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소비시대 창업, 뉴트로 아이템 주목하라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1 10:05
  • 호수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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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경기 침체기마다 등장하는 복고.향수 아이템
복고형 테마 걸맞은 추억의 콘텐츠 개발이 핵심

본격적인 봄날의 시작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상권의 봄은 아직 멀다. 서울의 대표적인 신세대 상권인 홍대 상권에 가보면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상급지임에도 ‘임대문의’를 써붙인 공실 점포가 수두룩하다. 반면 확연히 살아나는 상권도 포착된다. 명동 상권은 최근 다시 유동인구가 몰리면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사실상  ‘유령 상권’이 됐던 1년여 전과 비교된다. 요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상권에서 신세대 수요층이 가장 많이 몰리는 호황 상권은 단연 서울 성수동이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일대,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일대는 신세대 소비자들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작년 12월 전경련이 발표한 ‘2023년 국민소비지출 계획’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1000명 중 56.2%가 소비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가장 큰 이유로 전체 응답자의 44%가 물가 상승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실질소득 감소 우려(13.5%), 세금·공과금 부담(10.4%),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10.3%) 등이 차지했다. 가장 먼저 줄이겠다는 품목에선 첫 번째인 여행, 외식, 숙박이 21%로 가장 높았다. 불황형 소비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하는 소비자 데이터다. 전국의 소상공인에게는 고물가로 인한 원가 상승 문제가 크다. 고금리로 인한 대출금 상환 문제도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불황형 소비가 지속되면서 레트로 감성을 지닌 복고 아이템이 창업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2021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추억의 충장축제 테마거리’ 모습 ⓒ연합뉴스
최근 불황형 소비가 지속되면서 레트로 감성을 지닌 복고 아이템이 창업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2021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추억의 충장축제 테마거리’ 모습 ⓒ연합뉴스

고깃집의 복고 바람과 뉴트로 감성

이러한 불황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상권 변수도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다름 아닌 복고 아이템의 출현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옛날을 동경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새로운 아이템보다는 옛날 상품, 옛날 것, 옛날 분위기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불황기에 향수 마케팅, 복고 아이템 출현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경기 불황 코드와 함께 복고풍 바람은 상권에서 자주 목격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요즘 상권에서 두드러지는 복고형 아이템은 무엇일까. 첫째, 고깃집 시장에 복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고깃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돼지고기집, 그중에서도 삼겹살집이다. 국내 삼겹살 시장은 코로나19 직전에는 이른바 제주산 삼겹살 붐이 일기도 했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가피돈, 녹돈 같은 기능성 삼겹살 시장도 한때 유행했다. 흑돼지나 백돼지 같은 육종별 삼겹살집, 수입육을 활용한 숙성삼겹살도 유행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삼겹살집 복고 아이템의 또 다른 서막이 열렸다. 냉동육을 이용한 ‘냉삼집’이 최근 우후죽순 생겨났다. 요즘 신세대 상권에서 인기 있는 삼겹살집은 1990년대 프랜차이즈 브랜드로까지 확장했던 ‘솥뚜껑삼겹살집’이다. 홍대 상권에 출현한 솥뚜껑삼겹살집에는 신세대 소비자들은 물론 직장인들도 넘쳐난다. 현재 솥뚜껑삼겹살집은 전국적으로 580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소고기 관련 복고 아이템도 있다. 19 90년대 후반 인기를 누렸던 ‘소갈비살 전문점’이 다시 등장했다. 소갈비살 전문점은 1990년대 후반 삼겹살 시장을 대체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산 광우병 파동이 일면서 잠잠해진 아이템이다. 최근 건대 상권 먹자골목에서 성업 중인 소갈비살 전문점 매장은 신세대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다. 신세대 소비자 입장에서는 복고가 아닌 뉴트로 아이템으로 각인되고 있다. 판매가는 미국산 소갈비살 120g 1인분에 1만4000원. 1990년대와 달라진 것은 양과 가격, 로스터다. 당시에는 1인분 200g에 7000원에 판매했다. 1990년대는 숯불직화구이 형태의 소갈비살집이었는데, 최근 대학가 상권에서 성업 중인 갈비살 전문점은 가스불 위에 돌판갈비살을 판매하고 있다. 원가 절감과 운영상의 편의성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닭 관련 복고 아이템도 주목된다. 전통시장에서 출발한 통닭집이나 닭갈비집의 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해물요리 중에서는 한때 많이 생겼다가 없어진 낙지한마리 수제비집, 쭈꾸미 요릿집도 재조명되고 있다. 1990년대 유행을 일으켰던 조개구이집도 화제다. 홍대상권에 새롭게 출현한 조개구이집은 숯불구이 형태로 업그레이드된 조개구이집이다. 면류 시장에도 복고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동치미를 이용한 대형 비빔국수집은 여전히 인기다. 새로운 스타일의 막국수집도 출현했다. 계란지단과 감태가 올려진 참기름막국수, 들기름막국수는 요즘 같은 비주얼 시대를 공략하고 있는 업그레드된 복고 아이템이다.

 

상권 수요층 특성 감안해 콘텐츠 개발해야

우리나라 카페 매장은 전국적으로 13만 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과열시장이다. 카페 관련 프랜차이즈 시장을 보면 올 초 1~2월 두 달 동안 49개 브랜드가 공정위에 새로 등록됐고, 22개 브랜드는 간판을 내렸다. 카페 창업자 입장에서는 경쟁 매장과 다른 뉴스가 있는 카페 만들기가 화두다.

최근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대형 커피집 옆에 198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전통찻집 콘셉트의 건강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대형 브랜드 커피집 옆 지하공간에 저렴한 매장을 활용해 전통찻집을 오픈하는 방법이다. 내 몸에 좋은 전통차와 주전부리를 같이 서비스하면서 객단가 7000~8000원의 건강차를 판매하는 콘셉트다. 여성 창업자, 주부 창업자들이 1인 창업 형태로 운영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신세대 상권에서는 재밌는 콘텐츠를 결합한 감성카페 스타일의 전통찻집도 성업 중이다. 감성 인테리어에 추억의 도시락을 판매하기도 하고, 옛날과자도 판매하면서 신세대 고객들의 뉴트로 감성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전국의 전통찻집은 2000여 개다.  

그렇다면 창업자 입장에서 복고 아이템 창업 때 위험요인은 없을까. 복고형 테마에 걸맞은 추억의 콘텐츠 개발이 핵심이다. 상품 그 자체만 복고가 아닌, 그때 그 시절의 감성과 정서를 비주얼 코드로 느낄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콘텐츠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매장 벽면은 물론, 온라인 마케팅에서도 재밌는 복고 콘텐츠가 동시에 노출돼야 한다. 또 하나 옛날 아이템 그대로를 복원하는 콘셉트로 오픈할지, 요즘 시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업그레이드 복고 아이템으로 출점할 것인지를 창업자가 결정·판단해야 한다. 해당 상권 수요층 특성, 주변의 경쟁구도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최종적인 출점 방향을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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