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제2 서청원’? 김기현의 ‘尹心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6 17: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철수-김기현 2파전에 非尹 천하람도 가세
혼세해진 경쟁 구도에 ‘윤심’ 아닌 ‘나심’ 구애 움직임

‘어대김’(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을 자신했던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습이다.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가운데 비윤석열계 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도 1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면서다.

여권 일각에선 당권 구도가 3파전으로 흐를 시 ‘윤심(윤 대통령 의중)’만으로는 당선을 확신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박심 후보’로 나왔다 낙선한 서청원 전 의원의 사례도 거론된다. 이에 김 의원 측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비윤 낙인’이 찍혔던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非尹 천하람 가세에 당권 경쟁 ‘안개 속’

당권 도전을 선언하기 전까지 김기현 의원은 당의 ‘주연’은 아니었다. 당내 비윤계를 대표했던 이준석 전 대표, 친윤계를 대표했던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 등과 비교해 인지도가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발표한 후 ‘친윤 후보’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PK(부산‧경남) 기반의 김기현 의원은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없다. 그런데 (여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툴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윤심’ 덕분”이라며 “윤 대통령의 복심인 장제원 의원이 김 의원과 연대하는 것을 보고 당원들의 표심이 김 의원에게 향한 것이다. 뒤집어 말해 ‘윤심’ 아니었다면 지금의 김 의원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1월까지는 분명 ‘김기현의 시간’이었다.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에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계기는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자, 나 전 의원에게 쏠렸던 표심이 당시 3위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여당 전당대회는 혼전 양상이다. ‘김기현-안철수’가 2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황교안 전 대표가 3위를 달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출마를 선언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까지 경쟁 대열에 가세했다.

6일 조원씨앤아이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포인트 응답률 3.0%)한 결과에 따르면, 안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36.9%, 32.1%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차이는 4.8%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였다. 이어 황교안 후보가 9.3%, 천 후보가 8.6%로 컷오프(예비경선) 기준인 4위 안에 들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민의힘 동작을 당협사무소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방문을 받고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민의힘 동작을 당협사무소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방문을 받고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댈 건 나경원? 적극적인 ‘화해 손짓’

현 시점에서는 차기 당대표를 확언할 수 없다는 여권 내 중론이다. 안 의원과 대통령실 간의 갈등, 천하람 후보의 가세, 김 의원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의 ‘대통령 정계개편 발언’ 논란 등이 변수로 등장하면서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중도 성향의 ‘당심’이 어느 후보에게 향할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권 일각에선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사례도 거론된다. 당시 전당대회는 친박·비박 진영 간의 경쟁구도로 치러졌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청원 전 의원을 밀었지만, 결국 비박의 구심점이 된 김무성 전 대표가 당선됐다. 당시보다 당원이 급증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의중이 ‘당심’을 좌우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김기현 캠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당장 친윤계 의원 외 추가적인 우군 확보가 절실해졌다. 이에 김 의원 측이 연대 대상으로 나경원 전 의원을 점찍은 모습이다. 한때 당권을 두고 갈등을 겪었지만,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 김 의원 지지를 선언할 경우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김 의원 측은 향후 ‘김나연대’를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최근 일주일 사이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2번 찾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나 전 의원 자택을 찾아갔다. 이틀 뒤인 지난 5일에는 김 의원이 강원도 강릉을 찾았다. 나 전 의원이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갔다는 소식에 주요 일정을 취소하고 나 전 의원을 찾아 지지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도울 지는 미지수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김 의원 지지로 마음을 돌린 것은 아니다. 더 이상 당내 분란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만 굳혔을 뿐”이라며 “안철수 의원 측도 (지지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결심이 선다면 나 전 의원이 늦지 않게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 성,연령대,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를 실시한 결과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