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실적 악화에 권원강 회장 리더십도 ‘흔들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6 10:0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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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치킨 가격 인상 후폭풍…권원강 회장 구원투수 등판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교촌치킨이 올해 치킨값을 최대 3000원 인상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촌치킨은 4월3일부터 간판 메뉴 허니콤보를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기본 메뉴인 교촌 오리지널을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인상했다. 교촌치킨 측은 원자재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불가피하게 치킨값을 올리게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심상치 않다. 오랫동안 국내 1위 치킨 기업으로 자리 잡은 교촌치킨이 지속적으로 치킨 업계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치킨 업계 최초로 배달비 유료화를 시행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촌치킨은 이때부터 배달주문 때마다 2000원을 추가해 받기 시작했다. 2021년 7월부터는 배달비를 1000원 더 올렸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경쟁 업체들도 배달비를 받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다. 

ⓒ연합뉴스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4월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품목별로 500원에서 최대 3000원 올리기로 했다. 간장 오리지날 제품 가격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18.8% 인상된다. 사진은 3일 서울의 한 교촌치킨 매장 ⓒ연합뉴스

‘치킨플레이션’으로 이미 소비자들 자극

2022년 이슈가 됐던 ‘치킨플레이션’의 중심에도 교촌치킨이 있다. 교촌치킨은 2021년 치킨 업계 중 처음으로 제품 평균 가격을 8.1% 인상했다. 교촌오리지날, 레드오리지날, 허니오리지날 등 주요 메뉴가 기존보다 1000원씩 비싸졌고, 교촌윙과 레드윙 등 부분육 제품은 2000원씩 올랐다. bhc와 BBQ 등 주요 치킨 브랜드는 교촌치킨이 2021년 가격을 올리자 2022년 뒤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다. 교촌치킨이 ‘배달비 포함 치킨 3만원 시대’ 포문을 열어젖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교촌치킨이 치킨 가격을 인상하자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배달앱 내 치킨값을 일부 올린 것으로 나타난다. 5월31일 업계에 따르면 네네치킨과 처갓집양념치킨, 페리카나치킨 등 일부 치킨 가맹점이 배달앱 매뉴 가격을 인상했다. 네네치킨 일부 가맹점은 오리엔탈파닭 등 대표 메뉴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했다. 오리엔탈파닭의 경우 공식 판매가는 1만9000원이지만, 일부 가맹점은 배달앱에서 2만원 이상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교촌치킨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교촌치킨을 비롯해 치킨 업계의 가격 인상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5월26일 기준 육계 도매가격은 ㎏당 평균 4224원으로 4월28일 ㎏당 3953원보다 6.9% 올랐다. 1년 전 가격(㎏당 3286원)과 비교하면 28.5%가량 상승했다. 소비자가격도 상승세다. 5월28일 기준 ㎏당 닭고기 평균 소비자가격은 6547원이었다. 한 달 전 6246원보다 4.6% 올랐고, 1년 전 5992원보다 9.3% 올랐다. 치킨 업계 역시 이번 가격 인상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유가 어찌 됐든 교촌치킨 가격 인상을 두고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업이 가격을 올릴 때는 신메뉴를 출시하거나 아니면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세심한 전략을 펴야 함에도 교촌치킨은 가격 인상만 단행하면서 소비자를 외면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줬다. 더구나 올해 들어 정부가 “식품·외식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보란 듯 대폭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원성이 더 자자하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촌치킨 불매운동까지 번지고 있다. 교촌치킨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가격 인상 후 한 달 만에 각종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응은 차갑다.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조삼모사()도 아니고,  인상한 가격을 그대로 할인해 주는 건 또 뭐냐”라거나 “쿠폰 줘도 안 먹겠다” “교촌을 잡으면 다른 곳도 (치킨값을) 못 올린다”는 등 다소 강경한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교촌치킨이 가격을 인상한 후 지난 4월 방문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5월24일 뉴스포미가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의 분석 플랫폼 데이터드래곤을 통해 Tmap 사용자가 방문한 국내 치킨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지난 4월 교촌치킨(8만 대), bhc(6만2000대), 맘스터치(5만7000대), BBQ(5만 대), 굽네치킨(3만4000대) 순으로 나타났다. 교촌치킨 순위가 가장 높았으나 감소세 역시 가장 컸다. 지난 3월 대비 4월 방문객 증가율은 교촌치킨 -20.6%, BHC -6.7%, 맘스터치 -10.7%, BBQ -3.5%, 굽네치킨 -11.6%로 5곳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3월 홀로 10만 대 넘는 수치로 1위를 굳건히 했던 교촌치킨이 가장 높은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지난해 대비 10분의 1 토막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교촌치킨의 저조한 실적은 또 다른 악재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0분의 1 토막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교촌에프앤비(F&B)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4989억원, 영업이익은 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4935억원) 대비 1.1%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280억원보다 89.8%나 급감했다. 

