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원유 中·인도에 몰래 나르는 ‘그림자 선단’의 정체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3.0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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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에서 러시아 원유 수입 급증
“러, 국제 제재와 가격상한제 회피 가능” 우려
러시아 이르쿠츠크 석유회사(INK)소유 야락타 유전의 디젤 공장 모습 ⓒ  REUTERS=연합뉴스
러시아 이르쿠츠크 석유회사(INK)소유 야락타 유전의 디젤 공장 모습 ⓒ REUTERS=연합뉴스

러시아 원유를 중국과 인도 등에 실어 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의 규모가 수백 척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1일(현지 시각) 원유수송업 종사자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맡는 그림자 선단 규모를 대형 유조선 수의 약 10%인 600척으로 추정했다.

그림자 선단은 국제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대상으로 주로 거래하는 유조선들을 일컫는다. 이 선박들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응답기를 끄는 방식으로 활동을 은폐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CNN에 따르면, 그림자 선단은 대부분 고물에 가까울 정도로 연식이 오래된 선박들이다. 주로 서방 국가가 제공하는 보험은 이용하기가 어려워, 값싼 중고 유조선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위험부담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선단에 소속된 선박의 실소유주 정보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일부는 두바이 또는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에 관련된 것으로 전해지며, 러시아 정부 연루설도 있다.

그림자 선단은 최근 국제 제재로 러시아와 유럽의 원유 거래가 끊기고, 러시아와 중국·인도의 거래가 급증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규모는 지난해 하루 평균 190만 배럴을 기록해 전년 대비 19% 급증했다. 인도는 같은 기간 수입 규모가 800% 증가해 하루 평균 90만 배럴로 집계됐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는 올해 1월 유럽연합(EU)이 해상 운송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수입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적선만으로는 급증하는 원거리 운송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주요 7개국(G7)의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기업들의 법적 리스크와 평판 악화 부담이 커지고, 러시아도 서방 선박 사용을 꺼리면서 그림자 선단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림자 선단의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 선박중개업체 EA 깁슨에 따르면, 러시아는 운송 거리 확대로 최대 운송 용량을 기존보다 4배가량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원유거래업체 고위임원은 이러한 수요 증가로 인해 한 달에 25∼35척의 선박이 그림자 선단에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이 경제 회복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경우 당분간 그림자 선단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림자 선단의 활동이 늘어나면 러시아는 국제 제재와 가격상한제를 회피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한다. 러시아의 실제 원유 수출 규모도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러시아 원유 수송에 동원되는 선박이 늘어날수록 전체 선박 적재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운송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EU는 지난 주말 러시아 국영선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의 자회사 선십매니지먼트(Sun Ship Management)가 러시아 원유 해상 운송에 관여하는 주요 업체 가운데 하나라며 제재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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