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의 불안한 리더십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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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출연기관 조례 공포로 세종시와 법적 분쟁
본인 부인했지만 공식적으로 금지된 ‘재량사업비 요구’ 구설수
세종시민 “민생과 거리감이 있는 문제에만 집중” 지적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이 2022년 7월19일 의장단 취임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홈페이지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이 2022년 7월19일 의장단 취임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홈페이지

취임 9개월을 맞은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에 대한 정가의 평가는 갈린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리스크 관리 등에 의정 역량을 발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반면,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보호 외 의정 활동 전반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이 없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세종시와 시정 전반에 대한 교감 없이 독자 행보를 보여 답답하다는 지적은 치명적이다. 

오랫동안 풀뿌리 지역 정치인으로 작은 정치를 해 온 상 의장에게 취임 1년 만에 ‘행정수도 의회’라 불리는 거대 조직인 세종시의회의 조화로운 운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또 소위 엘리트 집단인 세종시와 ‘혼연일체’의 긴밀한 교감을 기대하는 것도 어찌보면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상 의장 스스로 이를 감지하고 변화하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종 정가에서는 상 의장이 오로지 자신이 속한 민주당 이익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세종시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묻지마식’ 압박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한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다. 세종시장이 절차상 하자 등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조례안과 관련해서 타협없이 공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를 불복한 세종시와 법적 분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세종시의회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세종시의회 내부적으로 상 의장이 자신이 속한 정당 이익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른 조직 구성원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간의 갈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종시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안 건이다. 3월13일 재의결된 이 조례안은 출자·출연기관 임원의 임면과 임원추천위원회, 임원후보자 추천에 대한 사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종시는 앞서 2월10일 제80회 세종시의회 임시회에서 통과된 이 조례안이 상위법령인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재의를 요구했다. 상위법에서 보장하는 출자·출연기관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어 열린 제81회 세종시의회 임시회에서 조례안을 재의한 결과 원안대로 가결됐다. 하지만 표결 과정에서 세종시의원과 세종시의회 사무처 직원의 실수로 조례안이 통과된 사실이 확인됐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재의결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명백한 조례를 공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임원추천위원을 시장·시의회·기관 이사회가 각각 3명씩 균등 추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추천 비율을 조례가 아닌 정관에 담도록 하는 내용의 시장 친서를 세종시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상 의장은 세종시의 협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례 공포 결정을 내렸고, 세종시는 이에 법적 대응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세종시 나성동에서 만난 시민 최아무개씨(49)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세종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데, 상 의장은 기관장 임명권 등 민생과 거리감이 있는 문제에만 집중하면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상 의장은 시정 현안 협조를 대가로 재량사업비를 요구했다는 구설수에도 올랐다. 최근 이준배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상병헌 의장이 출자·출연기관 조례 통과 등 시정 현안 협조 대가로 시의원들에게 재량사업비 지급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사실 의원 재량사업비 지급은 행정안전부가 공식적으로 금지한 비용이다. 이에 상 의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로, 명예훼손”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논란의 발언 당시 동석했던 세종시의회 여미전 민주당 원내대표조차 “저는 그런 언급이 재량사업비를 말하는 것인지도 몰랐다”고 발언해 상 의장 주장을 온전히 믿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 의장은 민주당이 세종시의회 다수당을 유지하는 이상 의장 임기 2년을 무탈하게 마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의회 의장은 무탈하게 자리만 보전하는 자리가 아니다. 불안해하는 조직 구성원을 하나로 만들고,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세종시의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등 협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세종시민들은 자신이 소속한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세종시의회 의장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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