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발언 논란’ 태영호, 野 사퇴 촉구에 “이게 웬 말이냐”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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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김정은에게 입 뻥끗 못하면서 낡은 색깔론이라고 야단치나”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제주 4·3사건’ 발언 논란으로 불거진 야권의 사퇴 촉구에 반발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를 통해 당원 결집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저보고 최고경선에서 사퇴하라, 국회윤리위에 제소하기로 결정하고 사과하라고 한다”며 “이게 웬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 후보는 14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통해 “어제 제가 팩트 하나를 터뜨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태 의원이 언급한 ‘팩트’ 내용은 지난 13일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본인이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는 취지로 한 발언이다.

그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은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인데 김정은 정권에는 입 한번 뻥끗 못 하면서 한국 현대사에서 김일성 책임을 얘기하면 낡은 색깔론이라고 야단치는 것이냐”며 민주당을 저격했다.

이어 “제가 그나마 정을 붙일 수 있는 건 당원동지 여러분 뿐”이라며 “여러분이 저를 당 지도부에 입성시키면 김정은이 화들짝 놀랄 것입니다. 또 이재명이나 민주당도 기절초풍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에 현장의 당원들도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앞서 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발언 논란에 대해 “한때 북한 김씨 일가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4·3 사건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본인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4·3 정신에 반한다며 “나의 용서 구함을 부디 순수하고 진실하게 받아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 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해방 후 혼란기에 김일성은 유엔의 남북한 총선거 안을 반대하고 대한민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며 5·10 단독선거를 반대하기 위해 당시 남로당에 전 국민 봉기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로당 제주도당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제주도민들에 대한 과잉 대응을 악용해 무장 폭동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 아무 관계가 없는 많은 주민이 국가권력과 극우단체들에 의해 희생당했다”며 “만일 당시 남로당의 제주도당이 김일성의 5·10 단선 반대 노선을 집행한다며 무장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많은 사람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4·3희생자유족회 등 6개 단체는 태 후보의 4·3사건 발언에 대해 “왜곡과 망언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공식 대응까지 예고했다. 또 태 후보가 망언과 왜곡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최고위원직 후보에서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태 후보의 발언에 대해 “색깔론에 기댄 거짓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4·3의 역사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4·3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에게 사과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태 후보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위성곤 원내 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태 의원의 4·3 언급과 관련해 “망언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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