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는 당한 것” 해명에…짙어진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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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도이치 1심 판결문 속 김 여사 연루 정황 ‘끊어내기’
야권 ‘용산검찰청’ 직격하며 “대통령, 검찰 수장 노릇하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방어 태세'를 구축했다. 법원 판결문에 김 여사의 범죄 연루 정황이 적시됐다는 야당의 주장과 정반대 해설을 내놓으며 '사법 리스크' 차단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대응 수위가 높아질 수록 검찰과 법원을 향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던지는 것이란 비판도 터져나온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공범들에 대한 1심 판결문에는 '김건희' 실명이 총 37차례 등장한다. 법원은 김 여사와 그의 모친인 최은순씨의 계좌가 1·2차 주가조작 작전에 모두 동원됐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를 통한 거래 중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작전 시기에 해당하는 48건에 대해서는 '통정매매' '가장매매' 등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김 여사가 사전에 주가조작 행위를 정확히 인지했는지, 구체적인 가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야권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도 이 지점이다. 

대통령실은 판결문과 관련해 김 여사의 계좌가 이용됐다는 점만 나와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주가조작 공범들의 1심 판결 이후 '계좌 이용=주가조작 가담'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1심에서 '전주'로 지목된 손아무개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점을 의식하며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났다.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씨와 김 여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과 함께 판결문에 적시된 김 여사 관련 내용으로 파장이 더 커지자 대통령실은 "활용된 것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2년 이상 탈탈 털어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못한 사유가 판결문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며 "추미애·박범계 장관 시절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의 구체적인 가담 사실을 특정할 내용이 전혀 없어 공소사실을 작성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돼 온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수를 유도' 당하거나 '계좌가 활용' 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TF 연석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 두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상임위원장, 박 원내대표, 박찬대 상임위원장 ⓒ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TF 연석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 두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상임위원장, 박 원내대표, 박찬대 상임위원장 ⓒ 연합뉴스

야권은 대통령실의 '대리' 입장 표명이 검찰과 법원에 수사 및 판결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란 입장이다. 법원 판결로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더 분명해졌고 특검 도입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무죄 방어'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도이치 사건 1심 선고를 기점으로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및 처분 여부를 결론낼 방침이었다. 그러나 판결이 나온 후 현재까지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는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의 김 여사 의혹 관련 공개 발언이 사실상 검찰과 법원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은 대통령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충실하려고 항소조차 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실까지 전면에 나서 법원 판결을 호도하는데, 1심에서도 부실에 부실을 더했던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를 압박하고 있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통령실이 사법기관인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권한으로 행정부가 '주가조작 가담없다' 단정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 들어섰는데도 아직 검찰수장 노릇을 하려는 것인가"라며 "도대체 이 나라 대통령이 용산에 있나, 서초 검찰청에 있나"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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