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교 보폭 넓힐수록 멀어지는 중‧러...딜레마 해법도 ‘분분’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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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서방국들과 연쇄 회담 예정…中은 “국익 해칠 것” 견제구
野 “실속외교 없이 안보 위기” vs 與 “신냉전서 필요한 방향”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과의 ‘외교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일본과의 3국 정상회의도 앞두고 있어, 공조 체계를 날로 굳건히 해나가는 모양새다. 다만 중국·러시아 등에선 한국이 ‘우크라이나·대만 문제’ 등 자국 쟁점 현안을 저격할 여지가 있다며 벌써부터 날을 세우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외교 줄다리기를 두고 반응이 분분하다. 야권에선 한국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포기하는 등 ‘외교 딜레마’에 빠졌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여권에선 ‘신냉전’ 체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올바른 줄을 잡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과 윤석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REUTERS=연합뉴스·대통령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과 윤석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REUTERS=연합뉴스·대통령실

中 “尹 말참견 말라, 극단 친미정책”…러, ‘우크라 무기 공급’ 경고

윤 대통령은 오는 19일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해당 기간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해 확대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또 윤 대통령은 해당 일정 전후로 한국에서 17일 캐나다 총리, 21일 독일 총리와 회담한다. 이어 22일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및 정상회의 상임의장과도 만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외교 일정을 통해 미국·일본은 물론 서방 국가들과도 대북 공조, 안보 협력 등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EU에서 중국 의존 탈피를 염두에 둔 산업 정책 초안까지 내놓으며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선 만큼, 한국 입장에선 유럽시장에 국익을 증진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중국·러시아에선 최근 한국의 외교 행보를 두고 재차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논란에 대해 자국 쟁점 현안을 건드렸다며 한국 정부에 강력 항의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대만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발언하면서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이 말참견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러시아 외교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반발했다. 특히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건 이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거나 자국산 최신무기의 대북 지원 가능성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의 견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한·일정상회담 직후인 8일 “워싱턴 선언을 통해 신설되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에서 일본은 무조건 빠져야한다”고 날 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또 중국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타이완 문제가 걸려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일부 중국 관영 매체에선 윤 정부를 향해 “극단적 친미정책이 한국과 주변국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국익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은 오는 G7 회의도 ‘중국 비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G7 정상들이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예고하면서다. 또 독일과 EU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요청’ 문제까지 회담 의제로 포함시킨 만큼 러시아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도 분분…“우선순위 정한 후 중-러 관계 지혜롭게 풀어야”

이처럼 악화된 한·중, 한·러 관계를 두고 야권에선 한국이 외교 딜레마에 빠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향해 “윤석열 정권 출범 후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라며 “중국과의 관계도 챙기며 실속 외교를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그는 지난 9일 국회에서도 “안 해도 될 불필요한 자극적 발언 때문에 주변 국가들과 관계가 악화하고 그게 한반도에 안보 위기를 불러왔다”고 정부를 직격했다.

야권 일각에선 한·미·일 동맹 강화로 신냉전 체제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지난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스스로 신냉전을 만드는 방식으로 인입해버린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함이 너무 참담하다”며 “북·중·러 동맹과 한·미·일 동맹이 기정사실화될 경우에 가장 위험한 것은 대한민국”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여권에선 이미 신냉전 체제가 시작된 만큼, 더 이상 샌드위치처럼 고립되지 않고 한쪽 편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0일 YTN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신냉전 시기에 우리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발을 걸쳐서는 안 된다는 정무적 판단이 분명히 있어서 윤석열 정부에서 확실하게 기조를 잡은 내용”이라며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일본과의 공조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노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도 뚜렷하게 나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외교에서 성과도 거뒀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다”며 “한‧미‧일 관계는 좋아졌지만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됐다. 숙제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정부의 외교노선이 지나치게 우경화됐다”라며 “향후 우리나라 입지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현 외교 정책이 국제 정세에 순응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미‧일이 (동맹을) 강화한 것은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 정세에서 대한민국 역할이 확실히 정해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석열 정부가 외교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러시아 중국하고 다 잘 지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외교적 딜레마 상황에서 더욱 섬세한 ‘외교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교부 장관직을 역임했던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 외교를 해야 한다”며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에 우선순위를 놓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상호이익·호혜·상호존중 관점에서 어떻게 신중하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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