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펫숍 판별,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0 12:05
  • 호수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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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보호소 표방하지만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팔아

얼마 전 한 동물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신종 펫숍의 충격적인 실태가 다뤄져 많은 사람의 공분이 일고 있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 혹은 반려동물 요양보호소라고 홍보하며,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유·무상으로 파양받아 재입양을 알선하는 곳을 흔히 신종 펫숍이라 부른다. 신종 ’펫숍’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들이 대외적으로 홍보할 때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마치 선량한 보호소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동물판매업, 즉 펫숍을 함께 영위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방송에서는 바로 이런 신종 펫숍이 사람들로부터 파양받은 동물들을 제대로 보호하거나 입양을 보내기는커녕, 땅 주인에게 몰래 넘겨 100마리 이상의 동물이 암매장된 채 발견된 끔찍한 사건이 다뤄졌다. 이런 신종 펫숍으로 인한 피해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흔한 피해 사례는 신종 펫숍 홈페이지에 올라온 유기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전화 후 방문했으나 실제로 가보니 그 동물은 없었고, 그 대신 값비싼 품종견 분양을 권유받은 허위 광고 피해다. 이는 마치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 수법과 매우 닮아있다.

또한 이 업체들은 파양하는 동물의 상품성에 따라 파양비를 책정하는데, 그들의 기준에서 상품성이 높은 경우 무료로 파양받기도 하지만, 품종이 없고 나이가 많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 여러 가지 명목으로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파양 비용을 청구해 이득을 취한다. 문제는 이들이 제시하는 계약서에는 파양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파양자 입장에서 그 동물이 적절히 보호되고 있는지, 제대로 된 곳에 입양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신종 펫숍 계약서의 몇몇 조항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시정 조치한 일도 있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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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판매업 등록번호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물론 키우던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이렇게 반려동물을 파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로 삼는 신종 펫숍은 더욱 잘못됐고 파렴치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이런 신종 펫숍의 폐해를 인지하고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신종 펫숍을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 두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첫 번째는 반려동물을 파양받아 재입양을 알선하는 업체는 신종 펫숍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책임감 있고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를 생각하는 업체라면 절대로 반려동물 파양을 쉽게 허용하지도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이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동물판매업을 함께 영위하는 경우 명확하게 신종 펫숍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팔아 영리를 추구하는 업체가 과연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을 사용할 자격이 있을까? 이런 펫숍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구매할 수 있어 유기동물 문제를 악화시키는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펫숍이나 반려동물 분양 및 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는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나 유기동물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신종 펫숍이라 볼 수 있다.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홈페이지 하단에 동물판매업 등록번호가 표기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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