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재명 리더십…‘퇴진론’ 점점 불거지는 이유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9 12:05
  • 호수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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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변에서 커지는 의구심 ‘이재명으로 내년 총선 이길 수 있을까’
“사법 리스크에 돌발 악재 덮치면 총선까지 끌려간다” 당내 우려 커져

“사법 리스크가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 리스크’가 문제”(조응천 의원), “자정 능력을 상실한 민주당은 붕괴를 의미”(박용진 의원), “쇄신한다는데 과연 누가 주체이고 누가 대상인가? 쇄신 대상자가 주체로 나서면 먹힐 수 있을까? 허무맹랑한 일”(이상민 의원), “이 대표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다”(김종민 의원),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이 대표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용우 의원).

“김남국 의원의 자진 탈당은 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린 비겁한 처사”(박성민 전 최고위원), “당의 쇄신 국면에도 내 편 감싸기로 뒷걸음질 치는 민주당이 시대의 소명을 다해 가고 있다”(이동학 전 최고위원), “쇄신 의총에서 이 대표는 김남국 의원을 감쌌다. 온정주의의 끝판왕이다. 대표가 잘못을 저지른 의원을 감쌀 동안 바른말을 한 청년들은 엄청난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다. 대체 대표는 누구의 옆에 서 계시나”(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지도부 총사퇴론’까지 점차 고개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벼랑 끝에 섰다. 민주당 내에선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물론 ‘퇴진론’까지 분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가 처한 위기는 복합적이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당이 ‘방탄 프레임’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이란 악재가 연이어 겹쳤다. 당이 위기에 빠졌지만 이 대표와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고 온정주의적 태도를 보이며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키웠다는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입법 권력’을 가진 민주당의 민생 정책과 경제 비전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당내에선 이 대표뿐만 아니라 지도부 전원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지도부 사퇴론’까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표의 사퇴론에 대해선 계파별로 이견이 있지만, 지금이 위기라는 데는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 모두 동의한다. 특히 현재 민주당 구성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예상 밖의 이탈표가 쏟아져 당내를 술렁이게 했던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사태 때보다 크고 무겁게 감지된다. 당장 당내에서 분출되는 이견의 목소리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체포동의안 사태 당시엔 일부 비명계가 이탈했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지금은 비명계는 물론 중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에 원외 청년 세력까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깃발 아래 결집하는 모습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의 위기는 ①가치의 위기(자정 능력 상실: 도덕성 상실과 내로남불 부각) ②구조의 위기(쇄신 상실: 방탄 프레임과 쇄신의 충돌) ③전망의 위기(확신 상실: 이재명 체제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로 요약된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이 대표와 지도부는 물론 민주당 전체를 혼돈의 소용돌이로 밀어넣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내에서는 ‘과연 현재의 이재명 체제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점점 고개를 젓거나 침묵하는 이가 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숱한 논란에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의원도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입장에서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친명도 비명도 아닌 중도 성향 구성원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민주당에는 ‘시기’를 거론하는 의원이 많아졌다. 이 대표 퇴진론이 당장 현실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사법 리스크라는 구조적 위기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쇄신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사퇴론은 더욱 확산되고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커지는 원심력은 상황(넓어진 무당층)과 타이밍(제3지대)과 결합하면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내년 총선의 투표지가 지난 총선과 같게 쓰일지는 모를 일이다. 이 모든 변수의 중심에는 바로 이재명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지금 기로에 섰다.

 

사라진 자정 능력, 도덕 불감증에 내로남불까지

정치는 사실이 아니라 인식의 영역이다. 대중이 A라고 믿는 순간 A는 사실이 된다. 대중이 어떻게 바라보고 믿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정치에서는 이슈보다는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잘 대응하면 큰 악재도 작은 위기로 만들 수 있지만, 잘못 대응하면 위기는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을 다룬 태도는 과연 어디에 가까울까.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당내 여론이 폭발한 밑바탕에는 무엇보다 김 의원이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조응천 의원은 5월1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남국 의원이 누구냐. 자타가 공인하는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며 “그런 사람이 비위에 연루돼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났는데도 (지도부는) 제대로 맺고 끊고 하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의 수행실장을 맡았고, 이 대표의 원조 측근 그룹인 ‘7인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자진 탈당이라는 형식과 쇄신 의총 직전이라는 타이밍 모두 중대한 전략적 판단 미스”라면서 “이 대표가 오히려 ‘읍참마속’의 결단으로 바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면 당으로 불이 옮겨붙는 일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설사 김 의원이 독단적으로 탈당한다고 해도 이런 절차가 있었다면 당명(黨命)을 어기고 탈당했다는 명분을 당이 취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징계 회피용 탈당은 제명 또는 향후 5년간 복당할 수 없다’는 당규를 적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와 지도부가 온정주의에 치우친 나머지 사안의 민감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심은 이번 코인 논란을 전임 정부 당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대거 회수한 결정적 계기였던 ‘조국 사태’만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정작 지도부는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미온적 태도와 늑장 대응으로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국 전 장관 문제와 김남국 의원 문제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점이 있다. 분명한 건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측면이 비슷하다”고 했다.

