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60억 만들어줬나…김남국의 정치검찰 프레임 안 통해”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5 10:05
  • 호수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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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경실련 개혁위원장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약자 코스프레’에 국민 큰 충격…“위법 아니라는 해명이 더 문제”

“국회의원의 재산 변동이 있을 때마다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재벌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인 교수는 5월9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60억 코인’ 김남국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맹점을 고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재산 목록 공개로는 공직자의 위법적인 사익 추구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다는 불신이 팽배한 건 맞지만, ‘정치검찰’이라는 프레임으로 김남국 의원이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고도 못 박았다. 박 교수에게서 김남국 사태의 본질과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공개 안 된 자산과 관련해 어떤 일 했는지 알 수 없어”

김남국 사태에 국민이 공분하는 포인트가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크게는 그동안의 위선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이 아닐까 한다. 지방 로스쿨 출신에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젊은 정치인의 이미지로, 일종의 ‘약자 코스프레’를 해왔는데 ‘60억 코인’ 사태가 터지니까 너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위법성을 떠나서라도 그런 부분이 가장 큰 충격이 아닐까 싶다.”

김 의원이 변호사 시절의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한 것)라고 해명했는데. 

“위법하지 않은 투자였다는 것은 충분한 변명이나 해명이 되지 않는다. 그것으로 해명이 됐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다. 국회의원 시절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자체로도 이해상충 여지가 있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신고 내역에서 빠진 자산과 관련해 어떤 일을 했는지 국민이 알 수 없다. 국회의원의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재산을 공개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비춰보면 적절하지 않다.”

이번 사태가 ‘한동훈 작품’이라는 의혹도 있는데. 

“원인을 제공한 자와 정치적으로 악용한 자. 악용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모든 게 정치적 기획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타이밍상 나올 수는 있다. ‘한동훈 작품’이라는 말이 나오는 자체가 검찰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불신이 큰 것이니, 김남국 사태와는 별도로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동훈 장관이 60억을 만들어준 건 아니지 않나. ‘정치검찰’이라는 프레임으로 면죄부를 받는다거나 잘못에 대한 해명이 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의 가상화폐 거래가 금지돼야 한다고 보나.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코인 관리를 열심히 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국회 일이 엄청 바쁜 줄 알았는데 국민이 잘못 알고 있나? 나도 일이 너무 바빠 돈 관리를 잘 못하다 보니 손해 보는 일이 늘 있다. 기본적으로 이해상충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주식, 가상화폐 투자 등이 금지돼야 한다고 본다. 부동산도 주거용 외에는 보유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이 가상화폐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집 가진 국회의원은 부동산 관련 법을 발의하지 못하고 차 가진 사람은 자동차 관련 법을 발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신의 경우도 이해충돌이 아니다’고 주장했는데.

“무엇을 소유한 의원이 무엇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지가 문제다. 부동산 많이 가진 국회의원이 부동산 세금 깎아주는 법안을 내면 국민이 욕하지 않겠나. 반대로 부동산이 많지만 세금을 올리자는 법안을 낼 수도 있다. 자신이 이익을 보는 법안을 내는 것과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법안을 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제3의 전문가로 위원회 만들어 공직자 재산공개 범위 정해야”

가상화폐도 재산 목록에 포함시키는 ‘김남국 방지법’이 나올 것 같은데. 

“국회의원의 모든 재산을 공개해야 할 뿐 아니라 재산 변동이 있을 때마다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1년에 한 번 있는 재산 내역 공개로는 이번 사태처럼 치고 빠지는 투자로 1년 사이에 어떤 변동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가상자산 보유 자체를 금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재산 변동이 생기는 즉시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회의원이 입법활동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지 아닌지 감시할 수 있고,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얼마나 자산 관리를 잘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가상화폐가 나왔을 때 뇌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나오면서 실명화를 추진했는데, 국회의원 재산 목록에 포함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터졌다. 가상화폐가 새로 생겨난 개념이긴 하지만 앞선 우려에도 왜 공직자 재산신고 목록에서 빠졌는지, 넣으려고 했는데 빠진 건지 아니면 시도조차 없었던 건지 국회 차원에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김남국 의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른 의원들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가상화폐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한 적 있다. 가상화폐 중에서도 특히 ‘마이너 코인’들은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회의원들이 뇌물로 가상화폐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해 엄청난 차익을 볼 수 있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는 반드시 신고돼야 한다.”

국회의원 재산공개 제도의 맹점을 지적하자면.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의원들 스스로 알아서 정하도록 해놨기 때문에 말로만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하고선 실천은 전혀 하지 않는 현실이다. 차제에 시민단체를 포함한 제3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국회의원의 급여와 재산공개 범위, 각종 특권을 결정하도록 하고, 국회가 그 결정을 존중해 입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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