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민심의 바다에는 누가?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6 08:05
  • 호수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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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간 대결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은 김기현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가운데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황교안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의힘에 여러모로 득이 되는 이벤트임이 분명하다. 선거전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면서 당의 지지율도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지율 상승에는 물론 민주당의 ‘이재명 리스크’에 따른 반작용의 영향도 있겠으나,당대표 경선이 만들어낸 ‘컨벤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초반부터 잇달아 불거진 갖가지 이슈가 좋든 싫든 대중의 시선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일부 중량급 인사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하면서 숱한 뒷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우여곡절마저 아이러니하게 세간의 이목을 끄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두고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다지만, 집권여당 집안싸움이 도를 넘었다. 이러니 윤석열 대통령이 당대표를 지명하고 끝내라는, 웃지 못할 비판만 계속되는 것”이라고 비난했고, 정당 민주주의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 지지율의 기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막장’이든, ‘웰메이드’든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화제성 면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드라마로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화제성과 지지율을 압도하며 눈길을 끈 것은 따로 있다. 국민의힘의 이번 선거를 지배하는 ‘윤심(尹心)’의 영향력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윤 대통령의 의중이 수시로 호출되며, 심지어는 ‘대통령 탄핵’이나 ‘대통령 명예 당대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윤심’의 막강한 힘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1차 투표에서 결정되든, 결선투표로 가든 윤심은 계속 당대표 선거의 최대 변수로서 기능할 것이고, 결국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끝까지 ‘윤심의 바다’ 위에서 출렁거릴 것이 분명하다. 결과를 떠나, ‘민심의 바다’ 위에서 움직이며 국민의 지지와 동행해야 할 정당의 대표 선거가 최고 권력자의 마음 안에서 움직이는 이 현상은 두고두고 당의 미래에 큰 흠집을 남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여당이 ‘윤심의 바다’ 위에서 흔들릴 때 제1야당의 모습은 또 어떤가. 비록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까스로 부결되긴 했으나, 이재명 대표 앞에 놓인 사법 장벽이 여전히 강고한 데다 대표의 리더십까지 크게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재명 리스크’는 가중됐고, 이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당의 운신 폭은 좁아들었다. 이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자신은 떳떳하다고 말하지만 그 ‘이재명의 마음’이 민주당 당원을 넘어 국민 전체에 제대로 전파될지는 알 수 없다. 여당이 ‘윤심의 바다’를 건너 민심의 바다로 나아가야 정당으로서 바로 설 수 있듯 민주당도 ‘이심(李心)’의 바다를 넘어 민심의 바다 위에 올라서야 제 갈 길을 찾을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윤심’ 문제나 민주당의 ‘이재명 리스크’보다 더 급하고 중한 것은 딱 하나, ‘민심 리스크’다. 지금은 당이 대통령이나 대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보다 국민의 말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다. ‘민심의 파도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 일러주듯 정치는 민심의 바다 위에서만 제대로 된 항해를 할 수 있다. ‘윤심의 바다’나 ‘이심의 바다’ 위를 부유하는 배는 허상일 뿐이며, 그 배로 진짜 민심의 조류를 읽고 전진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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