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G 2023] “애덤 스미스가 강조하는 ‘공감’의 중요성…한국 기업 혁신 위해 규칙 깨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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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몬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장
“기업가의 필수 덕목은 신중함‧정의‧자비‧신뢰”

5월24일 시사저널이 주최한 ‘컨퍼런스G 2023’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열렸다. 올해 11회째를 맞이한 컨퍼런스G의 주제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로 넘자’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에서 모두가 R의 공포에 직면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기에, 탁월한 전략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생존 전략을 리빌딩(Rebuilding)하고, 가치를 회복(Recovery)하고, 기업을 안정시키며(Relief), 혁신하는(Reform)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컨퍼런스G는 ‘R의 공포’를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기업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다. 올해도 시대를 선도하는 경영 석학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몬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장은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3’ 강연을 통해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버틀러 소장은 애덤 스미스의 탄생 300주년을 맞은 지금,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다룬 경제 사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강조한 ‘도덕성’이며, 그것은 기업이 ‘제품’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나은 비즈니스를 운영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감’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이겨낼 중요한 방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봤다.

세계 최고의 정책 싱크탱크인 애덤스미스연구소(Adam Smith Institute)를 이끌고 있는 이몬 버틀러 소장은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시장경제의 국유산업 민영화, 공공부문 개혁, 정부 지도자 교육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선구학적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를 비롯해 루트비히 폰 미제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시장 사상가들의 연구를 저서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3에서 이몬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 소장이 스피치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3에서 이몬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 소장이 스피치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기업이 인적 자본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버틀러 소장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타인과 진정한 공감을 느끼는 순간이 인간의 가장 강렬한 경험이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공감함으로써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강력한 회사를 만든다. 현명한 관리자는 이러한 본성을 포용한다”며 “공감은 기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좋은 관리자가 공감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버틀러 소장은 “기업이 운영하는 비즈니스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공통된 것은 ‘사람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 환영 받고, 격려 받고,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혁신, 아이디어, 자본이 무엇이든 간에, 이해와 공감이 없다면 위대한 기업가가 될 수 없다”며 “지식과 기술, 창의성, 유연성, 집중력, 충성도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인적 자본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을 신뢰하고 권한을 부여한 혁신적인 회사로 영국의 기업 팀슨(Timpson)을 소개했다. 작은 상점으로 시작해 신발 수선, 드라이클리닝, 표지판 제작, 시계 수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슨은 매뉴얼을 없애고 직원들에게 자율을 부여한 대표적인 회사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직접 듣는 직원들이 제품의 가격을 정하거나 고객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의사결정 권한과 직무 수행의 자유를 준 것이다. 그 결과 팀슨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버틀러 소장은 공감적인 관리자가 고객을 이해하면서 제품에 대한 평판을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는 과정을 ‘도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진정한 관리자는 고객을 위해 옳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그 대가로 고객에게 사랑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며 “공감하는 관리자들은 세상에 이익을 가져왔고,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삶을 바꿔놓았다. ‘빠른 돈벌이’에 집착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업은 공감을 바탕으로 촉진되는 사회적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을 가난이라는 틀에 가두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을 막는 규제라고 봤다. 그는 “내가 태어났을 때 인구의 80%가 하루 1달러의 빈곤 속에서 살았고, 1980년대까지도 절반 정도가 빈곤한 삶을 살았다. 그 후 무역이 개방되고 인도와 중국 등이 세계 경제에 합류했고,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이 가난한 나라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가장 자유로운 경제는 가장 평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이 꿈을 추구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이나 엘리트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자유경제 사회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돼 전 세계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것 중 하나는 ‘분업’이다. 핀을 만드는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와이어를 자르고, 끝을 날카롭게 하고, 포장을 하는 특정 작업을 각자 수행하는 것만으로 하루에 수만 개의 핀을 생산할 수 있다. 버틀러 소장은 “분업과 같은 전문화는 상품과 서비스를 풍부하게 생산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사물을 상상하고,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식에 있어 엄청난 다양성을 허용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 다양성은 팬데믹과 같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을 때 기업이 적응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한다. 직원의 창의성과 역량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가는 그 다양성이라는 자재를 이용해 세상을 진보시킬 수 있다.

