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시설이 쉼터로…경비·청소 근로자 “일할 맛 난다“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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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분들이 밤에 제대로 휴식하러 갈 곳 없어 안타까웠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10곳 중 4곳 휴게시설 미비
부산도시공사, 시범 도입된 휴게공간 운영 뒤 장단점 파악
부산도시공사가 최근 ‘금호 센트럴베이 행복주택 일광‘에 조성한 아파트 근로자 휴게실 ⓒ부산도시공사 제공

2023년 3월 말 입주가 시작되면 1000여세대가 들어설 ‘금호 센트럴베이 행복주택 일광‘에는 다른 아파트단지에서 좀체 보기 힘든 근로자 휴게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휴게시설에는 시스템에어컨과 바닥난방, 욕실, 주방가구 등 주거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은 아파트단지 경비원과 청소근로자 10여명이 함께 쓰는 휴게실이다. 휴게실은 총 2개 실로,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눠져 있다. 1개 실은 약 9평 규모다. 

전국의 대다수 아파트단지 휴게실은 지하에 위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고나 컨테이너를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간이 협소하거나 채광과 통풍, 환기가 어려운 곳에 위치해 근로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받는 등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부산도시공사는 이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이 휴게시설을 조성했다. 조성에 들어간 금액은 1여억 원인데, 공사 자체 예산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게시설 조성에는 김용학 사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 휴게시설 설치로 경비 근로자는 야간 휴식시간에 근무지인 경비실에서 쪽잠을 자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별도의 독립된 휴게공간에서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가능해졌다. 청소 근로자는 무더위나 혹한을 피해 냉난방이 갖춰진 공간에서 휴식할 수 있게 됐다. 

박태연 공사 주택사업처 주택사업2부 차장은 “경비원분들이 밤에 제대로 휴식하러 갈 곳이 없어 안타까웠다“며 “(이런 것들이) 한 번 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사무실 개념인 공간을 내어주지 이처럼 취사 등이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제가 알기로는 최초인 것 같다“고 했다.

부산도시공사가 휴게시설 조성을 위한 사업 승인을 받았을 때는 고용노동부(노동부)의 휴게시설 의무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이었다고 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8월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사실상 주거시설을 완비한 휴게시설을 조성하기에 어렵고,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도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 노동부가 올 초 대학교·아파트 등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은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휴게공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인 크기와 온도 등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부산도시공사의 이번 아파트 휴게시설 조성을 롤모델로 삼아 노동자 휴게시설에 대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충분히 휴게시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되면 가장 베스트다. 여럭이 되면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다만 규모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도시공사는 이번에 시범 도입된 휴게공간을 운영하며 장단점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차후 설계가 진행되는 현장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김용학 사장은 “근로자들의 충분한 휴식은 입주민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인권을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안전하고 신바람 나는 일터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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