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의 역설…“대부업체서 외면 당한 7만 명, 불법 사금융으로”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5.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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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연 20%로 묶이자 저신용자 대출 문턱 더 높아져
사채 이용 규모, 1조2300억원에 달해…“시장연동형 도입해야 ”
ⓒ연합뉴스
15일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저신용자(6~10등급) 50478명과 대부업체 23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3만9000~7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법정 최고금리가 꾸준히 낮아져 왔지만, 이로 인해 지난해 최대 7만1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불법 사금용 이용자 10명 중 8명은 불법임을 알고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저신용자(6~10등급) 5478명과 대부업체 23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제도권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통하는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저신용자들의 불법 사금융 이용이 늘어난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3만9000~7만1000명(전년 3만7000~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불법 사금융 이용 금액은 약 6800억~1조2300억원(전년 6400억~9700억원)으로 추정됐다. 

최근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는 분위기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묶여있어 조달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대출을 내줘도 남는 게 없다는 이유다. 대부업체 대상 설문 결과를 보면 2021년 7월 최고금리 인하(24.0%→20.0%) 이후 신용대출을 감소 또는 중단하거나 담보대출을 증가 또는 유지한 비율이 각각 66.7%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을 축소하고 담보대출로 전환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서민들의 빚 부담 경감 효과를 위해 꾸준히 낮아졌다. 그러나 서민금융연구원은 서민들의 빚 부담 경감 효과보다는 저신용자들이 대부업 시장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2018~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7.9%포인트(27.9% → 20.0%) 하락한 결과 이자 부담은 1인당 약 62만원 감소했다. 대부업 이용자는 같은 기간 약 135만3000명 감소했으며 이 중 약 64만∼73만 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는 응답자 77.7%는 불법 사금융업자임을 알면서도 빌렸다고 답했다. 이용 중인 불법 사금융업자 수가 '1명'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3.6%, '2명'은 26.4%, '3명'이 12.1% 등으로 나타났다. '6명 이상'도 10.2%(전년 4.0%)로 크게 늘었다. 이용 금리의 경우 응답자의 41.3%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다. 연 240% 이상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비율도 33%(전년 22.2%)로 급증했다. '금융 소외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차원에서 생각하는 최고 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24~27%'를 선택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고금리를 고정적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인 변화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는 방식인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예금 수취 금융회사와 대부업체 등 비수신 금융회사 간 최고금리 규제 차별화, 단기·소액 대출의 경우 금리 상한을 더 높게 두는 방식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시장연동형 최고금리'의 도입을 검토한 바 있있다. 그러나 국회 반대로 관련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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