실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여론은 요동쳤다. 한국갤럽의 5월 2주 차(9~1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 지지율은 10%포인트 정도 급락했다. 직전 조사에서 31%였던 18∼29세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19%로 12%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30대 지지율도 42%에서 33%로 9%포인트 내려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의원의 코인 관련 의혹은 직전 조사가 이뤄진 후인 5월5일 언론 보도로 촉발됐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민심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지도부와 친명계 의원들은 전혀 다른 인식을 드러내며 사태를 키웠다. 이들은 김 의원을 두둔하거나 검찰과 언론을 탓하고, 당내 자성의 목소리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성 지지자들도 김 의원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문자·전화로 항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사이다’로 표현되는 특유의 개혁적 태도가 최측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우려된다”면서 “이번 사태는 계파 갈등이 아니다. 진보에게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민심의 기대를 채우기는커녕 ‘조국 사태’ 때처럼 다시 한번 내로남불의 늪에 빠지게 된다면 내년 총선은 하나 마나”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남국 의원 탈당 등 최근 당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누굴 쇄신하나”…‘방탄 속 쇄신’이란 딜레마

현재 민주당 내에는 ‘세 가지 불안’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향방이다. 두 번째는 내년 총선까지 검찰의 공세가 계속 펼쳐질 텐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검찰발(發) 돌발 악재까지 두 개의 전선에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는 불안이다. 세 번째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검찰발 돌발 악재에 대처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의 논란이나 의혹도 그 연장선에서 대응하는 게 기본값이 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국민 눈높이에서는 ‘의혹과 논란’의 문제적 사안들임에도 이를 민주당 지도부는 전혀 다르게 다루게 된다. 즉 윤리적 사건이나 비리 의혹 등에 민주당이 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결단, 즉 사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여당이 내건 ‘방탄 프레임’에는 맞서 싸워야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게 비리 의혹과 논란을 다루기 위해서는 ‘사법 리스크’라는 첫 번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인식을 가장 강하게 갖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 바로 이상민 의원이다. 이 의원은 ‘재창당의 각오로 반성과 쇄신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한 쇄신 의총을 두고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공허하다”며 “재창당을 하려면 기존의 구조물은 제거해야 한다. 기존 골격을 그대로 둔 채 재창당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면책이고 눈속임”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쇄신을 한다는데 과연 누가 주체이고 누가 대상인가”라면서 “쇄신 대상자가 주체로 나서면 (쇄신안이) 먹힐 수 있을까. 결의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기존 구조물이고 쇄신의 대상인 이재명 대표와 그 맹종파에 대한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허구일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물론 이 대표 입장에선 ‘정당한 수사’와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은 아직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비등한 상황이다. 일시적으로 추락해도 위험 수준까지 추락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숙제는 남아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점차 커지는 “왜 이재명을 지켜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대표는 머지않아 취임 1주년을 맞는데, 아직까지 ‘이재명의 민주당’ 브랜드는 확실치 않다. 기본소득 등 이 대표를 상징하던 기본 시리즈는 자취를 감췄고, ‘이재명의 쇄신안’은 무엇인지도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과거 ‘문재인의 민주당’에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브랜드와 시스템 공천으로 대표되는 혁신안이 존재했다. 아울러 표창원(경찰 개혁), 조응천(검찰 개혁), 박주민(세월호 참사), 양향자(경제), 이철희(대중성) 등 인재 영입을 통해 여러 의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며 당 이미지를 바꾸기도 했다.

민주당에서 3번의 총선을 치른 한 당직자는 “이 대표의 진짜 위기는 그의 사법 리스크가 아닌 그의 브랜드 없음이 부각될 때일 수 있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도 “자신의 미래에 이익이 된다면 대중은 그의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 후보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에만 과거가 문제가 된다”며 “2002년 대선에서 대중은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미래를 향한 이슈를 던진 노무현을 더 주목했다. 이회창은 과거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졌다”고 했다.

 

“대안 부재라는 ‘불확실성’보다 이재명 리더십이 더 ‘위협적’”

‘내년 총선 홍보물에 과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각각 등장할까.’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다. 두 사람 모두 낮은 지지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총선 운동이 본격화되면 현역 의원들은 물론 정치 신인들도 새로운 미래권력을 찾아 그 사람과 사진을 찍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하나가 더 붙는다. 설사 인기가 낮아도 차기 총선의 공천을 여당에선 윤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할 것은 확실한데, 야당에선 과연 이 대표가 행사하겠느냐를 두고서는 설왕설래 주장이 엇갈린다.

이 짧은 이야기 속에 이 대표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 담겨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적 경쟁력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지지난 대선에선 ‘문재인이 싫어서’,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이 싫어서’ 선택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겨난 것이다. 지난 대선까지를 복기해 보면 이 대표는 분명한 강점이 있었다. 시원한 ‘사이다’ 화법에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특유의 돌파력은 팬덤을 불러올 만큼 대중에게 소구력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장점은 희석되고 잘 보이지 않게 됐다. 오히려 강성 지지층에 둘러싸여 국민과는 멀어져 보이는 이미지마저 생겼다. 이런 변화는 ‘이재명으로 이길 수 있나’라는 질문을 넘어 ‘왜 이재명을 지켜야 하나’라는 또 다른 질문이 민주당 내에 확산되게 만들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주주인 친문 세력과 친명계의 전략적 제휴로 탄생한 리더”라면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이 대표의 자리가 당장은 위협받고 있지 않지만, 지금처럼 대표 리스크가 당을 뒤엎고 내년 총선의 전망까지 가라앉게 한다면 민주당의 침묵하는 다수인 중도층과 친문 세력은 ‘이재명 리스크’보다 ‘대안 부재’라는 불확실성을 택할 수도 있다. 당장 다음 체포동의안이 온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최근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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