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열흘 써봤더니…“결제 빠르지만 지갑은 챙겨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3.30 17: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도 빠르고 와이파이 없어도 가능…“결제 안 된다”는 곳이 태반
애플페이 효과, 아직은 ‘글쎄’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지 열흘째다. 애플페이는 출시 첫 날 카드 등록 건수만 10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삼성페이가 장악한 국내 간편 결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애플페이는 지난 열흘 동안 어떻게 자리매김 했을까.

기자는 지난 21일 출시 당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통해 애플페이를 사용해봤다. 삼성페이와 비교할 때 결제 속도는 빠르게 체감됐지만,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는 매장이 태반이었다. 부족한 제휴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애플페이가 삼성페이처럼 주 결제 수단으로 발돋움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애플페이가 지난 21일 국내에 상륙한 뒤 열흘이 지났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에 부착된 애플페이 홍보물 ⓒ 연합뉴스
애플페이가 지난 21일 국내에 상륙한 뒤 열흘이 지났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에 부착된 애플페이 홍보물 ⓒ 연합뉴스

핸드폰 꺼내기도 전에 결제…와이파이 없어도 OK

애플페이 출시 열흘이 지난 30일 현재까지 기자는 열흘 동안 CU와 GS25 등 편의점과 이디야, 할리스 등 커피전문점에서 7차례 애플페이로 결제했다. 출시 첫날엔 이용자가 몰린 탓에 토큰(신용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발행하는 번호)을 발행받는 데까지 무려 6시간이 소요되는 등 불편을 겪기도 했다. 결제수단을 등록한 이후부터는 별다른 시스템상 오류는 경험하지 못했다.

애플페이의 강점은 속도였다. 애플페이는 비접촉 결제 방식을 사용한다. 단말기 근처에서 전원 버튼을 두 번 눌러 애플페이 결제를 활성화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단말기에 핸드폰을 가져다대기도 전에 순식간에 결제가 끝나있었다.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비접촉식 기반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을 채택한 덕이다. 삼성페이도 NFC 방식을 지원하지만, 주로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이 사용된다.

MST 방식은 자기장을 기반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고, NFC 방식은 기기에 내장된 칩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삼성페이를 사용할 때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단말기 위에서 핸드폰을 위아래로 문질러야 했던 배경이다.

애플페이는 암호화된 토큰을 기기 내에 저장하는 터라 별도 인터넷 연결이 없어도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삼성페이는 결제를 활성화할 때마다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라, 반드시 데이터 제공 환경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보안 면에선 삼성페이보다 애플페이가 더 취약하다는 평을 듣는 게 사실이지만,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를 모두 쓸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애플페이는 그 자체로 지갑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애플페이는 다른 기기와도 호환이 가능하다. 애플페이는 애플워치와 아이패드에도 카드를 등록할 수 있다. 기기별로 카드를 각각 등록하고 토큰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카드 등록에 소요되는 시간 자체는 1분 미만이다. 특히 애플워치의 경우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쓰는 GPS 모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지갑이나 핸드폰을 챙기지 않아도 워치만으로 결제할 수 있어서다. 삼성페이는 현재 갤럭시 워치에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애플카드 사용가능한 곳 10% 미만…“지갑 챙겨야”

문제는 사용처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비접촉 방식의 결제 단말기를 갖춘 오프라인 매장은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여 곳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애플 측은 제휴 브랜드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쟁사인 삼성페이와 대비하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캐시비나 티머니 등 교통카드와 제휴도 이뤄지지 않아 교통카드 기능을 쓸 수 없다는 점이 불편했다. 애플페이만 믿고 지갑 없이 외출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는 셈이다.

결제할 때마다 “애플페이 되나요”라고 물어야하는 점도 큰 불편 요소 중 하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NFC 기능을 지원하는 결제 단말기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단말기에 애플페이 로고나 옆으로 눕힌 와이파이 모양의 결제 기호가 붙어있다면 사용가능하다는 의미여서 따로 묻지 않아도 된다.

애플 측도 “지원 여부가 확실치 않다면 지원에게 물어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매장 직원들에게도 고역이다.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근처 편의점주 A씨는 “요즘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문 앞에 애플페이 된다고 크게 써 붙여야 하나 싶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애플페이가 지갑을 완벽히 대체하려면 NFC 방식의 단말기 보급을 확대하고 제휴 브랜드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물론 삼성페이도 지난 2015년 서비스 개시 때엔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소비자와 점주 모두 결제 방식에 익숙해있지 않은 데다, “삼성페이 되나요?”라는 질문이 따라붙곤 했다. 그런데도 삼성페이는 8년이 지나 국내 간편 결제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하면 애플페이도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애플페이 국내 상륙 첫 날인 21일 오전 가맹점에서 애플워치를 통해 애플페이 결제를 시도한 모습. 카드 사용 등록이 완료되지 않아 결제가 이뤄지진 않았다. ⓒ시사저널 조문희
애플페이 국내 상륙 첫 날인 21일 한 가맹점에서 애플워치를 통해 애플페이 결제를 시도한 모습.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한 단말기엔 애플페이 로고나 옆으로 눕힌 와이파이 모양의 결제 기호가 붙어있다. ⓒ시사저널 조문희

애플페이 업고 아이폰으로 갈아타기 움직임, 얼마나 될까?

당장 시장에선 애플페이 도입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끼칠까 주목하고 있다. 애플페이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그간 삼성페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필수 경쟁 요소로 꼽혀왔다. 이와 같이 애플페이도 애플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스탯카운터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년 전 22%에서 올해 32%로 크게 늘어난 상태다.

다만 애플페이가 삼성페이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애플페이 확장에 필수적인 타 카드사의 참여가 담보되지 않아서다. 현재까지 애플이 현대카드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선 결제 한 건 당 최대 0.15%의 수수료를 걷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카드사들이 내야 하는 수수료만 하루 1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NFC 단말기를 새로 설치하는 데 건당 10만~15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 도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에 시장에선 애플페이의 점유율이 2024년 1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