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4·3사건, 北김일성 지시로 촉발” 발언 논란 일파만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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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단체 “왜곡·망언” 사과 촉구…박용진 “의원직 사퇴해야”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1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추모비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1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추모비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4·3 관련 단체들과 야권 일각에서는 태 의원의 후보 사퇴와 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태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참석을 위해 전날 제주를 방문, 당일 제주 4·3 사건 희생자 추모 공간인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이같이 발언했다.

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4·3 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언급했다.

태 의원은 이날 제주에서 진행된 3·8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도 “지난 시기 4·3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 담군(몸 담은) 사람으로서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태 의원이 제기한 ‘북한 개입설’에 4‧3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날 제주 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은 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태 의원의 행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을 현혹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 없다”며 “이제라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에서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제주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도 태 의원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송재호 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은 지난해 ‘4.3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며 “국민의힘은 또 다시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고 제주도민의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가. 태 의원은 즉각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도 “태 의원 발언은 진실을 왜곡하고 이승만 정권을 계승하는 정부 여당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한 말장난”이라며 “최고위원이 되겠다는 국회의원의 역사인식이 이렇게 몰지각하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긴 말 필요 없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당장 사과하고 태영호 의원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태 의원은 후보에서 사퇴하고 의원직도 사퇴하라”며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북한과 관련된 아무말 대잔치와 국민분열을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무고한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 곳곳에, 당내 온갖 문제에 죄다 개입하면서 태 의원의 망언 사태를 방치한다면 제주도민과 국민 전체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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