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하면 ‘역풍’? 민주당의 ‘민형배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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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는 희생양” 친명계 ‘복당 추진’ 본격화
비명계 “사과부터 해야” 반발…‘총선 악재’ 우려도

민형배 의원은 대의를 위한 희생양이었을까, 편법을 앞세운 모략가였을까.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이 난제(難題)에 대한 해답을 두고 거친 설전이 오가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유효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친이재명(친명)계는 민 의원의 복당을 추진할 적기라는 입장이지만, 비이재명(비명)계에서는 민 의원의 복당을 추진할 시 민심의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23일 오후 본회의를 마친 뒤 '검수완박' 탈당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23일 오후 본회의를 마친 뒤 '검수완박' 탈당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계 “민형배는 희생양”…복당 추진 움직임

민 의원은 이른바 ‘친노-친문-친명’ 인사로 분류된다. 노무현 정부에 발탁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국정홍보비서실 행정관, 인사관리비서실 행정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사회조정비서관 등을 지냈다. 그러나 현재 민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이다. 지난해 4월20일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민 의원 스스로 당을 나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안건조정위는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되는데 야당 몫 3명에 비교섭단체 1명이 포함된다. 안건조정위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으면 쟁점법안을 소위원회 심사를 건너뛰고 바로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데,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민 의원이 탈당하고 비교섭단체 몫 1명으로 들어갔다. 이에 당내에서도 ‘위장·꼼수 탈당’ 지적이 쏟아졌고, 이후 당 지도부는 민 의원 탈당과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됐다. 24일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 유효 결정을 내리면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탄핵과 함께 이 법 통과를 위해 탈당한 민 의원의 복당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민 의원 복당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한 원내관계자는 “(민 의원 복당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정은 없다”면서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헌재의 판단이 나온 이상 (민 의원의 탈당을) 당이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박범계·박주민·황운하 의원 등 ‘처럼회’ 소속 민주당 강경파가 일제히 민 의원의 복당 여론을 띄우는 모습이다. 친명계 중진인 안민석 의원도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무산될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한 민 의원의 결단이었다”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민 의원의 복당과 관련 “당으로서는 민 의원에 대해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그때 (민 의원) 본인이 그렇게 (탈당)하지 않았으면 이 정당한 입법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본회의를 마친 뒤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 헌재 판결관련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본회의를 마친 뒤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 헌재 판결관련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명계 “‘꼼수 탈당’ 사과부터”…‘역풍’ 우려도

다만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헌재의 판단과 별개로 ‘꼼수 탈당’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된다는 자성론이 민주당 내에서 제기된다. 특히 비명계를 중심으로 ‘검수완박’과 ‘민형배 복당’을 철저히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검경수사권 조정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 한 의원의 꼼수탈당, 국회법에 근거한 안건조정위의 무력화 절차는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지점”이라며 “민주당은 3권분립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헌재가 제기한 절차적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당이 먼저 ‘꼼수 탈당’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헌재로부터 문제가 있음을 지적당한 민 의원의 꼼수탈당, 국회 내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숙의할 수 있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던 일, 이로 인한 국회 심의 표결권 침해에 대해 국민들에게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을 복당시킬 시 총선에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민 의원의 탈당이 사익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민 의원이 복당하면) 목적을 위해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교훈만 남게 된다. 과연 이런 당의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도 민 의원의 복당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헌재 판단을 ‘왜곡’하려 한다는 주장에서다. 헌재가 ‘검수완박’ 법 표결 과정에서 위헌적 요소가 있었다고 판단했는데, 민주당이 이를 외면한 채 법안 유효 결정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헌재는 지난 23일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인용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 저격수’를 자처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민 의원의 복당 움직임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 또한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등에 심각한 위법적 절차가 있었다는 결론을 냈다”며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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