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구찌·프라다…러 부자들, 제재에도 명품 사는 비결은?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5.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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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허용에 따라 자동차 등 과거보다 저렴해져
UAE·중국 등 친러 국가들이 무역 ‘길목’ 역할
러시아 모스크바 굼(GUM)백화점의 모습 ⓒ TASS=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굼(GUM)백화점의 모습 ⓒ TASS=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러시아 부자들이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사치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 시각)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 맞추어 ‘진화’한 세계 무역 망을 조명하며 이렇게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했고, 러시아에 대한 정식 수출도 중단했다. 그러나 러 중동이나 구소련 국가의 ‘중개상’들이 서방의 자동차, 전자제품, 사치품 등을 러시아 부자들에게 공급해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두바이의 자동차 액세서리 사업가는 NYT에 요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재수출용 자동차에 온열 장치를 설치하는 그는 “러시아인들이 오면 다 팔린다”는 말을 남겼다.

두바이의 고급 차 전시관의 홍보담당자는 최근 러시아 대리점에 30만 달러(약 4억원)짜리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 차량을 보냈다면서 “전쟁은 러시아 부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럭셔리 제품을 들여오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약속한 것이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외국 제품을 독점 수입권자가 아닌 제3자가 상표권자 허락 없이 수입하는 병행수입을 허용했다.

서양 업체의 자동차를 공식 판매했던 러시아의 자동차 대리점들은 이제 병행수입으로 랜드로버, 아우디, BMW 등 글로벌 브랜드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 분석업체 오토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판매된 새 승용차의 12%는 이러한 간접 수입을 통했다.

러시아의 한 자동차 기자는 “돈이 있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올 수 있다”며 전쟁 전 공식 딜러가 프리미엄을 매겨 판매할 때보다 싼 가격에 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뿐이 아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상점에서는 구찌, 프라다, 버버리 등 명품을 구할 수 있고, 최신 아이폰을 주문하면 당일 배달로 받아볼 수 있다. 심지어 가격도 유럽의 소비자 가격보다 싸다.

전자제품도 우회 시장을 통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다. 두바이의 전자제품 도매상들은 최근 러시아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UAE 외에도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등 구소련 국가를 비롯해 터키, 중국 등 친(親) 러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에 서방 제품을 공급해주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

NYT는 서방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개상을 통해 러시아에 판매되는 자동차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러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은 러시아에 유입되는 전자제품 속 칩이 우크라이나 전쟁 자원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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