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게 왔다”…화제의 애플페이, 직접 써봤습니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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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상륙 첫날, 이용자 몰려 곳곳서 사용 불가
카드‧사용처 제한, 교통카드 불가 등 한계에도 기대감
삼성페이 뛰어넘을까…시장 반응은 아직 ‘글쎄’

아이폰 사용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애플페이(Apple Pay) 사용이 21일 오전부터 가능해졌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기능이 생긴 지 9년 만이다. 삼성 갤럭시의 간편결제 시스템 삼성페이(Samsung Pay)를 부러워하던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 기대감이 감지된다.

그러나 애플페이 상륙 첫날 현장에선 혼돈이 이어졌다. 첫날부터 이용자가 몰리면서 카드 등록과 결제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현대카드 측의 설명이다. 8년 전 서비스를 개시한 삼성페이도 사용 첫날엔 비슷한 혼란을 겪었다. 현대카드와 손을 잡은 애플페이가 서비스를 안정화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1일 국내에서 애플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해졌다. ⓒ 애플 홈페이지
21일 국내에서 애플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해졌다. ⓒ애플 홈페이지

첫날부터 이용자 폭증…곳곳서 “결제 안 돼요”

애플페이가 국내에 정식 상륙한 이날 오전 본지는 아이폰14프로 모델에 비자(Visa) 제휴인 네이버현대카드를 추가해 5곳에서 결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애플페이에 카드를 추가한 시간은 오전 8시20분. 오후 1시 현재까지 카드 사용 등록이 완료되지 않았다.

애플페이를 활성화하려면 비자와 마스터카드(Mastercard) 등 제휴사 측에서의 사용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첫날 사용자가 몰려 일부 제휴사의 활성화 시간이 지체됐다는 게 현대카드 측의 설명이다. 애플페이 등록 건수는 이날 오전 8시부터 2시간 만에 17만 건을 달성했다.

애플페이를 사용하려면 현대카드(1577-6000)에서 보내는 ‘카드 사용 가능’ 문자를 확인한 이후 결제를 시도해야 한다. 해당 문자를 받지 못했다면 결제할 때 ‘카드 번호 오류’라는 메시지가 뜰 수 있다. 서비스 안정화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지는 미정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객 유입이 단시간에 폭증해 서비스에 일부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조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애플페이 시스템 상의 오류와는 별개로 현장에선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근처의 한 편의점 직원 A씨는 “애플페이 되냐고 묻는 사람이 벌써 5명 째인데, 결제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문 앞에 ‘결제 지금 안 됩니다’라고 써 붙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페이 국내 상륙 첫 날인 21일 오전 가맹점에서 애플워치를 통해 애플페이 결제를 시도한 모습. 카드 사용 등록이 완료되지 않아 결제가 이뤄지진 않았다. ⓒ 시사저널 조문희
애플페이 국내 상륙 첫 날인 21일 오전 가맹점에서 애플워치를 통해 애플페이 결제를 시도한 모습. 카드 사용 등록이 완료되지 않아 결제가 이뤄지진 않았다. ⓒ시사저널 조문희

아직은 현대카드만…“홈페이지서 사용처 확인하세요”

애플페이 사용법 자체는 간단하다. 아이폰에서 지갑 어플을 실행하고, ‘카드 추가’ 버튼을 누른 뒤 안내하는 대로 절차를 수행하면 된다. 미리 현대카드 앱카드를 등록해두면 편하다. 이용약관에 동의하고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끝이다. 등록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 미만. 애플워치의 경우 워치 앱에서 별도로 등록할 수 있다. 현대카드 어플에서도 등록할 수 있다.

이후 결제는 측면버튼을 두 번 눌러 애플페이를 활성화한 뒤 단말기에 가져다대면 된다. 애플워치도 마찬가지다. 단 애플페이를 활성화하려면 아이폰이나 워치의 잠금 기능이 설정돼있어야 한다. 결제 도용을 막기 위한 장치다.

왼쪽부터 애플페이 등록 시 첫 화면과 등록이 완료된 이후의 모습, 결제를 활성화했을 때 화면
왼쪽부터 애플페이 등록 시 첫 화면과 등록이 완료된 이후의 모습, 결제를 활성화했을 때 화면

애플페이 사용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 △투썸플레이스‧엔제리너스‧빽다방‧이디야‧메가커피‧할리스‧폴바셋 등 커피 전문점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롯데리아‧맥도날드‧KFC △코스트코 △다이소 △교보문고 등이다. 다만 같은 프랜차이즈라 하더라도 매장 상황에 따라 애플페이 결제가 불가능한 곳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결제 단말기에 ‘애플페이’ 기호가 붙어있다면 사용 가능하다. 캐시비, 티머니 등 선불 교통카드 이용은 불가능하다.

현재 등록 가능한 카드는 현대카드 뿐이다. 현대카드에서 발행한 비자, 마스터카드, 국내 전용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를 등록할 수 있다. 아멕스(Amex)나 유니온페이(UnionPay) 등은 등록할 수 없다. 당초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사용권 독점을 추진하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결정으로 다른 카드사에도 기회의 문이 열렸으나, 아직 동참을 결정한 카드사는 없다. 금융권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애플페이 도입 상황과 현대카드의 실적을 확인한 뒤 참여를 결정한다는 분위기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애플페이 사용처 ⓒ 애플 홈페이지
애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애플페이 사용처 ⓒ 애플 홈페이지

삼성페이 아성무너뜨릴까…수수료‧단말기‧가맹점 문제 넘어야

당장 현대카드는 사실상 배타적 사용권을 얻은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실적 향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부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선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현대카드를 신규 발급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아이폰을 6년째 사용 중인 김진아씨(29‧여)는 “애플페이를 써보고 싶어서 현대카드를 신규 발급했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폰으로 간편결제가 가능해지다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애플 역시 애플페이 상륙과 동시에 공격적 마케팅을 시작했다. 최신 모델인 아이폰14의 공시지원금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SK텔레콤은 애플 아이폰14 시리즈 지원금을 30만원 이상 올려 최대 46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이폰14 출시 이후 첫 공시지원금 확대다. LG유플러스는 최대 45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용자 사이에선 애플페이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되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 측면에선 물음표가 붙는 실정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달 만 20~69세 아이폰 이용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6.9%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페이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이 2024년 15%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페이의 성공에 장애물로 평가받는 요소는 높은 수수료와 단말기 보급, 가맹점 확대 문제 등이 꼽힌다. 애플페이의 파트너가 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자체 수수료와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규격 등을 고려해 약 1%의 수수료를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이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수준에 불과한 데다, 단말기 한 대 당 비용은 10~15만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 출시가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삼성과 애플의 경쟁 구도 자체에 역동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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