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2019, 왜 지금도 대중은 ‘트로트’에 호응하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4 14: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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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 시청률이 입증한 트로트의 힘
트로트 프로그램 인기가 지속되는 세 가지 이유
원조 오디션·스핀오프·장르 확장 전략 통했다

《미스트롯》은 트로트라는 장르에 불을 붙였다. 전 국민이 이 새로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했고, 새로운 스타 탄생에 환호했다. 열기는 이듬해 《미스터트롯》을 거치며 더 뜨거워졌다. 시즌2의 부진도 없었다. 《미스트롯2》까지 인기를 얻자 방송가는 트로트에 몰입했다.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트로트 오디션뿐 아니라 K트로트의 세계 진출을 시도하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돌리는 채널마다 트로트가, 트로트 스타가, 트로트 예능이 등장하는 ‘트로트 전성기’. 2019년부터 시작된 트로트의 부흥은 그야말로 ‘열풍’이라 부를 수밖에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었다.

이 현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트로트가 다시 활기를 찾았다. MBN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과 TV조선 《미스터트롯2》가 그 주축이다. 5%의 시청률도 넘기기 힘든 새로운 미디어 구조 속에서, 무려 16.6%와 20.5%(2월22일 기준 최신 회)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트로트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왜 아직도 대중은 트로트에 화답할까.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왜 트로트는 방송가가 놓칠 수 없는 장르가 됐을까.

ⓒYoutube 화면캡처·freepik

진화하는 ‘원조 트로트 오디션’

일각에서는 트로트의 부흥 배경을 ‘옛것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뉴트로(New+Retro)’라는 키워드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트로트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와 높은 시청률을 설명하기 어렵다. ‘옛 노래’를 찾는 수요가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로 무조건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로트를 다룬 예능이 모두 성공했던 것도 아니다. 한 자릿수 시청률에 그치며 종영한 프로그램도 있다. 트로트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주효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오디션’이다.

2019년 《미스트롯》을 기점으로 트로트가 오디션 영역에 들어왔다. 그동안 중심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외됐던 ‘트로트’라는 장르와 ‘오디션’이라는 키워드의 결합에 중장년층은 ‘본방 사수’를 하며 호응했다. 그동안 아이돌과 댄스음악을 중심으로 편성됐던 대중문화의 주무대에 트로트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무명의 참가자들이 실력을 입증하며 스타로 성장하는 서사를 펼치기에 최적인 포맷이다. 프로그램이 이슈가 되자 젊은 시청자들도 함께 프로그램에 유입되면서 2049 시청률까지 함께 올라갔다. 여러 세대가 관심을 가지자 트로트라는 장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행사를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던 트로트가 음원이나 방송으로 활동 영역을 본격적으로 넓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새 얼굴들은 팬덤을 만들어냈다. 마치 팬들이 아이돌 오디션 참가자를 응원하고 투표하면서 스타로 키워내듯, 대국민 응원투표와 실시간 문자투표를 통해 트로트 가수들을 응원하면서 키워내는 팬덤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것이다. 《미스터트롯》은 그 정점을 보여준 예다. 결승전 국민 문자투표에는 770만 표가 몰리면서 새로운 트로트 스타의 탄생에 많은 대중이 일조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오마주해 오픈 상금제를 도입한 《불타는 트롯맨》 ⓒMBN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오마주해 오픈 상금제를 도입한 《불타는 트롯맨》 ⓒMBN
《미스터트롯2》 《불타는 트롯맨》 관객들이 열광하고있다. ⓒYoutube 화면캡처·MBN 제공
《미스터트롯2》 《불타는 트롯맨》 관객들이 열광하고있다. ⓒYoutube 화면캡처·MBN 제공

팬덤의 시작점이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얼마나 스타성이 있는 참가자들을 확보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포맷을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중요하다. 많은 트로트 프로그램이 부진을 겪으며 침몰한 가운데, 트로트 오디션을 탄생시킨 TV조선의 《미스터트롯2》와, TV조선에서 트로트 열풍을 빚어낸 서혜진 군단이 만들어낸 MBN의 《불타는 트롯맨》이 동시기에 맞붙으며 트로트 인기를 견인하는 현상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원조 방송사와 원조 제작진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을 넘어 어디서 ‘빅 스타’가 탄생할 것인지, 혹은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이 인기를 끄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구도를 그려냈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2》는 5억원이라는 역대급 상금을 내걸었고, ‘우승부’를 통해 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원조 트로트 오디션으로서의 위용을 보였다.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불타는 트롯맨》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오마주해 오픈 상금제를 도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국민 응원투표 수도 상금으로 환산돼 결승 진출자들에게 ‘특별 응원 상금’으로 지원된다.

