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트럭사고 분향소서 위패 수난…조합장의 ‘보이는 손’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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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들 위패 슬쩍 맞바꿨다가 제자리에…우왕좌왕에 분향소 ‘술렁’
“장례위원장이 고인 사진도 모르냐” vs “착각해서 빚어진 일, 죄송”
추모분위기 찬물…사고현장에 분향소 설치했다가 유족 반발 사기도

전북 순창 트럭참사 사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장례위원장인 현직 농협 조합장이 고인들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바꿔놨다가 되돌려 놓는 등 우왕좌왕하는 실수를 범해 빈축을 샀다. 분향소 안팎에서 명색이 장례위원장인 조합장이 ‘고인의 영진 사진도 제대로 구분 못하느냐’는 입살에 오른 것이다.

​13일 오후 전북 순창 트럭사고 사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장례위원장인 현직 농협조합장이 고인들의 영정 사진과 위패를 바꿔놓았다가 되돌려 놓는 등 우왕좌왕해 빈축을 샀다. 명색이 장례위원장인 농협조합장이 ‘고인의 영진 사진도 구별 못하느냐’며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시사저널 정성환​
​13일 오후 전북 순창 트럭사고 사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장례위원장인 현직 농협조합장이 고인들의 영정 사진과 위패를 바꿔놓았다가 되돌려 놓는 등 우왕좌왕해 빈축을 샀다. 명색이 장례위원장인 농협조합장이 ‘고인의 영진 사진도 구별 못하느냐’며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다. 13일 오후 이 아무개 조합장이 고인의 위패 자리를 바꾸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3일 오후 1시 10분쯤, 순창군 구림면 면체육관에 차려진 조합장선거 트럭참사 사망자 추모 합동분향소. 이 아무개 구림농협 조합장이 체육관 1층 차려진 분향소 앞으로 다가가더니 오른쪽 두 번째와 세 번째 위패를 슬쩍 바꿔놨다. 

분향소는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고, 이 조합장도 심상치 않은 낌새를 챘는지 주변에 연신 고인의 영정 사진과 위패의 일치 여부를 물었으나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후 그는 휴대폰으로 누군가에 전화 연락을 한 뒤 이번에는 슬그머니 위패를 원위치로 돌려놨다.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일로 위패가 의문의 수난을 당했다. 

이는 이 조합장이 추모객에게 ‘고인의 영정과 위패를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해,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면서 일어났다.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3선 제한에 걸려 불출마한 그는 사망사고 장례위원장이다. 이 조합장은 ”며칠 전, 전남 해남 장례식장 조문 당시에 봤던 고인의 영정사진을 착각해서 빚어진 일“이라며 “죄송하다”고 머리 숙였다.  

합동 분향 또한  ‘반쪽짜리’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4명의 고인을 기리는 합동분향소에 가족들의 뜻에 따라 최아무개씨 경우 고인의 영정사진 없이 위패만 놓여 있어서다. 

13일 오후, 전북 순창 트럭사고 사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장례위원장인 현직 농협 조합장이 고인들의 영정 사진과 위패 위치를 착각해 바꿔놓았다가 되돌려 놓는 등 우왕좌왕해 빈축을 샀다. 분향소가 술렁이자 장례위원회 관계자 등이 모여 들여 정확한 사망자 위패 자리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3일 오후, 전북 순창 트럭사고 사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장례위원장인 현직 농협 조합장이 고인들의 영정 사진과 위패 위치를 착각해 바꿔놓았다가 되돌려 놓는 등 우왕좌왕해 빈축을 샀다. 분향소가 술렁이자 장례위원회 관계자 등이 모여 들여 희생자들의 위패 자리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앞서 구림농협 등 장례위원회는 합동분향소를 사고 현장에 설치하려 했다가 유족 측의 거센 반발로 부랴부랴 면체육관으로 분향소를 옮겼다. 앞서 순창군과 농협, 유족, 유관기관 등은 협의를 거쳐 구림농협 자재집하장 건물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장례위원회는 10일 오전 합동분향소를 조합장선거가 치러진 투표소에 설치했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분향소가 위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일부 유족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장례위원회에서 장소 변경을 수용했고, 오전 11시 30분쯤, 완성됐던 분향소를 통째로 뜯어내 농협 뒤편 구림체육관으로 옮겼다. 이로 인해 합동분향소는 애초 이날 낮 12시부터 운영될 계획이었지만, 장소를 옮기게 되면서 오후 3시께야 시작됐다. 

결국 돌고돌아 구림면체육관이 투표소와 분향소의 최적지였던 셈이다. 문제는 투표소와 분향소 논란에 그치지 않고 영정사진과 위패를 구분하는 못하는 소동까지 이어지면서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싸늘한 평가가 나온다.  

한편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쯤 순창군 구림면 구림농협 주차장에서 1톤 트럭을 몰던 70대 중반의 운전자가 투표소 밖에 길게 줄을 서있던 유권자를 덮쳐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4명은 숨졌고 16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비료를 싣고 나오던 운전자가 운전 조작 미숙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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