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년…충청권 근로자 사망 줄지가 않는다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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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청권 재해 사망자 대전 14명·세종 2명·충남 59명·충북 28명

지난해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이후 충청권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중대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오히려 법 시행 이전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한 근로환경과 철저한 관리책임감독을 의도한 중대재해처벌법에 의문이 붙는 이유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로 숨진 충청권 근로자는 대전 14명·세종 2명·충남 59명·충북 28명 등 모두 103명이다. 법 시행 이전인 2021년 사망자 수가 대전 11명, 세종 6명 충남 56명 충북 34명 등 총 10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달라지지 않았다. 광역지자체별 사망사고로 따지면 충남은 경기(192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김용균 재단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이 2월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고(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건 원청 2심 무죄 선고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균 재단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이 2월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고(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건 원청 2심 무죄 선고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여전히 사업장의 안전관리가 미흡하다. 고(故) 김용균(당시 24세)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난 2018년 이후로도 충남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선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일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15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그는 유연탄 하역장인 보령화력 1부두 하역기에서 낙탄 청소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교롭게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작업을 하다 숨진 고 김용균 근로자 사건의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무죄’ 판결을 받던 날이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종이호랑이’라며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 근로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지만, 실제로는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서 법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 재해로 수사에 착수한 사례는 229건이다. 그 중 기소의견으로 34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11건만 기소했다.

현행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제재 규정을 추가로 신설하고 벌금의 하한선을 정하도록 하는 등 처벌 수위를 전반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 관계자는 “정부는 현장에 대한 개선 없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만을 생각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업주 처벌 수위는 엄한데 어떤 사고가 처벌 대상인지, 정확히 누가 얼마나 처벌받는지 법 시행 1년이 지나도록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이 경영 책임자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개월 정도 소요된다. 법률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경영 책임자의 관리책임 위반을 찾고, 고의성까지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틀 만인 지난해 1월29일 발생한 삼표산업 사건은 해를 넘겨 지금도 수사 중이다. 5개월간 사고를 조사한 고용노동부가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겼는데, 검찰은 삼표산업의 오너까지 소환 조사하며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 중대재해법 위반 기소 1호인 두성산업은 “헌법의 명확성 원칙, 과잉 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김용균 재단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전 사장의 2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원청회사의 책임을 면제해줬다”며 “대법원만큼은 수많은 죽음과 그 죽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염원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른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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