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과 취향 중시하는 MZ세대, 공연 관람 문화도 바꿨다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7 13:05
  • 호수 17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연 소비 핵심 계층은 2030.MZ세대.여성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연 관람 매출 빠르게 회복 중

지난 3년간 우리의 일상을 지배했던 실내 마스크 착용이 1월30일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면서 공연 관람을 불편하게 했던 마스크 착용이 자율화됐다. 초반에는 마스크를 벗는 행위 자체가 어색해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던 관객들도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이 도래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관람하는 모습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

팬데믹의 구름이 걷히면서 공연예술 소비에 대한 관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동반자 외 좌석 띄어앉기 정책으로 제작사들이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했던 거리두기도 해제되면서 2022년 상반기부터 매출은 순풍을 타기 시작했고, 공연 매출 통계에 상승장으로 반영됐다.

3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극의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3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극의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2022년 공연 티켓 판매액, 전년 대비 43%나 증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2022년 공연시장 동향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공연 티켓 판매액은 5590억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897억원보다 43%나 증가했다. 이러한 팽창을 선두에서 견인한 것은 뮤지컬이었다. 단일 장르로 전체 공연 관람객의 54%인 738만 명이 관람한 뮤지컬이 매출에서도 4253억원을 기록하며 76%를 차지했다. 이처럼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해준 객석을 자주 많이 찾아주는 고마운 존재들은 과연 누구일까.

과거에도 공연 관람객들을 취재한 미디어 뉴스에는 항상 그 시대의 20·30대 여성 관객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현재 부모 세대뿐 아니라 조부모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당시 ‘여대생과 젊은 직장 여성’이 각종 공연장을 자주 찾는다는 기사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1970년대 여대생들의 연극 관람 열기는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소극장 연극의 메카로 자리 잡은 대학로가 청춘들의 예술과 여가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동숭동 거리는 현재도 수많은 소극장과 노점, 식당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주말이면 거리는 차량 통행이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 서울에서 청춘을 보낸 부모 세대 중에는 이곳에서 공연 한 편 보며 데이트했던 경험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공연을 주로 소비하는 핵심 계층은 20·30대 여성이다. 이들은 현재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마케팅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한 이른바 MZ세대에 속해 있기도 하다.

사실 MZ라는 용어가 매스컴에서 자주 쓰이면서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는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밀레니얼과 Z세대를 아우르는 용어가 됐다. 그렇다 보니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게 다소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미디어들이 윗세대들의 눈으로 ‘젊은 세대’를 관찰하고 분석하기 위해 편의상 사용했기 때문에 최근에는 20대의 Z세대가 좀 더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등 대작들이 초연을 가지며 뮤지컬 산업이 급성장했을 당시 젊은 관객층은 현재 밀레니얼 세대에 속해 있고 여전히 공연을 즐겨 본다.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온라인 문화의 결정체인 스마트폰 환경에서 자라났다. 기성세대에 비해 즉물적(卽物的)이다.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활성화돼 있는 소셜미디어 세계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도 익숙하다. 과거에는 무언가를 기억하고 싶으면 메모를 남겼지만 이제는 항상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사진을 찍어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화면으로 저장하고 즉시 타인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이들에게 기억이란 때로는 순간 포착을 통한 저장의 개념으로 대체됐다.

3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극의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3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극의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아날로그가 주는 희소성에 탐닉

그런 점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는 데 공연은 아주 유효한 소비가 된다. 드라마나 영화만큼 대중적이지 않고 극장이라는 공간에 발품을 팔아서 가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기억의 저장이자 남들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취향인 것이다.

이렇듯 공연예술은 세대가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일관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 자체로 아날로그가 주는 희소성이다. 아날로그적 성격은 무대와 극장으로 이뤄진 공간 안에서 배우와 관객이 직접 만나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날것의 불편함이다. 그리고 희소성은 그런 만남이 공연 회차가 끝나면 소멸돼 버린다는 것이다.

공연예술은 애초부터 희소성 있는 매력을 탑재한 체험형 상품이기에 체험과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기호에도 맞는다. 이들은 자신의 취향을 자극하는 공연이 있으면 양적·질적 모든 면에서 다각도로 소비한다. 각종 후기를 포함한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을 습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 서적까지 탐독한다. 게다가 동행인이 없으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기에 N차(다회차) 관람도 편리하다. 실제로 각종 티켓예매 사이트에서 집계한 가장 많은 공연 관극 유형은 솔로 관극이다.

이들의 공연 취향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작품과 다루는 주제나 장르에 몰입할 수도 있다. 뮤지컬은 서양 예술가의 서사를 다루는 작품이 인기가 많고, 인공지능이나 로봇과의 동거를 다룬 SF물, 여성 서사 작품들도 꾸준히 공연 중이다. 각각의 소재나 분야에 관심이 생겨 빠져들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도 늘어나고 창작자가 만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 존중하고 새롭게 경험치를 부여하는 MZ세대는 향후 한국의 공연 문화에 중요한 자산이 돼있을 것이다. 인구절벽으로 점차 젊은 계층이 얇아져 가는 현실에서 이들이 세상의 중추가 되었을 때 우리들의 공연은 어떻게 더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