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에…‘50억 클럽’ 뒷북 강제수사 나선 檢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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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클럽’ 특검법 법사위 상정 예고된 날 박영수 압수수색
한동훈 “이번 檢 수사팀, 독하고 집요” 특검 명분 희석 시도
박영수 특별검사가 3월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최종 수사결과와 성과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로비 의혹을 받는 '50억 클럽'에 거론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 ⓒ 시사저널 최준필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의혹을 받는 '50억 클럽'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정조준하며 재수사 신호탄을 쐈지만 '뒷북' 강제수사로 의미 있는 증거를 확보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국회가 50억 클럽 특검을 가시화한 시점에 검찰이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첫 타깃은 박영수 전 특검, 다음은 김수남·권순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30일 박 전 특검의 주거지와 사무실, 우리은행 등을 압수수색해 결재 서류와 거래내역 등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박 전 변호사의 측근이자 특검보를 지낸 양재식 변호사도 포함됐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 배제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청탁하는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있었다. 양 변호사는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실무를 조율하는 등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11월17일 경기남부경찰청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이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br>
2021년 11월17일 경기남부경찰청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이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박 전 특검과 화천대유 간 연결고리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박 전 특검은 2015년 7월부터 국정농단 특검 임명 전인 2016년 11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있으면서 2억5000만원을 받았다. 그의 딸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했다. 화천대유에서 이례적으로 박 전 특검 딸에게 11억원을 빌려주고, 대장동 아파트까지 분양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박 전 특검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업자 이아무개씨도 김만배씨와 자금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7월 정 회계사에게 "이씨가 박 전 특검 딸에게 줄 50억원을 (챙겨 주겠다고) 자기에게 달라고 하더라. 내가 50억원 정도 줄 생각을 하는데"라고 말했다. 

박 전 특검 본인과 가족, 측근들이 여러 갈래로 화천대유와 얽혀 있지만 그동안 검찰은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50억 클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 받는 각종 비리 의혹과 함께 대장동 수사의 중요 축이지만,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와 달리 50억 클럽 수사는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의 경우 2021년 11월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50억 약정을 비롯한 주요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고 수사는 흐지부지 됐다. 검찰이 50억 클럽 가운데 재판에 넘긴 것은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의혹과 관련된 곽상도 전 의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1심에서 뇌물 '무죄' 판결이 나며 부실수사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 ⓒ 시사저널 박은숙
김수남 전 검찰총장 ⓒ 시사저널 박은숙

검찰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을 차례로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장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021년 9월 김만배씨를 만나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김씨의 390억원대 범죄수익 은닉 혐의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과 관련해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그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해 총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점 등이 이 대표 무죄 취지 파기환송과 관련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월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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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50억 클럽' 관련 강제수사에 착수했지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반이 흐른 데다, 거론된 6명 중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검찰·대법관 등 법조계 인사여서다. 검찰이 이 대표 비리 의혹에 집중한 사이 '법 전문가'인 이들이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 강제수사에 대비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의 뒷북 강제수사가 특검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특검 압수수색이 진행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50억 클럽' 특검법을 상정했다. 

검찰은 정치권의 특검 추진과 박 전 특검 압수수색은 무관하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며 "혐의가 구체화해 이날 압수수색에 착수하게 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본류 수사와 로비 의혹 수사가 직접 관련성이 있는데 50억 클럽 수사만 따로 떼어내 특검을 한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며 특검 도입에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법사위에 출석해 특검 도입이 오히려 수사 흐름과 진상 규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지금 검찰은 과거 곽상도 전 의원을 수사하던 검찰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말씀드린다"며 "(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독하고, 집요하게 끝까지 수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팀"이라고 검찰을 엄호했다. 이어 "성남시에서 브로커들과 짜고 조 단위 배임행위가 이뤄졌고, 그것이 들키는 것을 막거나 들키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목적으로 힘 있는 사람들에게 보험 드는 방식으로 돈을 줬다는 것이 50억 클럽 의혹의 핵심"이라며 "이 둘이 분리돼서는 양쪽 다 진실을 규명할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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