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잃었다면 비타민B12 결핍 의심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9 12:05
  • 호수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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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기능저하증 등 원인 질환 치료가 우선

78세 남성이 1년 동안 체중이 7kg 가까이 줄어 병원을 찾았다. 혀에서 쇠 맛이 나고 까끌까끌한 느낌이 나는 탓에 음식을 거의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검사상 비타민B12 결핍, 대구성(용적이 큰 적혈구) 빈혈, 갑상선기능저하증 소견이 확인됐다. 내시경과 복부-골반 CT 등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치료하면서 비타민B12를 보충한 결과 미각이 돌아왔고 체중 감소도 호전됐다. 

미각 이상은 왜곡되거나 변형된 미각을 특징으로 하는 상태를 말한다. 맛의 강도를 이전과 다르게 느끼거나 금속성으로 맛을 느끼는 등 미각 이상의 증상은 다양하다. 특정 맛을 느끼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고 메스꺼움, 구토, 구강 건조 같은 다른 증상도 동반될 수 있으며 이차적으로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미각 이상은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다. 쇼그렌 증후군(자가면역질환)이나 암에 대한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인해 구강 건조증, 아연 또는 비타민B12 결핍, 미각을 담당하는 신경의 손상, 알츠하이머 질환이나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신경학적 질환들, 만성 역류성 식도질환, 당뇨병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대사 장애도 미각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흡연 시 담배에 포함된 화학물질로 인한 미각 변화와 임신 중 호르몬 변화에 의한 미각 이상도 흔하다. 노화에 따른 미각 이상도 매우 흔한 증상이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이번에 소개한 환자처럼 급격한 미각의 변화는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시사저널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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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채식만 하는 것도 비타민B12 결핍 원인

다양한 원인 중 비타민B12 결핍은 피로, 쇠약, 감각 이상 증상과 함께 미각 장애 또는 미각 변화를 가져온다. 비타민B12 결핍은 동물성 식품 섭취가 적은 완전 채식을 하는 경우, 비타민B12 흡수를 위해 작용하는 내인성 인자를 생성하는 위장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인 악성 빈혈에 걸린 경우, 크론병이나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위장질환으로 인해 음식을 통한 비타민B12 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 위 수술 등을 통해 비타민B12가 흡수되는 소장 부분 또는 회장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경우,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나 H2 수용체 차단제와 같은 특정 약물을 오래 사용하는 경우,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도 비타민B12 흡수 및 활용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내인성 인자 생성 감소로 인해 비타민B12 결핍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B12 결핍의 진단은 혈중 비타민B12 수준을 측정하는 혈액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비타민B12 결핍 치료에는 주사 또는 경구 보충제를 사용한다. 다만 선행 원인이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정될 수 있는 원인 질환으로 인해 비타민B12 결핍이 유발되었다면 해당 선행 원인에 대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각 이상은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비타민B12 결핍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난해하고 혼란스러운 증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위해서는 미각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기저 질환이나 원인을 식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각 이상이나 그에 동반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한 후 근본 원인과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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