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홀대론’에 코너 몰린 김기현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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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김광동 발언 논란에 호남 민심 ‘휘청’
비상 걸린 김기현號, 전주 찾아 “애정 그대로”

‘차기 총선 승리’를 기치로 내건 김기현호(號)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일 정상회담과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5·18 발언 논란' 이후 국민의힘을 향한 호남 민심이 차게 식은 탓이다. 김기현 대표가 “호남에 대한 애정과 진심은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공을 들였던 ‘서진(西進) 전략’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김경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경민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김경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경민 후보. ⓒ연합뉴스

김기현 호남 찾아 “진심 변함없다”

김기현 대표는 23일 전북 전주에서 취임 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 대표로 선출되고 나서 신임 지도부와 함께 전주에서 최고위를 함께 개최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국민의힘이 그동안 보여왔던 호남에 대한 마음, 애정과 진심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시절 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아 무릎 꿇고 참배했던 마음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첫 해 (소속 의원) 100여명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마음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번에도 당 대표 당선 후 첫 지역 행보는 호남”이라며 “단순하게 방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북의 발전을 위한 마음도 함께 담아서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4·5 재·보궐 선거에서 이 지역 국회의원(전주을) 후보로 나선 김경민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번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소속이던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부정부패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면서 치러지게 된 선거”라며 “범죄 경력 없는 깨끗한 후보인 김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야 할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후보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주시장 후보로 국민의힘 호남 지역 지자체장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인 15.54%를 얻은 점을 상기시키면서 “전주에 필요한 일꾼은 낡은 지역주의 구도에 갇힌 기득권 세력이 아니다. 지역경제를 살릴 일꾼, 힘 있는 집권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선 김 대표의 행보가 '서진 전략'의 일환이란 주장도 나온다. 비윤(비윤석열)계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전당대회 호남 연설회에서도 동서통합을 강조한 만큼 이준석 체제의 서진 정책을 오마주(인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성난 ‘호남 민심’에 ‘서진 전략’ 수포될라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의원 전원이 광주 기념식에 참석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김 대표의 ‘호남 구애’가 적중할 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대표의 호남행(行)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과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5·18 예배 발언 논란’ 이후 호남 민심이 차게 식은 탓이다. 여기에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이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성난 호남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민주당 전남도당은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이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평가한 것과 대비해 김재원 최고위원, 김광동 위원장의 발언을 호남인을 농락한 망발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제 윤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호남에서 한 발언은 결국 립서비스였나”라고 반문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한·일 정상회담으로 인해 여당을 향한 민심이 추락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일 발표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7.0%를 기록해 전주보다 4.5%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호남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8.4%까지 급락했다.

이에 당 일각에선 과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5·18 물폭탄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황교안 전 대표는 2019년 5·18 기념일에 광주 현장을 방문했다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항의와 물 폭탄 세례를 맞은 바 있다.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 대표는 “5·18 기념일에 의원 전원이 참석하고 최고위원회의를 전주에서 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막말을 한 김 최고위원부터 윤리위원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처받은 호남인들을 먼저 어루만진 후 이런 행보를 해야 진정성을 인정 받는다”며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이율배반적이란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의 응답률은 3.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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