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로 금연할 수 있을까?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2 12:05
  • 호수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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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금연에는 도움 되지만 금연 보조제는 아냐

금연은 흡연자에게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금연 성공률은 5% 미만이다. 초기에 금연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니코틴 의존도, 즉 니코틴 중독 때문이다. 니코틴이 뇌의 니코틴 수용체를 자극하면 도파민 회로가 활성화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뇌에서는 니코틴에 작용하는 니코틴 수용체의 양이 점차 증가하는데 흡연하기 전의 거의 3배까지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니코틴에 내성도 생기고 의존성도 생겨 흡연량은 점점 늘어나고 금연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금연을 지속하면 니코틴 수용체의 수도 다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기전을 바탕으로 금연 시 전자담배 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자담배는 크게 ‘궐련형’과 ‘액상형’으로 나뉘는데 실제 금연과 관련된 이슈로 다룰 전자담배는 액상형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을 흡입하게 해서 전통적인 담배 연소 시 생기는 유해 화합물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이유로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지난해 78개 관련 연구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6개월 이상 금연 성공률에서 니코틴 대체요법이나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와 비교해 금연율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전자담배가 금연에 명백한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처럼 보이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 있다. 흡연자가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전자담배를 사용하면서 흡연도 하는 경우가 생긴다. 2019년 한 연구에 따르면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피우는 환자 중 약 40%가 1년 후에도 전자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었다.  

전자담배가 우선 6개월간의 단기 금연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과연 건강상 위험은 없을까? 2019년 8월 미국을 필두로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된 폐질환이 발생해 이슈가 됐다. 전자담배가 직접적으로 폐 손상을 일으킨 원인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후 분석에 따르면 전자담배에 니코틴 대신 사용한 물질(THC)이나 담배 맛을 내는 가향 물질이 폐를 손상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비흡연자보다 심뇌혈관질환 위험 31% 높아

그렇다면 이러한 물질들 대신 원칙대로 니코틴만 사용하면 괜찮을까? 사실 일반 담배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전자담배가 금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 이익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이기헌 교수와 서울대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 담배를 피우다 전자담배로 바꾸는 경우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3% 낮았다. 하지만 완전 금연을 유지한 사람보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31% 높았다. 5년 이상 금연하다가 전자담배를 다시 피울 때는 전자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험도가 70%나 높았다. 

결론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단기간 금연 시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맞고, 일반 담배보다는 건강상 덜 해로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연을 통한 건강 이득을 상당 부분 줄일 뿐 아니라 장기간의 금연 보조 효과가 확실치 않고, 장기 사용 시 건강 위험에 대해서는 명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근거가 부족한 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나 금연 치료의 도구로 홍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천명하고 있다. 다만 금연을 시도하는 개인이 완전한 금연이 쉽게 달성되지 않는 경우 징검다리 삼아 아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금연을 포기하고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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