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美소송에 ‘연방검사 출신’ 초호화 변호인단 포진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6.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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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美로펌 ‘텐튼스‘, 권씨 미 소송에 수차례 등판
은닉 추정 비트코인 1만 개…현 시세 기준 3600억원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가치 폭락을 일으킨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연방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고용해온 것으로 1일 확인됐다. ⓒ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가치 폭락을 일으킨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연방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고용해온 것으로 1일 확인됐다. ⓒ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가치 폭락을 불러온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초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을 자신의 대리인단으로 고용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권씨가 장기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면서 법정 분쟁에 명성 있는 변호인단을 포진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큰 재산을 은닉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세간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 법조계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달 2일 자신이 피소된 사기 혐의 집단 손해배상소송 사건과 관련해 원고들이 제출한 2차 청구원인 변경서(SAC)를 각하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캘리포니아주 북부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냈다.

요청서의 핵심은 원고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테라(UST) 거래가 미국 내에서 이뤄졌다는 논거가 제시되지 않아 미 사법부의 관할권이 적용될 수 없는 데다, UST 가상화폐와 관련해서도 그 증권성이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 했다는 점이다.

주목할 점은 해당 문건에 미국계 로펌인 덴튼스(Dentons) 소속 조엘 D. 시걸, 앤드류 M. 펜덱스터, 더글러스 W. 헨킨과 고문급 스티븐 J. 센더로위츠 등 4명의 변호사가 테라폼랩스와 권씨의 대리인단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덴튼스의 공식 명칭은 '다청(大成) 덴튼스'로, 이 곳은 2015년 영미계 로펌 덴튼스와 중국 로펌 다청이 합병하여 탄생한 초대형 로펌이다. 지난해 12월 저명한 경쟁법 전문매체 GCR(Global Competition Review)이 평가하는 '글로벌 100 로펌'에서 1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 변호인단의 이력은 화려하다. 덴튼스 로스앤젤레스(LA) 사무소 총괄파트너인 시걸은 미 헌법기본권재단(CRF) 이사를 맡았던 유명한 법조인이다. 파트너인 헨킨은 뉴욕 증권거래소(NYSE) 관련 사건을 다수 수임한 경제 사건 관련 소송 전문 변호사다. 고문인 센더로위츠는 일리노이주 북부지방 연방검사로 재직한 바 있다.

덴튼스는 미국 내에서 권씨 소송이 진행될 때마다 등판해 왔다. 권씨가 지난해 8월1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환 명령에 불복하는 상고 허가 신청서 제출 기한을 10월6일까지로 30일간 연기해달라고 미 대법원에 요청했을 때, 덴튼스가 등장해 권씨 편에 섰다. 당시엔 스티븐 R. 매컬리스터 변호사가 권씨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과거 클래런스 토머스와 바이런 화이트 등 미 대법관 아래에서 서기를 맡았고, 2018∼2021년에는 캔자스주 연방검사로 활동한 바 있는 등 탄탄한 이력의 소유자다.

당시 매컬리스터 변호사는 "테라폼은 싱가포르 법인인데다 권씨 역시 싱가포르 거주자임에도 (미국 기관인) SEC의 인적관할권을 제2항소법원이 인정했다"고 항변했다. 이후 대법원은 일주일만인 8월25일 이를 수용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권씨는 2021년 10월에도 자신이 SEC의 비공개 조사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 덴튼스의 헨킨과 센더로위츠를 선임해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선임 비용은 변호사의 명성과 사건 진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간에 비례해 커진다. 이에 권씨가 이같은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오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 자연스레 해당 소송 비용의 출처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권씨가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지난 5월은 권씨 몬테네그로에서 수감생활을 두달째 지속하던 때라 눈에 띄는 외부 조력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해 8월은 테라·루나 붕괴 한 달 전인 그해 4월, 권씨가 해외 도피 생활을 시작한 지 4개월째 되던 시점이다. SEC가 테라·루나 관련 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추가 조사에 돌입하는 등 미 당국이 본격적으로 권씨를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옥죄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SEC는 지난 2월 고발장에 이같은 내용을 적시하면서 권씨가 비트코인 1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실물 암호화폐 저장소)에 보관해왔으며 지난해 5월부터 주기적으로 이 자금을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하고 현금화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오후 5시 시세 기준으로 비트코인 1만 개의 금액은 약 3630억원에 달한다.

권씨는 도피 행각 11개월째인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출국하려다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최근 현지 하급심에서 40만 유로(한화 약 5억7000만원)에 보석을 허가받았으나, 상급 법원이 이를 취소해 아직 구금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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