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분당’ 상태? 커지는 與전대 ‘후유증’ 우려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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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전대 개입’ 주장했던 安‧黃 앙금 여전
비윤계 ‘당정일체’에 반감…“金, 당 운영 쉽지 않을 것”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에 김기현 의원이 선출됐다. 김 대표는 ‘울산 땅 투기 의혹’,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의혹’ 등 숱한 굴곡에도 결선투표 없이 8일 승리를 확정 지었다. 다만 김 대표는 친윤석열계(친윤)와 비윤석열계(비윤)로 갈라진 당을 통합하고 쇄신해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김 대표가 ‘화합’을 다짐했지만, 당내에선 계파 갈등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포탕’ 내세웠지만…安‧黃 ‘투쟁’ 예고

김기현 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했다. 당권을 두고 경쟁하더라도, 경쟁이 막을 내리면 상대를 포용하고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당권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과 조경태 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8일 당선을 확정지은 뒤 “뜨거운 열정으로 경쟁을 펼쳐주셨지만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한 존경하는 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님께도 멋진 레이스를 펼쳐주셔서 감사 말씀 드린다”며 “우리는 하나다. 하나로 뭉쳐서, 똘똘 뭉쳐서 총선 압승을 이루자”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공언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의원, 황교안 전 대표는 전당대회 직전까지 김 대표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이 김 대표를 당선시키려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두 후보는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와 별개로 ‘대여 투쟁’을 이어가겠다 예고한 셈이다.

안 의원은 법적 대응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안 의원 측은 7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김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행정관이 시민사회수석실 소속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공무원이 특정인 선거 운동을 대신 해주면 안 된다. 이것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2년 실형을 받았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까지 언급했다.

안 의원은 이날 김 대표에 대한 ‘앙금’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통상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후보도 신임 당 대표의 수락연설을 듣는 게 관례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 김 대표가 수락연설을 시작하자 바로 자리를 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 캠프의 (오른쪽부터) 이종철 수석대변인, 김영호 청년 대변인, 김동국 대변인이 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수사처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 캠프의 (오른쪽부터) 이종철 수석대변인, 김영호 청년 대변인, 김동국 대변인이 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수사처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親尹-非尹 노선차 선명…“총선 앞 갈등 증폭” 우려도

비윤계와의 ‘융화’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원했던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모두 낙선했다. 다만 천하람 변호사의 경우 황교안 전 대표를 뛰어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깜짝 선전’했다. 이들이 원내외에서 ‘반(反)윤핵관’ 구호를 외칠 경우 김 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지도부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총선을 앞두고 비윤계와 친윤계의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는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천 관련 의견도 듣겠다고 밝혔다. 반면 비윤계 후보들은 ‘공천 개혁’ 등을 주장하며 ‘당정일체’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만약 비윤계 후보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경우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의 ‘비박-친박-진박’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표는 “당내 개혁세력이 당내에서 투쟁할 방법이 많지는 않다. 왜냐면 어떻게 공천할지 뻔히 예상된다”며 “당무개입이 가속화된다면 반발에너지는 더 커질 것이다. 그 에너지는 ‘뭔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윤계 한 초선의원은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은 ‘심리적 분당’ 상태”라며 “김 대표가 ‘큰 정치’를 하지 않으면 적진(민주당)보다 더 큰 내홍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김기현 대표의 미래가 절대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당대 관계를 마냥 당정일체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 (당정일체를 추구하면) 갈등을 봉합해야 할 국면에서도 봉합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당내 갈등이 이어지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윤심(尹心) 후보’라는 타이틀이 전당대회에선 김 대표에게 ‘날개’가 됐지만, 당선 후에는 ‘족쇄’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대표는 대통령이 밀어서 된 당 대표이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고 당내 위상도 높지 않을 것”이라며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일사불란하게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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