그는 정부의 규제를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위험 요인으로 봤다. 그는 “최근 유럽연합은 철강, 시멘트, 비료와 같은 에너지 집약적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발표했다. 환경 피해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러한 관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른 공급업체를 차단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생산자인 것을 볼 때, 환경 문제보다는 단순한 보호주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경쟁이 제한되면 창의성이 제한되고, 결국 세계는 혁신과 진보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애덤 스미스가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평화’와 ‘낮은 세금’ ‘정의’ 뿐이라고 말한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3에서 이몬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 소장이 스피치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3에서 이몬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 소장이 스피치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기업가가 추구해야 할 네 가지 덕목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모두가 추구해야 할 네 가지 덕목을 말했다. 신중함과 정의, 자비, 신뢰다. 버틀러 소장은 이 덕목들이 기업가에게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신중함이다. 결국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기업은 합리적인 이기심과 함께 사업에 대한 신중함을 지녀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거나 탐욕에 빠지지 않고, 청렴하고 정직한 거래를 하면서 고객과 공급업체, 동료 및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보여줘야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틀러 소장은 “특히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심을 지닌 기업가는 그들의 필요와 능력을 이해하고, 열망과 두려움을 공유하며 충성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가 모두를 공정하게 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착취해서는 안 되고, 고객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고객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틀러 소장은 “정의의 미덕은 결국 공감에서 비롯된다. 정의란 직원, 고객, 동료 등 모든 사람을 정직하고 공평하게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개인의 특성이나 편견에 근거하지 않고, 그들의 성격과 재능, 능력에 따라 사람을 대한다”고 말했다.

자비와 신뢰 역시 공감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업가의 자비로운 마음은 사람들의 필요성을 의식하고, 힘이 허락하는 한 기꺼이 그들을 도울 수 있게 만드는 덕목이다. 그는 “관리자에게 자비란 직원에 대한 친절, 공급자에 대한 이해, 고객에 대한 정직, 지역 사회에 대한 관대함 등으로 발현된다”며 “신뢰는 공감을 만드는 데 기초가 된다. 공감은 도덕적 행동의 기초가 되고, 도덕적 행동은 평화, 조화, 정의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 개인 간의 신뢰가 강한 국가의 시장 경제는 개방적이고 자유롭지만, 신뢰가 낮은 국가에서는 시장이 제한되는데, 곧 시장 경제가 신뢰의 원칙에 따라 작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강조하는 것은 ‘공감’이다. 공감은 자신의 이익 뿐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제 세상은 가족과 친구, 이웃 등 가까운 구성원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넓은 범위에서의 공감도 촉구하고 있다. 통신과 미디어 등을 통해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공감의 가치는 국경을 넘은 기부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공감 능력은 교과서나 비즈니스 서적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통해서 개발하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지식과 기술,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창의성과 참여성을 촉진하면서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버틀러 소장은 “애덤 스미스는 300년 전의 인물이지만 오늘날 비즈니스 리더와 기업가들에게 여전히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공감하는 기업가 정신이 어떻게 진보를 이끌고, 유익하고 생산적인 사회적 조화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신뢰와 공감의 문화를 만들고, 신중함, 정의, 자비, 신뢰의 미덕에 충실한 기업가는 지속 가능하고 만족스러운 성공을 달성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문화는 규칙을 기반으로 하고, 위계질서가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혁신경제를 만들기 위해 규칙을 깨고, 다른 방식의 사고를 해야 한다”며 “실패를 관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를 덜어내고 자유롭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만 코로나 이후에 생긴 격차를 채워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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