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라” vs “더는 못 버텨”…출구 안 보이는 최저임금 협상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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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최저임금위원회 3차 회의 앞두고 노사정 ‘강대강’ 대치
勞 1만2000원 vs 使 9620원 동결 주장…장외 여론전 본격화

2024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저성장 우려 속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경영계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3차 회의가 오는 8일 열릴 예정이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5일까지로, 적어도 6월29일까지는 위원회 차원의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1988년 이후 이 기한을 맞춘 적은 단 8번밖에 없다. 이번에도 노사 간 강대강 충돌이 예고된 터라, 남은 시한까지 합의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5월25일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지회장단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위)과 6월2일 민주노총 대전본부 등 대전지역 28개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 연합뉴스
5월25일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지회장단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위)과 6월2일 민주노총 대전본부 등 대전지역 28개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 연합뉴스

올해도 노사 간 최저임금 힘겨루기…‘업종별 차등적용’ 논의 시작도 못 해

노사가 최저임금 협상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대목은 ‘인상 폭’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지난 4월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액으로, 올해 시급 9620원보다 24.7% 증가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월 209시간 노동시간 환산액으로 따지면 250만8000원이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배경은 급증한 물가인상률이다. 물가가 급등한 것에 비해 임금인상률은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취지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올해 1~3월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7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387만6000원) 2.7% 감소했다.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명목 임금은 416만4000원으로 동기 대비(408만4000원) 2.0%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4.7%)이 이를 압도하면서 실질임금이 쪼그라든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4%(한국은행 전망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저임금을 현행보다 올리면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연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18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68.6%는 내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고용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경영‧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55.2%)을 가장 많이 꼽기도 했다.

이밖에 경영계는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구조 차이를 무시하지 못하는 만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이 필수적이란 취지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에선 지난 2차 회의 때까지 업종별 차득적용 논의는 첫 발도 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측은 오는 3차 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다룬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설치한 높이 7m 철제 구조물(망루)에서 고공 농성을 벌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 진압 방식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설치한 높이 7m 철제 구조물(망루)에서 고공 농성을 벌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 진압 방식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제진압’에 더 멀어진 노사정…대화 채널 끊길라

문제는 노사정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되면서, 대화 채널 자체가 단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한국노총 간부 체포 건을 계기로 노사정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공 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조합원이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체포되자, 노동계는 즉각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당장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릴 예정이었던 노사정 대화가 지난 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도 고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 출범 때부터 일찌감치 불참해온 터라 현재로선 한국노총이 유일한 노동계측 소통 창구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노총마저 탈퇴를 감행할 경우 노사정 대화 채널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한국노총은 오는 7일 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최저임금위 회의도 정상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경찰이 연행한 한국노총 조합원은 김준영 사무처장으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9명 중 한 명이다. 근로자위원 한 명이 빠지더라도 회의를 개최할 수 있지만, 노동계 측은 회의 자체를 보이콧하는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 근로자위원들은 앞서 긴급 성명을 통해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되는 시점에 김 사무처장을 유치장에 가둬 두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를 비롯한 회의 파행의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한국노총 측은 일단 최저임금위엔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기류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저임금위 불참 여부와 관련해 “2500만 노동자들을 위한 사항이기 때문에 책무이행은 해가면서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최저임금위 위원장에게 요구해 대리참석이든 책임과 책무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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