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륙한 애플페이,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2 10: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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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상륙으로 페이 시장 지각변동 시작
삼성·네이버 등 서비스 동맹 통해 이용자 혜택 강화 나서

하나의 페이 서비스가 시장을 흔들었다. 한국 출시 첫날부터 등록 수 100만 건을 돌파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다. 서비스를 내놓은 지 9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상륙한 애플페이는 초반 흥행으로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이제 애플페이를 마주한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업계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그동안 온·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온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손을 잡았고, 포인트와 이벤트를 내세우며 이용자 묶어두기에 나섰다. 하루 평균 결제금액이 7000억원이 넘는 한국 간편결제 시장에 애플페이는 어떤 변화를 몰고 왔을까. 애플페이의 등장이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들여다봤다.

3월21일부터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애플페이 광고 문구가 쓰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건물 ⓒ시사저널 이종현
3월21일부터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애플페이 광고 문구가 쓰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건물 ⓒ시사저널 이종현

일평균 7000억원 움직이는 간편결제 시장

현금뿐 아니라 실물 카드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한 시대다. 인증이나 정보 입력 없이 편리하게 결제 가능한 간편결제가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했고, 유통업계에서도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시장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2년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는 54곳에 달한다. 하루 평균 2342만 건, 7326억원의 금액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움직인다. 2021년에 비해 일평균 결제금액은 24.1%나 증가했다.

이 중 삼성페이 등 휴대폰 제조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금액은 1853억원이 넘는다. 이 상황에서, 비자(Visa)에 이어 전 세계 간편결제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한 것이다. 애플페이는 해외에서 많이 쓰이는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삼성페이는 MST(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을 쓴다. 모두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가까이 대야만 결제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자기장을 생성해 카드 정보를 넘기는 방식인 MST에 비해 NFC는 결제 속도가 빠른 편이다. 2~3초 이상 단말기에 휴대폰을 대고 있을 필요 없이, 스치듯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NFC 결제 단말기를 갖춘 오프라인 매장은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여 곳 중 10% 정도에 불과하다. 전용 단말기가 없는 곳에서는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애플과 한국 교통카드 사업자 간에도 인프라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대중교통에서도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여기에 쓱(SSG)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를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 계열사에서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편의점인 이마트24를 제외하고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에서는 애플페이 사용이 불가하다. 삼성페이 출시 후 1년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서비스를 지원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애플페이 사용자 추이를 보고 향후 지원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결제 단말기 보급이 관건

결국 애플페이 이용자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는 곧 NFC 결제 단말기를 얼마나 빠르게 보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추가로 들여놓으려면 20만~4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미국에서 애플페이 결제 한 건당 최대 0.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을 볼 때, 0.1~0.15%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영세 사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생각보다 빠르게 결제 인프라가 확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MZ세대나 알파세대(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주 고객으로 삼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등 소매점들이 NFC 단말기 설치를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NFC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로 인해 내년 간편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가 15%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무신사나 배달의민족 등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애플페이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파리바게뜨나 배스킨라빈스, 메가커피 등 오프라인 식음료 매장에서도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국내 아이폰 이용자는 전체의 15% 이하에 불과하지만, 18~29세 이용자의 경우 아이폰 이용자가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한국갤럽, 2022년). 스마트폰과 간편결제에 익숙한 Z세대와 알파세대가 애플페이를 주력 간편결제 서비스로 이용할 경우 이용자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인프라가 깔리면 잠깐의 접촉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하고, 보안이 철저하다는 NFC 방식의 장점도 부각될 수 있다.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한국사이버결제(KCP) 등 국내 주요 밴사들도 10만원 전후의 보급형 단말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관망하고 있던 카드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카드업계는 단말기 보급 문제나 교통카드 기능 부재 등을 이유로 한발 뒤로 물러나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현재 애플페이는 현대카드로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카드사가 확대될 경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 설문조사 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가 3주간 전국 20~69세 성인 아이폰 이용자 43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애플페이를 현대카드로 이용하겠다는 응답(34%)보다 타 카드사로 확대되기를 기다렸다가 이용하겠다는 응답(42.8%)이 더 많았다.

3월29일 서울 용산구의 한 매장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하고 있는 모습 ⓒ시사저널 이종현
3월29일 서울 용산구의 한 매장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하고 있는 모습 ⓒ시사저널 이종현

국내 서비스가 내세운 혜택, 어떤 게 있나

교통카드 기능 부재, 결제 단말기 보급, 카드사 확대. 아직 애플페이가 넘어야 할 산들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애플페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도 하다. 국내 서비스들이 애플페이에는 없는 혜택과 국내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이벤트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이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 가맹점이라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는 ‘범용성’을 내세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QR코드나 바코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번거롭지만, 카드사가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활용할 수 있고, 적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카카오페이 측도 “애플페이가 결제 방식 등 어려움을 뚫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 아래서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은 휴대폰 제조사에서 만든 대표적인 간편결제 서비스이자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페이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삼성이 택한 작전은 ‘연합’이다. 삼성페이에 디지털 홈키와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활용성을 강조해온 삼성은,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협력을 통해 간편결제 이용자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애플페이의 이용처가 많지 않다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을 때, 네이버페이는 삼성페이와의 연계를 통해 전국 카드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하고, 삼성페이는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1위인 네이버페이와 협력해 55만 곳의 온라인 가맹점에서 사용률을 높일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대표적인 것이 결제 시 포인트를 제공하는 혜택이다. 3월29일부터는 네이버페이 앱에서도 삼성페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바코드나 QR 방식의 결제가 불가능한 곳에서는 네이버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네이버페이 앱 내 삼성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국의 카드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 현장 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장 결제 이용 시 제공하는 포인트 뽑기 혜택(최소 1원~2만원)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애플페이에는 없는 ‘이벤트’와 ‘포인트’를 활용해 이용자들을 붙잡는 것이 목적이다. 네이버페이 앱에서 삼성페이로 결제할 경우 2000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나, 뽑은 포인트와 동일한 금액을 적립해 주는 ‘포인트 굴리기’ 등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자 이탈률 낮아”

휴대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서 이용 가능한 삼성페이는 이용자 락인(Lock-in) 효과를 발생시키면서 ‘갤럭시 생태계’를 꾸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삼성페이를 쓰기 위해 삼성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간편결제의 편의성 때문에 삼성 휴대폰을 선택한 이용자 일부가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해진 아이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아직까지 범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탈하는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페이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들이 애플페이에 대항해 혜택을 꾸준히 제공한다면 이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페이의 진출 의도를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읽는 시각도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국내 간편결제 시장 진출 의도는 결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라며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온 후에야 비로소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용자 이탈률이 낮은 것이 특징”이라며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이탈할 적극적인 동기가 없는 한 기존 서비스를 주력 서비스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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