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기소된 트럼프…전·현직 美대통령 최초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3.3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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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치 박해·선거 개입” 주장
2024년 대권 레이스에 영향 미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가 30일(현지 시각) 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트럼프 2024’라고 쓴 깃발을 들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가 30일(현지 시각) 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트럼프 2024’라고 쓴 깃발을 들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이날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조 타코피나 변호사도 기소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AP통신에 확인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며칠 내로 공소장이 공개될 때 함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팀이 최근 들어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혐의가 공소장에 적시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의혹은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이름의 전직 포르노 배우가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과거 혼외정사를 언론에 폭로할 가능성을 우려해 입막음 대가로 그에게 13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의 지시를 받고 대선 직전 대니얼스와 접촉해 이 돈을 전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이 나중에 코언에게 추가 비용 등을 더해 총 42만 달러를 갚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럼프그룹 내부 문건에 코언에게 지급한 돈을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해 기업 문서 조작을 금지한 뉴욕주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트럼프그룹이 지급한 돈이 당시 대선후보였던 트럼프를 위해 사용됐다는 점에서 불법 선거자금 수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소 직후 성명을 통해 “이것은 역사상 최대 수준의 정치 박해와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024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선거운동에 이미 착수한 상태로, 이날 기소 결정이 2024년 대선 레이스 전반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결정 전부터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검찰 수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왔다. 실제 기소가 결정되면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그의 주장이 트럼프 지지세력 결집에 영향을 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 번째 대권 도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거나 일부 혐의만 인정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녀사냥’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현재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거주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과 협의해 조만간 뉴욕으로 돌아와 맨해튼 지검에 출석할 전망이다. 이후 지문을 채취하고 사진을 찍은 뒤 형식적인 체포 상태에서 법원으로 이동,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해 공소 사실 인정 여부에 대해 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기소된 만큼 보통의 피고인처럼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설지는 불투명하다.

기소 결정과 관련해 성추문 상대인 대니얼스는 변호인을 통해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게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브래그 검사장 측은 언론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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