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버린 ‘코드인사’에 사면초가 KT…주총까지 첩첩산중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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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인사 영입으로 위기 타개 전략 물거품
전자투표 시작…지분 57% 소액주주 의중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KT ‘윤경림호’가 출범을 앞두고 연이는 악재를 맞고 있다. KT 사외이사 후보에 KT 자회사 대표 후보까지 내정 단계에서 결정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친(親)정부 인사 기용을 통해 위기를 넘기려 했으나 계획이 틀어진 모양새다. KT를 향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오는 31일 KT 주주총회를 앞두고 혼란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내정됐던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이 지난 9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윤 내정자는 사퇴 배경으로 “개인적인 사유”라고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그룹 주요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 부회장을 대표로 선임할 계획이었다. 당시 선임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청주MBC와 충주MBC 사장을 지냈던 윤 내정자는 지난 2013년 KT CR(Corporate Relations) 본부장에 임명된 바 있다.

KT스카이라이프 대표 선임 당시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윤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라는 점이 일정 부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내놓은 바 있다. 윤 내정자는 윤 대통령과는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윤 내정자의 사퇴가 KT 대표이사 인선을 둘러싼 여권의 부정적 기류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윤 내정자는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일 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임 고문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등을 지낸 금융통으로,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맡았다. 임 고문은 최근 내정된 KDB생명보험 대표이사직에 집중하기 위해서 사외이사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새노조 “경영진의 정치적 줄대기, 위기 증폭일뿐”

업계에서는 연이은 내정자들의 이탈을 두고 KT가 정부 코드와 맞는 인사 영입을 통해 여권의 반발을 넘어서려다 수포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시도가 여권에서는 더욱 반발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 새노조는 “난데없이 윤심(尹心)을 대표한다는 이를 사외이사와 자회사 사장으로 영입하고 이를 통해 위기가 해소될 것처럼 떠들다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정치적 줄대기는 위기의 증폭일 뿐임을 강조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관건은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다.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돼야 윤경림 내정자가 대표이사로 취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주총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지분 혈맹’을 맺었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이 “대표 선임에 있어 대주주 뜻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면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KT 대표 선임과정에서 줄곧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해왔던 최대주주 국민연금 등과 사실상 공동 행동을 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연금(8.53%)과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더하면 16%가 넘는다.

주총의 향방은 지분율 57%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느냐에 달려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집단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한 방향으로 의견을 취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KT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전자투표를 시작했다. 주주총회 전날인 이달 30일 오후 5시까지 주주들은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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