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시축에 K리그 유료 관중 기록 깨졌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5 15:05
  • 호수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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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5000명 관중 몰고 경기장 시축·하프타임 중간 공연…스포츠계에까지 영향력 확대하는 ‘임영웅 파워’ 화제

최근 임영웅과 팬덤인 영웅시대가 인터넷 여론을 크게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임영웅의 서울 월드컵경기장 시축이다. 4월8일 열린 K리그 FC서울과 대구FC 경기에서 시축 및 하프타임 중간 공연을 한 것인데, 그것이 초유의 ‘사태’가 되고 말았다. 

임영웅이 초유의 국민스타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그의 시축이 발표된 직후 진행된 예매에서 불과 10여 분 만에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1, 2층 주요 좌석이 매진됐고, 하루 정도 만에 3만5000여 장의 표가 팔려 나갔다. 그런데 이것이 K리그 역대 유료 관중 신기록이었다. 2018년부터 유료 관중을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역대 1위는 2019년 서울과 수원 경기의 3만2057명이었다. 역대 2위는 역시 서울과 수원 경기에서 나온 3만202명, 3위는 서울과 전북의 2만8518명, 4위는 울산과 전북의 2만8039명, 5위는 서울과 전북의 2만5333명이었다. 

가수 임영웅이 4월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6라운드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에 앞서 시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축 발표 하루 만에 티켓 3만5000여 장 팔려  

이렇게 3만3000명 고지를 넘어서지 못했었는데, 임영웅 시축 발표 직후 단 하루 만에 3만5000장이 팔렸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경기가 평범한 리그 경기였다는 점이다. 기존 유료 관중 순위권 경기들은 대부분 서울, 수원, 전북 등이 맞붙은 특급 매치들이었다. 4위인 울산과 전북의 경기는 개막전이었다. 반면 FC서울과 대구FC 경기는 특급 매치도, 개막전도 아니기 때문에 관중이 많이 몰릴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단지 임영웅이 시축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만에 유료 관중 기록을 깬 것이다. 이렇게 어떤 연예인이 시축한다는 이유만으로 관중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임영웅 이후에 앞으로도 이런 일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은 초유의 사태며, 어쩌면 전무후무할 수도 있는 역사적 사건이 됐다. 

국내에서 많은 가수의 꿈은 올림픽 체조경기장 단독콘서트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고척돔 콘서트를 하는 것이다. 고척돔을 다 채울 수 있는 솔로 가수는 매우 드물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나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의 콘서트인데, 이런 스타디움은 그야말로 당대 최고 스타들만 서는 궁극의 무대다.

임영웅은 이미 올림픽 체조경기장과 고척돔에서 콘서트를 마쳤다. 인터넷에 원성이 자자했다. 그런 공연장들이 임영웅에겐 ‘간장종지’에 불과하다며 좀 더 큰 곳에서 공연해 달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실제로 임영웅 콘서트 당시 예매 대기 트래픽이 80만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4만 명 이상 수용하는 스타디움에서 공연했을 때 매진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설왕설래도 있었는데, 이번에 단지 시축 하나만으로 K리그 유료 관중 신기록이 만들어지면서 모든 의심이 종식됐다.

예매기간 후반에 임영웅이 노래도 한다는 발표가 추가됐고, 경기 당일 공식 관중은 4만5007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모든 종목 통틀어 최대 관중이다. 이 4만5007명이 모두 유료 관중이고 무료 관중까지 더하면 총 4만7000여 명이 운집했다. 콘서트를 한 것도 아니고 직접 선수로 뛴 것도 아니다. 단지 시축 후 중간 공연으로 노래 한 곡을 불렀을 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러니 월드컵경기장 콘서트 매진이 가능하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경기 당일에 매우 추울 것이란 일기예보가 이틀 전부터 잇따랐고 실제로 기온이 급강하해 야외 경기 관람이 힘든 날씨였다. 날씨가 조금 더 온화했거나 또는 그 경기가 서울, 수원, 전북 등이 격돌하는 화제의 경기였다면 관객 수는 훨씬 많아졌을 것이다. 어쨌든 공식 관중 4만5007명만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인데, 심지어 그것이 연예인의 시축과 공연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은 더더욱 상상 초월이어서 인터넷이 떠들썩해졌다. 트로트 오디션 출신자란 이유만으로 임영웅을 경원시했던 젊은 누리꾼들이 이번에 비로소 그의 위상을 실감하게 됐다. 

더욱 누리꾼들을 놀라게 한 건 임영웅의 태도였다. 임영웅 팬클럽의 색깔이 하늘색인데 하필 이번 경기의 원정팀 색깔도 하늘색이었다. 임영웅은 자신의 팬들에게 축구팬 응원문화를 존중하자며 하늘색 옷을 입지 말자고 했다. 원정팀 응원석 바깥에서 원정팀 옷을 입는 건 실례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자 시축에 임하는 임영웅의 배려심 때문에 인터넷이 들끓었다. 

그 와중에 임영웅이 원래 국가대표팀 경기 시축 제안도 받았지만 고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콘서트 일정상 문제도 있었고, 또 축구팬에 대한 배려도 이유였다고 한다. 자신이 시축했다가는 팬들이 경기장을 뒤덮어 축구팬들이 국가대표 경기를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의 관심이 덜한 K리그 일반 경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경기처럼 국가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리를 마다할 연예인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더욱 찬사가 쏟아졌다. 일부러 관중이 적은 행사를 선택할 연예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임영웅이 4월8일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하프타임에 깜짝 공연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자발적인 객석 청소까지…‘모범적 팬덤’ 평가 

경기 후엔 임영웅이 행사료를 고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혼자만이 아니라 댄스팀, 스태프들을 이끌고 진행한 행사였는데, 자신이 자청한 일이라며 모든 비용을 스스로 댔다는 것이다. 축구화를 신고 공연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축구화는 춤추기에 적절한 신발이 아니지만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신었다는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잔디는 괜찮나?’라고 혼잣말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이 더욱 감복했다. FC서울 축구팬들은 경기장에서 임영웅을 연호하기까지 했다. 축구응원단이 축구장에서 연예인을 공식적으로 연호한 건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 영웅시대까지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하늘색 옷을 자제해 축구팬 문화를 존중했고, 골대 뒤편 자리 예매를 포기해 직관하려는 축구팬들을 배려했다. 날이 매우 추웠는데도 후반까지 자리를 지키며 응원을 이어갔다. 또, 임영웅이 관람석에서 관전했는데 과도하게 임영웅만 바라보며 경기장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초인적인 인내(?)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반적인 연예인 팬덤에선 쉽게 나타나지 않던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후엔 객석이 막 청소를 마친 듯 깨끗해 사람들이 또 경악했다. 이처럼 성숙한 팬들의 모습에 ‘가장 모범적인 팬덤’이라는 찬탄이 잇따랐다. 

이런 놀라운 기록, 미담 행진과 더불어 임영웅 중간 공연의 열기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역대 최고 수준 중간 공연으로, 가히 한국의 슈퍼볼 공연이라는 찬사까지 나왔다. 이렇게 임영웅이 단지 시축과 중간 공연 하나를 했을 뿐인데 상상 초월의 역사적 사태가 터지고 만 것이다. 이것이 국민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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