트로트 프로그램이 배출한 국민 스타들의 입지가 굳건한 상황에서, 두 프로그램의 공통 목표는 ‘제2의 임영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팬덤이 열광할 대상은 결국 참가자다.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새로운 ‘트롯맨’들의 스타성에 따라 재평가될 수 있다. 오디션이 둘로 나뉘어 시청자의 시선이 분산되는 와중에도 참가자들 각각의 팬덤은 생겨나고 있다. 먼저 TOP8을 결정지은 것은 《불타는 트롯맨》이다. 결승 진출자 7인에 현장에 모인 국민 대표단이 직접 뽑은 1인을 더한다는 설정 역시 국민의 참여를 통해 스타를 배출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불타는 트롯맨》 TOP8 진출자들. 왼쪽부터 공훈, 김중연, 민수현, 박민수, 손태진, 신성, 에녹, 황영웅 ⓒMBN 제공

팬덤 키워내는 스핀오프 콘텐츠의 역할

이렇게 만들어진 팬덤은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재생산되는 수많은 콘텐츠로도 유입되면서 트로트의 인기를 지속시킨다. 실제로 《미스터트롯》은 유튜브와 SNS를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팬덤을 키웠다.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해외 스케줄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팬들의 충성도를 유지한 것이다. 정혜윤 명지대 예술학부 교수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탄생시킨 스타들은 실시간으로 동영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V라이브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덤을 형성하면서 트로트 프로그램의 두꺼운 지지층을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젊은 세대들에게만 호소력을 가진 것이 아니다. 트로트의 온라인 플랫폼은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세대라 불리는 중장년층에게도 훌륭한 놀이터”라고 분석했다.

방송가의 전략적인 부분도 주효했다. 보통의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경연이 끝난 후 각자 갈 길을 모색한다. 이 때문에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우승자들이 또 다른 오디션행(行)을 택하기도 한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스핀오프(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로 후속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기 참가자들을 등장시키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계속 가져갔다.

《미스터트롯》 트롯맨들이 참여한 2부작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의 맛》의 시청률은 23%를 넘겼고, 신청자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불러주는 《사랑의 콜센타》는 1년 반 동안 사랑받았다. 최고 시청률은 23.1%였다. 이들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뽕숭아 학당》까지 선방하면서, 《미스터트롯》이 만들어낸 트로트 인기는 프로그램 종영 이후에도 이어졌다. 여기에 김연자, 주현미, 설운도, 장윤정 등 기성 트로트 가수들까지 등장하면서 ‘트로트의 시간’은 더 길어졌다. 온라인 영상 콘텐츠 유통업체 스마트미디어렙에 따르면 《사랑의 콜센타》는 SBS 《런닝맨》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꺾고 2021년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얻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후속 프로그램은 미처 오디션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참가자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장치이기도 하다. 이미 《불타는 트롯맨》은 스핀오프 프로그램 편성을 확정했다. 스핀오프를 통해 ‘트로트 스타’로 나아가는 길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윤 작가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이어지는 스핀오프를 통해 송가인·임영웅과는 또 다른 결의 트로트 스타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스터트롯》 트롯맨들이 신청자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불러주는 《사랑의 콜센타》는 1년 반 동안 사랑받았다. ⓒTV조선
《미스터트롯》 트롯맨들이 신청자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불러주는 《사랑의 콜센타》는 1년 반 동안 사랑받았다. ⓒTV조선

