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술 한 잔?” 말했다 낭패 본다…소맥 한 병에 1만4000원 시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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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율 오르고 소주 가격 인상 압박 커져
출고가 인상→소매가격↑→음식점 가격↑ 가능성
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 ⓒ연합뉴스
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 ⓒ연합뉴스

고물가 행렬에 '술값'도 합류할 전망이다.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세율은 3.57% 오르고, 소주는 가격 인상 압박이 높아져서다. 이에 최종 유통과정을 거친 주류 물가는 더욱 뛸 전망이다. 일각에선 식당이나 주점 등에 판매하는 소주 1병 가격이 6000원, 맥주는 8000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의 대한 세율이 1ℓ당 30.5원(885.7원), 탁주는 1.5원(44.4원) 인상된다. 맥주의 경우 지난해 인상 폭(1ℓ당 20.8원)보다 46.6% 높다.

맥주와 탁주의 세율이 오르는 건 세법 시행령에 따른 결과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소주·와인)와는 맥주·탁주는 지난 2019년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으로 바뀌었다. 양에 대해 세 부담이 정해지는 대신 매년 물가상승률을 100% 반영해 ℓ당 세금을 조정한다.

이에 올해 맥주·탁주 세율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5.1%를 비례해 5.1%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고물가 상황 등을 반영해 물가상승률의 70%인 3.57%만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터라 올해 인상 폭은 지난해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맥주의 경우 세율이 올라가면서 주류업계의 출고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은 지난해 출고가를 올렸지만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전기료 등 원가 부담을 호소하며 출고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하이트 출고가를 7.7%,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출고가를 8.2% 각각 인상했다. 올해 세율 인상폭이 더 오른 상황에서 출고가 인상률이 전년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주세 변동이 없는 소주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 원료인 주정(酒精·에틸알코올) 가격이 지난해 7.8% 오른 탓이다. 설상가상 주정의 원료인 타피오카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연말 병뚜껑 가격도 오른 상황에서 소주병 공급 가격도 인상됐다. 제병 업체들은 2월부터 공용병인 녹색병 1병 가격을 183원에서 216원으로 약 18% 올렸다.

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시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시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높아진 세율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주류 업계가 출고가 인상을 결정할 경우 판매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서민들의 체감 인상률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출고가가 오르면 유통과정을 거친 편의점·마트 등 소매점 판매가는 인상 폭보다 더 오른 바 있다. 음식점, 주점 등에선 외식점주들이 다른 원가 부담까지 술값에 얹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24년 만에 가장 높은 주류 물가 상승률(5.7%)을 경험한 서민들의 입장에서 2년 연속 출고가 인상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음식점, 주점 등에서 판매되는 주류의 경우 더 큰 상승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해 소주 출고가가 1병당 85원 인상되면서 음식점 등 외식 업계는 소주 가격을 병당 500~1000원 인상했다. 소주 1병당 5000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도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소주 1병에 6000원을 받고 있다.

이에 출고가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식당에선 소주는 병당 6000원이 일반화될 수 있고, 맥주는 80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소주와 맥주 한 병씩만 시켜도 1만4000원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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