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 비상등 켜진 檢…‘김건희·50억 클럽’ 수사, 이번엔 다를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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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특검 의식한 듯 속도전…오는 12월까지 수사 성과낼 지 촉각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월24일(현지 시각)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열린 워싱턴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유미 호건 전 메릴랜드주지사 부인의 환영사를 듣고 박수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월24일(현지 시각)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열린 워싱턴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유미 호건 전 메릴랜드주지사 부인의 환영사를 듣고 박수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가 '쌍특검'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태우면서 검찰이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 연루 정황이 드러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대장동 비리 관련 '50억 클럽' 의혹 보강 수사에 속도를 내며 특검 명분 덜기에 나선 모양새다. 

오는 12월 본회의 표결까지 남은 8개월 간 수사 성과가 특검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명분 등에 대한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50억 클럽' 의혹을 각각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최근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쌍특검법안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를 기점으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이 집중적으로 전개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권 전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온 이후 두 달만에 진행된 조사다.

1심 재판에서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는 주가조작 행위에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가 관여된 정황이 판결문에도 적시됐지만, 그동안 검찰은 권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김 여사와 그의 모친이 '전주'로 지목된 상황에서도 소환조사는 커녕 제대로 된 서면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던 검찰은 권 전 회장을 재소환 해 주가조작 관련 보강 수사를 실시한 뒤 김 여사 출석 통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 결론을 위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인물들이 전원 기소되고, 1심에서 유죄 선고까지 나왔지만 김 여사와 최씨만 검찰 수사와 기소를 모두 피해간 전례가 있어서다.  

검찰이 특검 명분을 희석시키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명분을 실어주기 위해 절묘한 시점에 수사에 속도를 내는 '시늉'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만일 남은 8개월 동안 김 여사를 또 다시 소환하지 않는 등 수사가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불기소 결정할 경우 야당의 특검 추진은 한층 더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반부패수사3부는 대장동 일당 녹취록에 거론된 50억 클럽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박영수 전 특검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50억 클럽 명단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된 것은 2021년 10월이다. 그동안 검찰은 여러 의혹과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이들에 대한 수사는 감감무소식이었다. 6명 중 5명이 검사·대법관 등 법조인 출신이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커졌지만, 야당 인사에 대한 속도감 있는 수사와 정반대로 이들에 대한 수사는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로부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점, 그의 딸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뒤 대여금 명목으로 회사에서 11억원을 수령한 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점 등이 확인됐지만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 퇴직금으로 받은 50억원과 관련해 1심에서 뇌물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뒤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공소유지와 50억 클럽에 대한 보강 수사에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박 전 특검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였던 검찰은 특검이 가시화되던 지난달 말 이와 관련한 압수수색에 들어가는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인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특검 추진에 대해 "외부 상황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실체 진실 규명이라는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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