교촌치킨의 이 같은 실적 하락은 BBQ와 bhc 등과 비교했을 때 더욱 도드라진다. bhc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418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줄었지만, 매출은 5075억원으로 전년보다 6.4% 늘어났다. BBQ는 매출이 4188억원으로 교촌보다는 낮지만, 전년 대비 매출 상승 폭은 15.6%로 교촌을 상회한다. 또 영업이익은 641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38억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교촌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인 원부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당사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가맹점이 부담할 수 있는 부분을 본사가 분담한 점도 한몫했다. 예컨대 2021년에 소비자가격을 올렸을 때 닭고기의 경우 가맹점 납품가를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에서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치킨 업계의 특성에다 교촌치킨의 선제적 가격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물가 상승이라는 대외 변수까지 합쳐져 실적이 악화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매년 늘어나는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의 고배당에 대해서도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교촌에앤비는 지난해 88억원 영업이익과 49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중 50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지분 69.2%를 보유한 권 회장의 경우 34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다. 배당금 총액과 배당 성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 배당금 총액은 2019년 20억원, 2020년 50억원, 2021년 75억원, 2022년 5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배당 성향은 2019년 6.8%, 2020년 21%, 2021년 25.1%, 2022년 93.7% 등으로 나타났다.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 ⓒ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 ⓒ연합뉴스

회사 어려운데…오너는 거액 배당금 챙겨 

덕분에 권원강 회장의 배당금은 해마다 증가했다. 권 회장은 2020년 36억5253만원, 2021년 51억8626만원, 2022년 34억5751만원 등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교촌치킨이 지난해 번 돈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사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1명의 대주주가 있을 때 배당 성향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권원강 회장에게 배당금을 몰아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회사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에 고배당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권 회장은 지난해 교촌의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0% 가까이 줄어들고, 업계 1위 자리를 bhc에 내줬음에도 34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주머니를 털어 영업 실적을 올리겠다면서 정작 자신의 주머니는 채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동종 업계에서도 교촌의 고배당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상황에서 신사업 투자를 비롯해 가맹점 등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시선이다.

권 회장은 교촌치킨의 경영난 회복을 위해 당찬 포부를 밝히며 돌아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는 지난해 12월 교촌치킨 대표로 경영에 복귀했다. 2019년 3월 사퇴한 후 약 3년9개월 만이다. 당시 권 회장이 사퇴한 건 친인척 갑질 논란 때문이었다. 그의 6촌 동생은 직원들에게 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고, 권 회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권원강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거쳐 회장으로 재취임했다. 취임사에서 상생경영, 정도경영, 책임경영을 외치며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글로벌 식품라이프 스타일 100년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복귀 첫 작품이 가격 인상이었던 것이다. 이에 따른 교촌치킨의 브랜드 이미지 악화와 곤두박질친 실적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 이익 감소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권 회장은 매년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권 회장의 경영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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