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세해진 경쟁 구도에 ‘윤심’ 아닌 ‘나심’ 구애 움직임
‘어대김’(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을 자신했던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습이다.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가운데 비윤석열계 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도 1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면서다.
여권 일각에선 당권 구도가 3파전으로 흐를 시 ‘윤심(윤 대통령 의중)’만으로는 당선을 확신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박심 후보’로 나왔다 낙선한 서청원 전 의원의 사례도 거론된다. 이에 김 의원 측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비윤 낙인’이 찍혔던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非尹 천하람 가세에 당권 경쟁 ‘안개 속’
당권 도전을 선언하기 전까지 김기현 의원은 당의 ‘주연’은 아니었다. 당내 비윤계를 대표했던 이준석 전 대표, 친윤계를 대표했던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 등과 비교해 인지도가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발표한 후 ‘친윤 후보’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PK(부산‧경남) 기반의 김기현 의원은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없다. 그런데 (여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툴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윤심’ 덕분”이라며 “윤 대통령의 복심인 장제원 의원이 김 의원과 연대하는 것을 보고 당원들의 표심이 김 의원에게 향한 것이다. 뒤집어 말해 ‘윤심’ 아니었다면 지금의 김 의원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1월까지는 분명 ‘김기현의 시간’이었다.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에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계기는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자, 나 전 의원에게 쏠렸던 표심이 당시 3위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여당 전당대회는 혼전 양상이다. ‘김기현-안철수’가 2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황교안 전 대표가 3위를 달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출마를 선언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까지 경쟁 대열에 가세했다.
6일 조원씨앤아이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포인트 응답률 3.0%)한 결과에 따르면, 안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36.9%, 32.1%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차이는 4.8%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였다. 이어 황교안 후보가 9.3%, 천 후보가 8.6%로 컷오프(예비경선) 기준인 4위 안에 들었다.
기댈 건 나경원? 적극적인 ‘화해 손짓’
현 시점에서는 차기 당대표를 확언할 수 없다는 여권 내 중론이다. 안 의원과 대통령실 간의 갈등, 천하람 후보의 가세, 김 의원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의 ‘대통령 정계개편 발언’ 논란 등이 변수로 등장하면서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중도 성향의 ‘당심’이 어느 후보에게 향할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권 일각에선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사례도 거론된다. 당시 전당대회는 친박·비박 진영 간의 경쟁구도로 치러졌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청원 전 의원을 밀었지만, 결국 비박의 구심점이 된 김무성 전 대표가 당선됐다. 당시보다 당원이 급증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의중이 ‘당심’을 좌우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김기현 캠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당장 친윤계 의원 외 추가적인 우군 확보가 절실해졌다. 이에 김 의원 측이 연대 대상으로 나경원 전 의원을 점찍은 모습이다. 한때 당권을 두고 갈등을 겪었지만,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 김 의원 지지를 선언할 경우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김 의원 측은 향후 ‘김나연대’를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최근 일주일 사이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2번 찾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나 전 의원 자택을 찾아갔다. 이틀 뒤인 지난 5일에는 김 의원이 강원도 강릉을 찾았다. 나 전 의원이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갔다는 소식에 주요 일정을 취소하고 나 전 의원을 찾아 지지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도울 지는 미지수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김 의원 지지로 마음을 돌린 것은 아니다. 더 이상 당내 분란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만 굳혔을 뿐”이라며 “안철수 의원 측도 (지지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결심이 선다면 나 전 의원이 늦지 않게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 성,연령대,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를 실시한 결과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