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서 돌아온 황교안, 재기 가능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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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통해 ‘존재감’ 커져…김기현도 黃 찾아 “도와달라”
잦은 ‘선거조작’ 의혹 제기‧부족한 당내 세력은 ‘숙제’로

2019년 11월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청와대 부근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를 찾았다. 집회를 주최한 전광훈 목사가 “왜 이제야 왔느냐”고 하자 황 대표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고 답했다. 이어 황 대표는 “‘좌파 독재’로 가는 길을 막아내야 한다”고 외쳤다. 광장에서 보수의 부활을 다짐했던 황 대표. 그러나 이듬해 열린 4월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완패하며 황 대표는 여의도 정치에서 퇴장했다.

그로부터 3년, 원외에 머물던 황 전 대표가 여의도에 다시 등장했다. 황 전 대표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다. 김기현‧안철수‧천하람 후보에게 밀리며 낙선했지만 황 전 대표는 걸출한 현역 정치인들을 제치며 ‘4강’에 들었다. 황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선 “성공적인 컴백”이란 평가와 “반짝 바람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과연 정치인 황교안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19년 9월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집회 연설대에 오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2019년 9월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집회 연설대에 오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전광훈 ‘손절’ 황교안, 전대서 ‘깜짝 선전’

극우, 태극기 부대, 아스팔트 보수. 황 전 대표 앞에는 이 같은 꼬리표가 붙는다.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극우 진영’과 손잡으면서다. 실제 황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극우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에 자주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전광훈 목사 등 강성 보수 진영 인사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당시 당내 수도권 의원들은 황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를 표했으나, 황 전 대표의 ‘우향우’는 계속됐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완패하며 황 전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황 전 대표 본인도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밀리며 낙선했다. 결국 원외로 밀려난 황 전 대표는 그 후 ‘대중’과 더 멀어졌다. 동시에 ‘주류 보수가 아니다’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2020년 4·15 총선과 2022년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탓일까. 황 전 대표가 2023년 3‧8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할 당시 정치권은 그의 선전에 회의적이었다. 이른바 ‘광탈’(빠르게 탈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친윤석열계의 압도적 지지를 업은 김기현 대표와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안철수 의원이란 ‘투톱’ 앞에 황 전 대표가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여기에 비윤석열계 대표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출마하면서 황 전 대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더 어려워졌단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전망은 엇나갔다. 황 전 대표는 ‘광탈’이 아닌 컷오프 통과라는 1차 목표를 이뤘다. 결국 낙선하기는 했지만, 현역 중진인 윤상현‧조경태 의원 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선 과정에서는 김기현 후보를 겨냥한 이른바 ‘울산 땅 투기 의혹’ 등을 가장 먼저 제기하며 각광받았다. 여권 일각에선 황 전 대표가 ‘김황연대’(김기현-황교안 연대)를 맺고 완주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황 전 대표는 되레 안철수 의원과 손잡고 대세 후보인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황 전 대표에게 칠해진 극우 색(色)이 옅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황 전 대표는 전당대회 전 ‘태극기 브라더’로 불리며 돈독한 친분을 자랑했던 전광훈 목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전 목사가 황 전 대표를 겨냥해 ‘돈 공천’을 했다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일 황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전광훈 목사는 제 정신이 아니다”며 “저에게 맞고발을 하겠다는 말도 했다. 얼마든지 하십시오. 무고로 또 고소할 것”이라고 적었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대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김기현·황교안·천하람 후보 ⓒ 연합뉴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대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김기현·황교안·천하람 후보 ⓒ 연합뉴스

김기현도 손 내민 黃…부족한 勢는 숙제

과연 황 전 대표는 ‘주류 보수’에 편입될 수 있을까. 적어도 전당대회 전과 비교하면 황 전 대표의 주가는 올라갔다. 김기현 대표가 먼저 황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여의도 한 일식당에서 황 전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다. 김 대표는 오찬을 마친 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당이 총선을 이길 수 있을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황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황 전 대표에게 칠해진 ‘극우 이미지’가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니다. 황 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의 ‘조작설’을 제기하면서다. 황 전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경선과정에서 나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료들을 보고드려야 할 시간”이라며 “조작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5초 간격으로 집계되는 실시간 투표인 수가 모바일투표 첫날 특정 시간대에 10명 단위로 ‘딱딱’ 끊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4·15 총선과 2022년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 탈락 이후에도 득표율 조작을 주장하며 경선 중단 가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황 전 대표가 제기한 조작설에 일부 강성 보수층이 호응했지만, 실체 규명에는 실패하면서 중도 보수층과의 괴리가 더 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 전 대표로서는 당내 세(勢)가 없다는 점도 숙제다. 전당대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선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 신인에 가까운 천하람 후보에게도 크게 밀렸다. 지난 전당대회 득표율은 김기현 후보(52.93%), 안철수 후보(23.37%), 천하람 후보(14.98%), 황교안 후보(8.72%) 순이었다.

당내 계파 갈등이 황 전 대표의 존재감을 가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전 대표는 이른바 친윤석열계와도, 비윤석열계와도 뚜렷한 접점이 없다. 되레 양측 모두와 앙금이 있다. 황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를 겨냥해 ‘후보 사퇴’를 요구했고,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동시에 ‘반성 없는 이준석계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황 전 대표의 입장이다.

적지 않은 장애물과 숙제에도 황 전 대표는 본인의 ‘정치 재기’를 자신하고 있다. 동시에 차기 총선 도전 의지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황 전 대표는 1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나라를 지키고 당을 살리고 민생을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며 “차기 총선 정국 전까지도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니 미리 말씀을 다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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