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블랙홀’ 현실화하나…野 내홍에 대여 메시지 ‘실종’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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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 스포트라이트 ‘독식’
당 안팎 “대여 공세에 힘 안 붙는다” 자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반란 표 색출 작업에 돌입하면서, 당 내홍에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실정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이재명 블랙홀에 빠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대여 투쟁 강화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전략을 구상했지만,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은 더욱 거칠어지는 분위기다.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선 “이대론 승산이 없다”며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플랜B’ 요구가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 연합뉴스

“내홍 잠재워라”…대여 투쟁 끌어올리는 野

2일 민주당 지도부가 내놓은 메시지는 ‘대여 투쟁’에 집중됐다. 이날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 등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두고 맹폭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의 ‘일본은 협력 파트너’와 ‘세계사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기념사 발언이 “매국노 이완용과 차이가 없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외교 노선을 정면으로 비판한 대목이다.

이외에도 최근 민주당은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와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의 부동산 땅 투기 의혹 등을 두고 공세의 고삐를 쥐고 있다. 동시에 3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한 민주당은 대장동‧김건희 여사 ‘쌍특검’ 법안과 양곡관리법‧방송법‧노조법 개정안 등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당 내홍 수습 방안으로 이 같은 전략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체포동의안 정국의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도 연일 윤석열 정부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대신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확인된 비명(비이재명)계의 무더기 이탈로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는 세간의 평가와 관련해선 침묵 중이다. 이 대표는 향후 거취 표명 계획이나 강성 지지층의 반란 표 색출 움직임 등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李 블랙홀’에 “리더십 사라졌다”…고개 드는 ‘플랜B’

그러나 당 일각에선 지도부의 전략에 회의적 기류가 감지된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이 대표 사퇴 요구가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는 상태에선 대여 투쟁 메시지가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권 이슈가 사실상 ‘이재명 블랙홀’에 빠진 상태 같다. 대여 투쟁 동력이 힘을 받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양곡관리법 등 이슈는 체포동의안 정국에 비해 여론의 관심도에서 멀어진 상태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보면, 지난 일주일간 ‘더불어민주당’의 연관어는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이다. 쌍특검이나 양곡관리법‧방송법‧노조법 개정안 등 다른 단어는 전멸 수준이다.

지난달 23일부터 3월2일까지 국내 54개 언론사에서 작성한 4430건의 기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연관어 분석 결과 ⓒ 빅카인즈
지난달 23일부터 3월2일까지 국내 54개 언론사에서 작성한 4430건의 기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연관어 분석 결과 ⓒ 빅카인즈

이에 민주당 일각에선 전 당원 투표로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매듭짓자는 주장도 나온다. 안민석 의원이 대표적이다. 안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이니 사퇴 여부는 당원들에게 물어보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이를 두고 비명계에선 ‘지지층 힘에 빌려 이탈의 싹을 자르려는 꼼수’라는 반발이 나와,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원래 내부 분열이 제일 어렵다.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간 파워게임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며 “이 대표와 가까운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고 이 대표는 사퇴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해 ‘포스트 이재명’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도 “민주당에서 기권이나 무효표를 던진 사람들은 사실상 이 대표에 명예롭게 물러날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미 이 대표의 리더십은 사라진 상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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