사실 더 좋다”며 “(구속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최소한 35표 이상 찬성표가 (민주당에서도)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 역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100% 부결 또는 가결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만약 이 대표가 기소되면 ‘당헌 80조’가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규정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존 당헌 80조를 개정, ‘정치 탄압’으로 기소됐다고 당무위원회가 판단하면 당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박용진 의원 등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이 대표가 기소되면 ‘당헌 80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당내 비명계가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의식해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명계가 주도하는 당 지도부에 균열을 낸 뒤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시나리오다. 압도적인 당심을 업고 당선된 이 대표이기에 ‘궐위’ 가능성이 높진 않다. 다만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비명계의 세(勢)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이 대표 입지가) 불안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수사 상황을 보고 비명계는 ‘이대로는 힘들다’고 이미 판단 내린 모습으로 ‘플랜B’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총선이 다가오면 ‘이재명 체제’ 아래의 승률, 공천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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