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치중하는 금융 지주회사 만들면 지역에 도움된다”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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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전에 본사 둔 기업금융 은행 설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돈을 스타트업이나 창업에 잘 돌게 하는 게 목표”

대전시는 올해 1월부터 케이뱅크·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컨설팅을 담당한 EY컨설팅이 관련 연구를 맡기는 등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 채비로 분주하다.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총체적이고 활력 있는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핵심 내용이다. 대전시는 SVB처럼 기업금융을 지원하는 자본금 10조원 규모 특수은행 설립을 목표로 하는데, 올해 징검다리가 될 ‘대전투자청’을 설립한 뒤 기업금융 중심 은행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윤창현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지난해 7월 출범한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벤처투자 전문은행 설립에 발을 들였다. 윤 의원은 1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평생을 경제학자로서 살아왔지만,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에 나서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제학 박사를 따고,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국민의힘 윤창현 국회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창현 국회의원 ⓒ연합뉴스

충청권에서 은행을 설립하려는 두 가지 움직임이 활발하다. 

“충남도가 충청권 지방은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하나은행에 흡수 합병된 충청은행을 부활한다는 개념이 추가됐다는 측면에서 충청은행의 부활이라는 테마로 볼 수 있다. 이 충청은행이 본질은 지방은행이고, 예금과 대출을 중심으로 한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다. 

윤석열 대선 캠프 공약이자 이장우 대전시장의 공약으로 나온 새로운 버전의 충청은행 부활은 기본적으로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이다. 이 모델은 지방은행이 아니라 전국 규모 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점포 중심이 아닌 인터넷 뱅크 형태가 될 수 있다. 예금과 대출 중심으로 한 상업은행에 펀드와 자산운용, 투자청 같은 형태의 자회사들을 여러 개 거느린 지주회사 형태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업무 성격이 다른 모델로 해석된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가 얘기했던 충청은행의 부활은 좀 제한된 개념인 반면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은 충청은행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모형이 제시됐다고 봐야 한다. 지주회사로서 자회사를 여러 개 두는 게 특징이다.”

자회사 규모를 어느 정도 구상 중인가.

“전국 규모의 인터넷 뱅크가 자회사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 뱅크 이외에 다른 금융기관들도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설립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청이 대표적인 예다. 투자청이라고 불리는 신기술금융사와 같은 벤처캐피탈이다. 일반인의 예금을 받는 게 아니라 대부분 펀드로 위탁받아서 그 펀드로 투자를 하는 회사가 자회사로 들어가는 거다. 이런 회사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신기술금융회사라고 부르지만,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면 어디에선가 자금을 끌어와서 필요한 곳에 투자해 돈이 돌 수 있도록 해준다는 면에서 이 회사들이 하는 역할도 다 뱅킹 역할이다.”

어느 단계까지 추진 중인가.

“현재 극히 초기 단계다. 밑그림 그리는 수준이다.” 

여러 형태의 자회사를 가진 지주회사로 구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은 설립 초기 주식 형태의 지분으로 받는 투자를 선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출을 선호한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기가 다른 금융회사가 여러 개 자회사 형태의 계열사로 잘 돼 있으면 일종의 협업 체제가 마련된다. 지주회사 밑에다 두고 자회사들이 각각 자기 특기를 잘 발휘하면 골고루 잘되기 마련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이 보유한 벤처캐피탈이나 투자은행(investment bank) 모델로 이해하면 되나.

“똑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리콘밸리라고 하는 세팅 하에서 이뤄지는 금융과 대한민국 충청도 대전에서 세팅해 이뤄지는 금융이 같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예금자도 다르고, 전체 세팅도 다르다. 규모에서 실리콘밸리은행은 자산이 2000억불 정도 되는데, 대전은 그렇게까지 커질 수 없다. 실리콘밸리은행 같은 형태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있으면 여러 가지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체적으로 그 돈이 스타트업한테 많이 갈 수 있다. 다른 은행보다 스타트업에 치중하는 형태로 지역 지주회사를 하나 만들 수 있다면 지역에 도움이 되고, 은행을 포함한 지주회사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느냐 이렇게 그림을 그려가는 거다.”

금융권에서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현재까진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이제 한번 해본다면 이런 정도다.”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

“현재 밑그림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지만, 금융위원회에 계속 이야기를 해놨다. 금융위원장도 잘 알고 있다. 밑그림에 맞는 모든 기관이 국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영업 인허가가 필요하다. 계속 필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인허가는 아마 괜찮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 이런 형태의 금융기관이 있나.

