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공무원과 업자…‘에너지소비효율 등급’ 속여 냉난방기 납품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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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 수사 의뢰·징계 요구 각 3명…33명 주의·경고 처분 방침
충북교육청 전경 ⓒ연합뉴스
충북교육청 전경 ⓒ연합뉴스

충북교육청 공무원과 업자가 학교 등에 냉난방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속이는 등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교육청은 10일 김병우 전 충북교육감 시절 4년(2018~2021)간 조달청 입찰을 거쳐 충북의 학교와 교육기관에 납품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냉난방기 제품 267대가 3~4등급 제품으로 바꿔치기 돼 납품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충북교육청 특별감사팀은 2018년부터 올해 3월 조달청 다수공급자 계약에 따라 학교와 기관에 공급된 냉난방기 8800여 대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1등급 관급제품의 규격·사양과 달리 3~4등급 사제품으로 설치된 것은 A사 제품 263대, B사 제품 4대로 조사됐다.

부정 납품된 냉난방기는 A·B사와 설치계약을 맺은 청주지역 대리점들이 설치했다. 감사팀은 A·B사를 불공정 조달행위로 조달청에 신고하고, 규격과 다르게 설치된 제품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특히 충북교육청은 냉난방기를 부정 납품한 대리점 2곳이 부당이득을 취하면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공사감독 업무를 맡은 시설직 공무원(6급)은 냉난방기를 부정 납품한 업체에서 에어컨(500만원 상당)을 싸게 구매해 자신의 아파트에 설치했다. 공무원이 에어컨값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제보를 토대로 조사에 나선 감사팀은 해당 공무원이 에어컨을 현금으로 구매했고, 업체에서 발생한 간이 입금 영수증을 확인했다. 충북교육청은 뇌물 공여로 의심할 만한 비위로 판단해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충북교육청은 이 공무원이 청주 신설 초등학교의 7억원 규모 냉난방기를 조달청 입찰을 거치지 않고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겨 지방계약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다른 시설직 공무원(6급)은 부정 납품 업체에 아들을 아르바이트로 취업시켜 공무원행동강령,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다. 

충북교육청은 2021년 8월30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공익 제보된 냉난방기 부정 납품 관련해 부실 감사 정황도 확인했다. 당시 냉난방기 제품 검사·검수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처분을 6명 ‘주의’로 끝내면서다. 이에 충북교육청은 부이사관 1명·사무관 1명·교원 1명을 각각 경고 처분하고, 시설직 사무관 1명에 대해 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충북교육청은 보은의 한 초등학교에 멀티형(천장형) 냉난방기를 패키지형으로 구매해 설치한 시설직 6급 공무원을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한 교육지원청과 학교 행정실에서 검사·검수 업무를 게을리한 기술직 10명, 행정직 20명(사립학교 포함)을 주의·경고 처분하기로 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부정 납품된 냉난방기는 제조사에 시정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하고, 계약 관련 법령 준수와 물품(관급자재) 검사 시 현장 제품규격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담당 공무원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공사·물품 구매 시 관련 법령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위반한 공무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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