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대박? 계획된 정치자금?…‘김남국 코인’ 미스터리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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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 ‘잡코인’ 투자로 수십억원 수익 추정
“국회 코인 로비 만연”…정치권 전반으로 번졌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코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개인적인 투자였을 뿐 불법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논란은 김 의원 개인을 넘어 정치권 전반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번질 태세다.

11일 관련 업계에선 전날 한국게임학회 측에서 낸 성명을 두고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학회 측은 “몇 년 전부터 ‘P2E’ 업체와 협회 단체가 국회에 로비하는 것 아닌가라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P2E 게임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위메이드 등 유관 업체가 정치권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을 둘러싼 코인 논란이 정치권 전반의 ‘로비’ 의혹으로 번질 태세다. ⓒ 연합뉴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을 둘러싼 코인 논란이 정치권 전반의 ‘로비’ 의혹으로 번질 태세다. ⓒ 연합뉴스

‘P2E’ 뭐기에…정치권 전반으로 번진 ‘코인 로비’ 의혹

P2E란 ‘Play to Earn’의 약자로 ‘돈 버는 게임’을 뜻한다. 국내 게임사인 위메이드는 이 같은 P2E 생태계를 하나로 잇는다는 목표 아래 가상화폐 ‘위믹스’를 자체 발행했다.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위믹스로 바꿔 현금화하는 게 주요 개념이다. 현행법상 P2E는 불법이다. 게임산업진흥법상 게임에서 획득한 재화를 현금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위메이드를 비롯한 게임사들은 P2E 게임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다.

정치권에서도 P2E 합법화 관련 논의가 수차례 이뤄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여당 간사를 중심으로 P2E의 제한적 허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대선 당시 “P2E가 세계적 흐름인 만큼 나쁘게 볼 필요 없다”라고 옹호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다만 P2E가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찮아, 관련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위메이드 측은 정치권 로비 의혹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로비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오히려 한국게임학회에 수천만원을 후원했다”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아닌 학회 측에 수차례 후원을 했는데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김 의원도 코인을 통한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가 8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됐다. 사진은 8일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 ⓒ연합뉴스
국내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는 ‘K코인’ 대장주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유통량 위반 등을 이유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이후 시가총액이 최대 4조원 수준에서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 ⓒ연합뉴스

김남국, 개당 ‘0.0008원’ 코인으로 수십억 ‘대박’ 쳤나

그러나 김 의원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코인이 아닌 소위 ‘잡코인’을 수십억원 상당 거래했다는 점에 대해선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21년 2월 보유하던 주식을 매각하고 비트토렌트에 집중 투자해 10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위믹스 보유량도 당초 알려진 80만 개가 아닌 127만 개 수준이란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당시 가치로 환산하면 85억원 수준이다.

비트토렌트는 세계 최대 P2P(개인 간) 파일 공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다. 시가총액 7억2900만 달러로 70위 수준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 주요 거래소에 모두 상장돼있는 유명 코인이지만, 하루에만 수십배씩 가격이 널뛰기하는 대표적인 ‘잡코인’으로도 통한다. 위믹스 또한 시장의 주목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상장폐지를 당하면서 지난 1년 동안 100배 넘는 급등락세를 보인 코인이다. 현재 비트토렌트의 가격은 개당 0.0008원, 위믹스는 1200원 수준이다.

이 같은 ‘잡코인’에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는 통상 투기로 여기는 게 업계의 관례다. 잡코인은 단기 차액을 노리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렸다가 치고 빠지는 투자를 하는 개념의 이른바 ‘작전 세력’들의 표적이 되곤 해서다. 잡코인은 개당 가격이 싸고 변동성이 훨씬 크게 때문에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려는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비트토렌트와 위믹스의 가격이 널뛰기를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때문에 김 의원이 대단한 투자의 귀재가 아니고서야 수억원을 ‘잡코인’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편 김 의원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터무니없는 왜곡·의혹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보다 철저하고 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보다 강도 높은 진상조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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