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고 돈 준 것” 조민 장학금에 분노했던 곽상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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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 시절 조국 전 장관 딸 장학금 등 집중 저격
아들 병채씨 50억 퇴직금 뇌물 무죄 선고에는 “당연”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를 보고, 부모 때문에 돈(장학금)이 나간거다."

아들의 '50억원 퇴직금'과 관련해 뇌물죄 무죄 판결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이 주목 받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시 받은 장학금을 '청탁'으로 보고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수년 후 아들이 받은 퇴직금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된 곽 전 의원은 자신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며 "무죄는 당연한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수령 사실이 밝혀지기 전 곽 전 의원은 명실상부한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 '저격수'였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던 곽 전 의원은 조씨의 고교 봉사활동과 인턴, 대학 및 의전원 입학과 관련한 전반에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조 전 장관과 가족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곽 전 의원은 2019년 10월15일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대 등 11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조씨의 장학금을 파고들었다. 이 때는 조 전 장관이 가족 관련 각종 의혹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난 직후다. 

곽 전 의원은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재학 중 지급받은 소천장학금에 대해 질의를 퍼부었다. 소천장학금은 조씨를 지도하던 노환중 전 양산부산대병원장이 모친 사망 후 들어온 조의금 등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조씨는 6학기에 걸쳐 총 1200만원을 받았다. 당시 가정형편과 성적 등을 고려할 때 조씨의 장학금 수령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부산대 측은 학업 격려 차원에서도 지급할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국감장에 나온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조민씨에게 지급된 소천장학금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은 전 총장을 향해 "이건 부모를 보고, 부모 때문에 돈이 나간 거다, 저희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총장님 동의하십니까?"라고 압박했다. 정황을 종합할 때 딸 조씨에게 지급된 장학금은 부친인 조 전 장관에 대한 청탁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곽 전 의원은 또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할 때 노환중 교수가 지도교수로 나섰다. 조씨는 노 교수를 만나고 그때부터 특혜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입시부정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 장학금 선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댓가를 받았고 혜택을 받은 것 자체가 폴리페서"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곽 전 의원은 노 전 원장이 국립대인 부산대병원장에 오르는 등 각종 특혜를 노리고 조씨에게 청탁성 장학금을 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장학금이 1~3회 지급되던 때는 조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서 서울대 교수로 있으며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던 때다. 그러나 4~6회차 지급 시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오른 뒤다. 

검찰 역시 노 교수가 조 전 장관의 '영향력'을 노리고 그의 딸에게 장학금을 준 것으로 보고 600만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최근 1심 선고에서 조 전 장관과 노 전 원장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아이러니 하게도 곽 전 의원은 조씨 장학금을 집중 저격한 뒤 아들의 50억 퇴직금과 관련한 뇌물 혐의로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병채씨의 '독립 생계'를 이유로 50억 퇴직금이 곽 전 의원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 등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있었지만 재판부는 신빙성이 없다며 배척했다. 대장동 사업이 본격 추진되던 2013년 당시 곽 전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었고,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거쳐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나 법정 진술 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알선이나 대가가 있었는지 규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곽 전 의원은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며 "무죄는 당연하다"며 "(화천대유) 내부 절차에 맞게 직원에게 성과급을 줬다고 했을 뿐 (아들이 받은 돈이) 나와 관련 있다고 말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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