트로트의 정의에서 벗어난 트로트 무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노래를 전부 트로트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임영웅의 대표 무대곡이었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포크 장르다. 《미스터트롯》에서 등장한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발라드다. 최근 《불타는 트롯맨》 준결승전 무대에서 불린 심수봉의 《비나리》는 ‘트롯발라드’라는 장르로 불린다. 《불타는 트롯맨》 마스터들도 이 장르적 확장성에 주목한다. 남진은 심사평 중 “《모르리》는 트로트가 아니고 팝발라드 스타일”이라고 언급했고, 조항조는 “장르에도 발라드트로트가 있고, 록트로트가 있고, 댄스트로트도 있다”고 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강약 박자를 넣고 독특한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형식’이라는 정의에서 벗어난다. 무대에 오르는 노래는 ‘오랫동안 기억된 가요’들이다. 한 시대를 대변하고, 보편성을 지닌, 대중이 사랑한 노래들로 그 정의가 확장된다. 장르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트로트를 그렇게 해석하면 박선주의 멘트도 이해할 수 있다. “마음에서 나오는 울림을 가장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장르가 트로트라 생각한다. 쌈바도 트로트고, 발라드도 트로트다. 트로트야말로 다 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음악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나면서 트로트는 ‘뮤트롯’ ‘댄스트롯’ ‘성악트롯’으로도 진화한다. 포르테 디 콰트로의 손태진과 레떼아모르의 길병민 등 성악가들이 두 프로그램에 각각 등장해 ‘성악트롯’을 선보였고, 뮤지컬 스타인 에녹은 특유의 퍼포먼스와 표현력을 《불타는 트롯맨》 무대에 더했다. 기존의 음악적 팬덤에서 트로트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새로운 도전과 음악적 영역 확장을 응원하는 팬도 많다. 박현호, 김중연 등 아이돌 출신 참가자들의 ‘댄스트롯’은 그들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미스터트롯2》의 최수호는 자신의 전공인 판소리를 이용해 음악을 풀어낸다.

다양한 음악적 색깔이 트로트라 불리는 기성 가요에 더해지면서 트로트는 중장년층 이상의 특정 연령대가 즐기는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연령대의 플레이 리스트에도 오를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으로 확장된다. 트로트 오디션을 통해 탄생한 스타들도 활동 장르를 넓히면서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 트로트와 성악을 오가며 활동하는 ‘트바로티’ 김호중은 최근 송가인과 팝발라드 장르의 듀엣곡을 발매했다. ‘찬또배기’ 이찬원도 발라드풍 곡을 내놓으며 호평받고 있다. 발라드를 가미한 감성 트로트로 사랑받으며 트로트의 장르적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영웅은 지난해 정규 앨범을 통해 발라드, 댄스, 포크송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아냈다. 트로트 오디션이 단순히 ‘트로트 가수’를 배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중이 사랑하는 가요를 통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 오디션 프로그램의 과제가 된 ‘참가자 검증’

참가자에 대한 인성 검증은 오랜 시간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의 과제로 인식돼왔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참가자가 등장하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도 이 어려운 과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참가자의 인성이나 그가 거쳐 온 서사도 투표에 작용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작진이 참가자의 모든 과거를 확인하고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에는 《미스트롯2》 참가자인 진달래가 학교폭력 의혹을 일부 인정하고 하차했다. 당시 제작진은 진달래가 눈물을 흘리며 하차하는 장면을 안타깝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2020년 말부터 방영된 《트롯전국체전》 우승자인 진해성에게도 학폭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진해성 소속사 측은 “해당 글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무분별한 허위·추측성 글과 보도를 삼가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고,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최근에는 《불타는 트롯맨》의 참가자이자 유력한 우승 후보인 황영웅이 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상황 파악에 나섰다. 제작진은 2월23일 “오디션 당시, 참여를 원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어 결격 사유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받는 등 내부적 절차를 거쳐 모집을 진행한 바 있다”며 “논란이 된 참가자 또한 해당 과정을 거쳐 참가하게 됐으며, 이후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꿈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기에 제작진 역시 과거사와 관련해 갑작스레 불거진 논란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제작진이 한 개인의 과거사를 세세하게 파헤치고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사실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조속한 상황 파악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불타는 트롯맨》은 결승전 무대 녹화를 마친 상태로, 시청자 문자투표와 우승자 발표만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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