“전북은행과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다 지주회사로 돼버렸다. 지주회사 밑에 은행이 중심을 잡으면서 자회사들이 여러 개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국회의원이 1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 힘내라 우리경제 도약하는 한국금융’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창현 국회의원이 1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 힘내라 우리경제 도약하는 한국금융’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금융지주가 벤처캐피탈이나 투자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하나.

“어느 정도까지 하고 있다고 본다. 대전은 대덕밸리에 돈을 집어넣는 형태로 가려고 한다. 그 첫 번째 단계로 대전투자청 설립을 추진 중이다.”

대전투자청의 역활은 무엇인가.

“대전시가 대전투자청에 돈을 직접 넣겠다는 거다. 서울투자청이 외국인 투자 유치 부서라면, 대전투자청은 신기술금융 벤처캐피탈 형태로 아예 법적인 인허가를 받겠다는 거다. 그런데 대전시 등 광역단체가 직접 직접 신기술금융사를 설립한 사례가 없다. 이 탓에 의외로 행정안전부가 인허가 업무를 맡는다. 모든 게 갖춰지고 인허가 신청하면 우선 행정안전부가 대전투자청 설립을 허가해줘야 시작할 수 있다. 대전시가 그동안 맡겨서 운영했던 돈을 좀 투자청 자본금으로 넣은 후 투자청의 펀드를 쫙 모아서 운용하면 그게 은행이다. 자본금이든 어떤 형태로든 펀드 출자금 가입자들의 돈을 모으고, 펀드를 만들어 괜찮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그게 뱅킹이다. 대전투자청은 광범위한 의미의 투자은행인 셈이다.”

왜 은행 설립하기로 해놓고 대전투자청을 이야기하나. 

“뱅킹을 하려고 구상 중이다. 사실 대덕밸리 스타트업에 돈이 가게 만들려고 추진하는 것이지 은행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그래서 1단계로 대전투자청을 설립하고, 이어 인터넷 전문은행 형태의 종합 전국 규모 인터넷 전문은행 정도로 구상하고 있다. 그 두 가지가 핵심이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돈을 스타트업이나 창업에 잘 돌게 하는 게 목표다.”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로선 아직 금융위가 구체적인 것을 검토한 것 같지 않다. 대전에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주면, 규모나 형태 등을 대전이 고쳐나가야 한다. 특히 규제와 틀 등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돼 있지 않다. 지자체가 남는 돈을 적당한 규모로 투자청을 통해 스타트업에 보내겠다고 하는 것도 직접 설립하지 말라 이런 식인데, 직접 설립해서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가 자금을 조달해서 투자청을 설립하면 자금 집행이 한정돼 있고, 효율성도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게 아니겠나.

“좀 알아봤더니 지자체나 투자청이 지분을 취득했을 때 그 돈을 받은 기업은 굉장히 유리하다. 어쨌든 대전시 자회사에서 돈을 받았으니 아무래도 대전시가 신경을 써주지 않겠나. 예를 들면 위험이 줄어든다는 평가를 받으면, 다른 벤처캐피탈도 협력하고 도와줄 가능성이 크다. 함부로 집행하면 비효율로 갈 가능성도 있지만, 또 하나는 다른 투자에 비해서 더 안전하거나 유리하게 평가될 수도 있다. 두 가지를 다 같이 고려해야 된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문제로 대두됐다. 

“예금의 국채 매입, 금리 인상, 자본 증자, 뱅크런 이런 일련의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가장 안전한 국채를 샀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그게 오히려 독이 돼버렸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일반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이 사태로 마치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은행도 실패하는 거 아니냐 이런 소리는 어불성설이다. 교통사고가 난 걸 보고 이제 자동차 타는 사람은 다 죽는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서 볼 수 없던 특이한 경우다.

“아주 특이한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벤처 기업이 아니라 주로 개인이 예금한 돈을 채권에 투자한 은행이 있다. 바로 우체국 금융이다. 우체국 금융은 수많은 개인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지 않는다. 근데 여기는 벤처 회사들이다. 회사들이 할 수 없이 예금을 빼기 시작하고, 그것을 주려고 막대한 손실을 감내하며 채권을 팔았으니. 이번 사태는 일반화시키기 어렵고, 참고하면 될 듯하다.”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은행을 만드는 움직임에 대해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아직 특정 회사들이 기대감을 갖는 것 보다 이와 관련된 지역 언론과 정책 결정자 등 제3자가 ‘돈이 좀 돌겠구나’ ‘좋은 모형일 수 있겠다’ 여기는 분위기다. 지역에서 전반적 여론은 괜찮은 편이다. 왜냐하면 그냥 없어진 점포 중심 예금 대출 지방은행으로 부활한다 이러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분들도 있는데, 투자은행 개념으로 돈이 돌게 만드는 건 한번 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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