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지진 현장서 출산 후 숨거둔 母…탯줄 단 아기는 ‘기적 생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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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숨진 모친 곁에서 극적 구조
인큐베이터 치료 후 상태 호전…전세계 ‘응원’ 물결
시리아 강진 피해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여자 아기가 7일(현지 시각) 알레포주(州) 아프린 어린이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날 튀르키예 국경 인근 도시 진데리스의 5층짜리 주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숨진 어머니와 탯줄이 이어진 신생아를 구조했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은 신생아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 AP=연합
시리아 강진 피해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여자 아기가 7일(현지 시각) 알레포주(州) 아프린 어린이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날 튀르키예 국경 인근 도시 진데리스의 5층짜리 주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숨진 어머니와 탯줄이 이어진 신생아를 구조했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은 신생아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 AP=연합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갓난아기가 숨진 엄마와 탯줄이 연결된 채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각) 강진으로 붕괴된 시리아 북부의 한 아파트 잔해 더미에서 탯줄이 달린 여자아이가 구조됐다. 아기가 구조된 시각은 지진 발생 10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당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악천후가 이어졌지만 아기는 수 시간 동안 잔해 더미에 파묻힌 상태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아기의 친척인 칼릴 알 스와디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붕괴된 아파트 잔해를 파는 동안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며 긴박했던 구조 상황을 전했다. 

구조대에 따르면, 아이의 어머니는 구조 약 3시간 전쯤 잔해로 뒤덮인 처참한 환경에서 딸을 낳은 뒤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는 숨진 엄마 곁에서 가까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건물 잔해 더미에서 갓난아기가 발견되자 구조대와 주민들이 몰려 왔고, 인근에 있던 한 시민이 탯줄을 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대는 즉시 체온 유지를 위해 아기를 감요로 감쌌다. 당시 장면을 촬영한 영상에는 구조대원이 축 늘어진 아기를 안고 급박하게 뛰어나오고, 이를 지켜보던 한 남성이 재빨리 담요를 건네주는 등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아기는 즉시 어린이병원으로 이송돼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타박상과 열상, 저체온 증상 등을 보였지만 치료를 받고 현재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기의 모친을 포함해 직계가족은 대부분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와디는 "아이는 (직계가족 중) 홀로 살아남았다"며 "아이의 부모와 4명의 형제·자매 등은 모두 사망했다"고 말했다.

아기의 구조 장면이 담긴 영상과 함께 병원에 입원한 아이의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출생과 동시에 가족과 이별하게 된 아기를 향한 안타까움과 응원이 쏟아졌다. 트위터 등에서는 "너무나도 슬프지만, 한 편으론 저 작은 몸으로 기적을 보여준 아기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끝까지 아기를 지킨 모성애에 경의를 표한다. 갓난 아기를 보며 눈 감았을 엄마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6일(현지 시각)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과 7.5 강진으로 현재까지 8100명이 넘게 숨졌다. 생존자 수색과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희생자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지진 참사 속 악천후가 이어지고 구조대 접근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구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도 사망자가 수천명 단위로 계속 늘 것이라며, 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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