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尹대통령의 ‘친일’ 외교…‘반일 골짜기’ 어떻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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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참사” 비판에도 ‘한‧일관계 정상화’ 드라이브
관건은 여론의 ‘공감’…野는 ‘친일 프레임’ 공세 예고

정부가 6일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 기업의 출연으로 재단을 설립해 피해 배상을 하는 게 골자다. 피고인 일본 전범 기업은 배상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자평했지만, 외교계 일각에선 ‘한국 정부의 완패’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반일(反日) 감정은 일종의 ‘역린(逆鱗)’으로 통하는 만큼, 정부는 이번 배상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예상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기조 아래 친일 외교 노선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 사이 야권은 윤석열 정부에 ‘친일파 프레임’을 달아 공세의 고삐를 죄려는 태세다. 정부는 사후조치로 배상안 관련 공감대 확산을 위한 여론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13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13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反日 역풍 우려에도…尹정부 “한‧일 관계 정상화가 우선”

6일 외교부는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안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설립해 포스코‧KT 등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피해자에 지급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일본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 미씨비시중공업의 참여는 담보되지 않았다. 대신 두 기업은 한‧일 양국 간 논의 중인 청년사업 관련 공동 기금 조성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는 끌어내지 못했지만, 한국의 ‘대승적 결단’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게 됐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강제징용 피해배상 관련 협상은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밀어붙였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피해자 대부분이 90대의 고령이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문제를 끌고 갈 순 없다”는 데 정부와 일부 유족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 분위기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친일 외교 노선을 굳혔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3월 한‧일, 4월 한‧미 정상외교를 거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른바 ‘셔틀외교’를 복원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도 ‘의도된 장치’라는 해석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국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 외교부와 대통령실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지와는 별개로 친일 외교 기조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미지수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한 반발로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일었을 당시, “일본과 협상”을 외쳤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폭락한 바 있다. 민주당 진영에서 반일 감정에 호소하는 동시에 자유한국당엔 ‘친일파 프레임’을 씌우는 정치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란 게 당시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제74주년 광복절인 8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아베 규탄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일본의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노 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 8월15일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아베 규탄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당시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예고된 野의 ‘친일파’ 공세…與 일각 “반일장사 안 통해”

이번에도 야권은 윤석열 정부에 ‘친일파 프레임’을 내거는 등 맹공을 예고했다.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는 윤석열 정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해법안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대일 굴종 외교의 끝판왕”이라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법원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향후 윤석열 정부의 친일 외교 노선과 관련한 공세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민주당은 피해자들과 연대해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려는 모든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친일 노선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도 읽힌다. 2019년 ‘노 재팬’ 운동 당시처럼 대규모 역풍이 불 가능성은 낮다는 반응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은 총선에서 반일 프레임을 또 쓰려고 할 건데 이제 안 통할 것이다. 그때(2019년)와 상황이 바뀌었다”며 “다시 ‘노 재팬’을 해도 감동은 없을 거다. 그런 식의 반일장사는 이제 안 통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야권의 반발을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대신 정부는 향후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국민 소통 행보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외교부는 강제징용 배상해법 발표 이후 “피해자 및 유가족 대상으로 정부 해법안과 이후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기억과 추모, 연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 강화 검토 및 대국민 소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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